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이라크에서 피살당한 노동자 김만수씨의 딸 영진양에게 '위로 이메일'을 보냈다. 김양이 전날 새벽 청와대 홈페이지(www.cwd.go.kr) 게시판에 올린 절절한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김양은 "저희 나라가 파병을 한다고 하여 이라크인들이 이렇게 죄없는 저희 아빠와 곽경해 아저씨를 죽여버렸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했으니 대통령께서 나를 좀 만나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관련
기사
[고 김만수씨의 딸 김영진양의 편지] "대통령님, 만나주세요"

노 대통령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다"며 "대통령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또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영진양이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해 보이고,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신속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영진양이 말한 내용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챙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그러나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3일 영진양의 글을 발견한 후 대통령에게 곧바로 보고했는데,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가 이날 오후 김양에게 몇차례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유가족을 직접 위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각종 사건·사고의 유가족들에게 위로 전화를 하거나 찾아간 사례는 많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대해 대통령이 이메일 답장을 보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노 대통령이 보낸 이메일 전문.

김영진양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영진양의 글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오죽하면 이렇게 애끓는 하소연을 내게 했을까 싶었습니다. 허망하고 분하고 억울하다는 심정,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단란했던 가족이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습니다. 대통령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영진양 가족의 슬픔을 가슴 깊이 느낍니다. 또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두분, 고인의 비보를 보고 받고 우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영진양 가족만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후수습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지시했습니다. 우선 이라크 현지에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유가족에 대한 대책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거듭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영진양이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해 보였을지 모릅니다.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신속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영진양이 말한 내용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나의 심정이 안타깝고 간절하다 해도 가족들의 참담함에 비하면 그 만분의 일이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영진양, 용기를 내야만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함께 아파하며 고인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영진양이 힘을 내야만 어머니도 동생도 다시 기운을 차릴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영진양도 동생도 훌륭한 따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거듭 위로 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3년 12월 4일
대 통 령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