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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사립학교법 개정"
"쟁취! 국공립 수준 세제혜택"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 주변에는 이미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립학교 법인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접수처에서 접수를 마친 이들은 로비에서 환담을 나누거나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이하 법인협의회) 정기총회 개회식이 시작되는 11시가 되자 사회자의 안내방송에 이어 모두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63빌딩 연회장 중에서 가장 크며 원탁테이블로 디너식을 차릴 경우 최대 9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국제회의장은 시작부터 이미 꽉 들어찼다. 단상 내빈석에는 낯익은 정치인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 이규택 국회 교육위원장, 현승일 의원, 김정숙 의원, 황우여 의원, 박재욱 의원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조부영 부총재는 가장 앞줄에 자리하고 있었다. 단상 양 옆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한광옥 대표의 화환이 자리했다.

▲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소속 회원들. ⓒ 곽민욱


법인협의회 조용기 회장(우암학원 설립자)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개회사를 읽어 내려갔다. 조 회장은 "대망의 21세기라고 큰 기대를 갖고 출발한 것은 잠시의 꿈이었다. 현실은 사학인들이 그 동안 정성을 들여 가꿔온 사립학교의 운영권을 교사들에게 내주라는 요구에 당면한 것이었다. 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 3개 관련법의 개정을 6월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고 한 것이었다...(중략)...우리는 하마터면 이 뜻밖의 기습 앞에서 주저앉을 뻔 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분연히 일어섰다. 마침내 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 다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지나온 1년 동안 사학관련법 개정을 저지하는 투쟁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조 회장은 사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 보장 △획일적인 평준화를 고집하는 사학규제정책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 △다양성과 개방성, 경쟁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학지원정책의 틀 마련 △교원노조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자세 견지 △사립학교 관련법 개악 저지로 정리했으며 중간중간 전교조를 겨냥한 발언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법인의 부정비리를 과대·허위로 폭로하며 특별감사와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일들을 교육 현장에서 저질러 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사립학교 관련법 개정주장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허물고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하려는 음모로서 사학의 비리척결이라는 껍데기 명분을 내걸고 학교운영권을 탈취하려는 악의에 찬 투쟁..."
"각 시도 한두 개 공립학교에 교장, 교감, 교사 전원을 노조원들만으로 배치하고 학생도 학부모들에게 설명해 교원노조 선생들에게 자식을 맡길 희망생만 배정하도록 해야..."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이어 격려사를 했다. 김 총재는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운영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을 뿐 아니라 '근무시간 중 교원노조 활동 허용방침 철회'와 '단위학교 노조활동 금지'를 주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 격려사를 하고 있는 김종필 총재. 김 총재는 교원정년연장 관철, 교원노조 근무시간내 활동 금지, 사립학교법 개정 절대 반대 등을 종합적으로 거론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곽민욱
또한 "외국은 65세도 67∼68세까지 연장하자고 하는데 우리만 단축한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예전부터 자민련이 주장해왔던 63세 교원정년 연장안을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다시 박수를 받았다.

한나라당 이규택 국회 교육위원장은 한자성어와 속담을 사용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교육을 망친 정부여당이 정년연장안을 통과시킬 때 소리를 지르던데 이는 적반하장(賊反荷杖)에 불과하다", "극히 일부 사학에서 비리를 저지르는데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야 되겠나. 영화 빠삐용에서 스티브 맥퀸이 벌레를 잡아먹었는데 어떤 이들은 벌레를 잡기 위해 감옥을 폭파시켰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입담을 보인 것.

개회식 순서에 예정돼 있지는 않았지만 조용기 회장의 권유로 내빈으로 참석한 의원들은 간단한 격려의 말을 남겼다.

▲ 현승일 의원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현 의원은 "조용기 회장이 개회사를 통해 결의를 다지는 것을 보고 이곳에서 우리 교육계와 한국사회의 희망이 움트는 것을 느낀다"며 칭송했다.ⓒ 곽민욱
현승일 의원은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며 "자유와 평등은 정의로운 수단을 통해 실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원단체, 일부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선동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그것을 막아주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또 "하기 어려운 말씀을 조용기 회장님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직시하며 결의를 다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교육계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사회의 희망이 이곳에서 움트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치하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의 경우 직접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사립학교를 운영하느라 요즘 걱정과 고생을 많이 한' 사학운영자들에 대해 염려를 표하며 "오늘 조용기 회장님의 말씀중 몇 대목은 콧등이 시큰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계시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작은 역할이지만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 편에서 지켜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 격려사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 김 의원은 이날 "사학법인 관계자들의 편에서 돕겠다"는 직접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 곽민욱
김 의원은 "전교조 분들은 적극적으로 주장을 펴는 데 반해 사학법인 관계자들은 너무 점잖다. 좀더 적극적으로 회장님을 도와 일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까지 곁들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전·현직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한완상 교육부총리의 치사를 대독한 김평수 교육자치지원국장은 "여러분들의 따가운 말씀을 듣고 담당 국장인 제가 돌아가면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으며, 이돈희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1세기 우리의 비젼과 한국중등사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초청특강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 배포된 자료집 회무보고에는 그 동안 벌인 △사학의 자주성 확보와 사학윤리 신장을 위한 노력 △사학관련법 개악 저지를 위한 활동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에 따른 헌법소원 △MBC PD수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의 사학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 △전교조 실태 연구와 건전사학 육성을 위한 자체평가서 개발 등 사학정책 연구개발 활동 등을 소개했다.

또 이날 통과된 것으로 보이는 사업계획서 중 정책과제 연구개발 항목에는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학생선발, 교육과정편성, 등록금책정, 교원임용 등에 자율권 부여 △설립자에게 무한정의 재산출연을 강요하는 비현실적 법규정의 개정 △교원의 노조활동 허용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사용자의 권한 부여 방안 △교원의 임용계약제 도입방안 적극 추진 △일반 비영리법인과 달리 학교법인이 세제상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세법 개정 추진 △국공립학교와 동일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대책 강구 등의 여러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 왼쪽부터 교육부 김평수 교육자치지원국장, 한나라당 이규택 국회교육위원장,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 ⓒ 곽민욱


다음은 이날 발표된 결의문.

결의문

우리는 21세기의 첫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중등사학에게 부과된 국가적 사명이 중차대함을 인식하고 새 세기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갈 지적·도덕적으로 우수한 이 나라의 주인공들을 성공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사학의 자주성과 자율성, 특수성과 다양성을 지키고 신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사학윤리강령의 엄격한 준수와 사학자체평가제의 성실한 이행으로 이 나라 교육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사학인으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굳게 지켜 나갈 것이다.

1. 우리는 항상 국민에게 희망과 비젼을 주는 새로운 교육정책의 개발과 실천에 앞장서서 정부의 교육개혁정책을 선도해 나아간다. 정부는 획일적인 규제와 평준화 정책으로 교육의 위기를 가중시키지 말고 다양한 교육의 모델을 개발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학지원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

1. 우리는 정부의 사학재정 지원이 시혜가 아니며, 국민교육 담당자에 대한 국가의 의무임을 분명히 밝힌다. 교육재정은 학생수 기준, 국·공·사립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하며 사학은 교육과정 운영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발휘하기 위한 부족한 교육비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하여 자유롭게 징수할 수 있어야 한다.

1. 우리는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사는 스스로 노동자의 지위를 선택한 만큼 근로기준법에 의한 노동자로 대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최근 법정 활동범위를 넘어 학생의 학습권 마저 침해하는 교원노조의 활동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지나친 교원신분보장제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1. 우리는 민주당이 제안한 사립학교관련법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 이는 비리척결을 명분으로 한 학교운영권 탈취 투쟁임이 밝혀진 만큼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결코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집권 여당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정히 원한다면 노조교원들만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시범운영해 볼 것을 권고한다.

1. 우리는 근무시간 중 교원 노조활동을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하지 않는다. 현행법을 위반하는 학교단위 노조활동은 학습권 침해와 위화감 조성으로 학교현장을 황폐화시킬 것이 자명하므로 우리는 이에 대한 모든 집단적·공권력적 압력을 단호히 배격한다.

2001년 11월 29일
사단법인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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