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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네티즌 70여명은 2월 29일 오전 서울 현저동에 있는 구 서대문형무소 자리에서 친일진상규명법 통과 촉구를 위한 '3.1절 민족정기 번개'를 열었다.
ⓒ 민족문제연구소
일제하에서는 항일독립투사들이 고초를 겪었고 해방후에는 민주인사들이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옥고를 치른 구 서대문형무소 자리(현 독립공원)에서, 3·1절을 하루 앞두고 '3·1절 민족정기 번개'가 열렸다.

29일 오전 11시 민족정기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은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유공자, 네티즌, 일반시민들과 함께 무산위기에 처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친일진상규명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친일세력의 방해로 반민특위는 8개월만에 해체되고 친일청산은 60년이 지난 지금의 과제로 남겨졌다"며 진상규명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또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 신사참배 망언규탄' 성명서를 동시에 발표하며 "3·1절을 앞둔 시점에서 매년 일본 총리는 신사 참배를 공언해 왔다"며 "일본의 침략역사 왜곡,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등 제 2의 침략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일정 변경동의안 제출 3월 2일 본회의 통과 반드시 관철할 것"

'국회의원과 네티즌이 함께 하는 3·1절 민족정기 번개'를 주최한 송영길, 김부겸, 김성호 등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3·1절을 맞아 과거 일제 암울했던 시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독립영령께 헌화와 분양을 함으로써 3·1운동의 뜻을 되살리기 위해" 서대문형무소를 번개장소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행사명을 '번개'라 한 것에 대해서는 "16대 국회의 마지막 날인 3월 2일 본회의 상정이 안되면 17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진상규명법의 본회의 상정을 반대해온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의원이 참석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법의 취지와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3월 2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지도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민족정기의원모임 회장이자 '독립군의 딸' 김희선(열린우리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나라가 다시 일제시대와 같은 위기에 빠진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청소년들이 26%에 불과했고, 순응하며 살겠다는 응답이 20%나 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청산되지 않은 친일역사가 그러한 인식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결국 역사에서 정의와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며 진상규명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작년 8월 국회의원 155명의 공동발의로 국회 제출된 진상규명법은 국회 법사위의 심사 보류와 수정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상정이 되지 않아 16대 국회와 더불어 뭍혀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김희선 의원 등은 최후의 수단으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해 안건상정을 시도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유관순 열사 순국한 여자전용 지하감독 독방 공개

행사에 참석한 민족문제연구소 조문기 이사장은 "법안 통과가 이렇게 힘든 것은 그만큼 친일파의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요즘은 싸움의 상대가 너무 분명해서 오히려 싸우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회 법사위를 거치면서 수정된 진상규명법안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하게 되면 식민지 조선의 정신세계를 오염시켰던 수많은 친일 문화예술인, 언론인, 교육자, 지식인 대다수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훼손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며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 대표로는 김은아(27, 대학원생)씨와 조아세 전 대표 임현구씨 등이 발언자로 나서 진상규명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70여명의 의원, 시민들은 내년에 반드시 법안 통과 1주년 번개를 이 자리에서 열자는데 뜻을 함께 하며 "대한독립 만세", "친일청산 만세, "법안통과 만세" 등 만세삼창을 외치고 준비한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날 모임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관람하고 2327명의 독립운동가들의 위패가 봉안된 순국선열 위패봉안소 방문을 끝으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역사관 입구에는 '한국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유관순 열사가 14개월 동안 투옥돼 고초를 겪은 지하감옥(일명 유관순굴)이 원형보존돼 있다. 지하감옥(독방)은 높이 1.48미터, 가로세로 1미터로 제대로 눕지도 서지도 못할 정도다. 유 열사는 출감 이틀 전에 순국한 것으로 최근 자료에서 확인됐다.

또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기획전시실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준비한 친일음악 진상전이 열리고 있는데 박시춘, 백년설, 남인수, 고운봉 등 한국대중음악사의 대표적 음악인들의 친일행적이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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