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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니 홍보대사란 직함도 갖게 되었다. 미산면 동이리의 주상절리 풍경과 철새들 그리고 DMZ 주변의 풍광이 좋아서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자유롭게 포스팅을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미산면장 진명두씨가 내가 살고있는 동이리 집에 찾아왔다. 연천과 미산면을 홍보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산면 홍보대사를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런 직함이 없더라도 열심히 글을 써서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과 미담을 엮어서 올려주는 사람이 우리 면에 별로 없는데, 꼭 홍보대사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작년 12월에 이사 온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는 주상절리가 눈앞에 보이는 곳이어서 풍광이 매우 뛰어난 곳이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며 임진강 주상절리를 새롭게 재발견하게 된다.

 

주상절리 절벽과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 그리고 그 위를 나는 철새들은 새로운 비경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숨겨진 비경이다. 나는 그동안 주상절리 겨울 풍경을 사진과 함께 몇 차례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었다. 아마 그 글을 면장님이 보신 것 같다.

 

면장의 방문후 미산면에서 전화가 왔다. 3월 14일 날 홍보대사 위촉식을 할 예정이니,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1시 30분에 위촉식을 갖고 면장님과 함께 간담회를 갖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홍보대사란 말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국어사전에 "홍보대사란 사업이나 상품, 업적 따위의 홍보 활동을 대표하여 담당하는 대사"라고 적혀 있다. 요즘은 연예인, 가수, 방송인, 유명인 등을 위촉하여 툭하면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것을 유행처럼 여기고 있다.

 

 

그런데 과연 초야에 묻혀 사는 나에게 홍보대사란 직함이 어울릴까? 어쩐지 홍보대사란 직함이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더욱이 이곳에 이사를 온 지 3개월도 안 되는 내가 연천군고 미산면에 대하여 무엇을 안다고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나는 미산면 홍보대사로는 함량 미달인 것 같은데, 면장님이 직접 방문까지 하며 권유를 하니 딱히 거절하기도 어렵다.

 

14일, 파평면 두포리에서 오갈피나무를 심는 작업을 하다가 11시경 미산면으로 향했다. 요즘 묵은 밭 600여 평을 일구고 밭고랑을 치며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며칠 동안 장화를 신고 흙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 흙이 잔뜩 묻은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아침에 아내가 챙겨준 옷을 들판에서 갈아입었다.

 

미산면사무소에 도착하니 면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미산면사무소에는 두 사람이 더 와있었다. 한 분은 우정리에서 '자연팜'이란 친환경농장을 운영하는 이석희씨라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정보화마을인 고려마을 홈페이지를 관리한다는 이성희씨라는 여성이다.

 

이 분들이야말로 오랫동안 살고있는 연천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니 홍보대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 아닐까? 어떻든 나는 면장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위촉장, 최오균, 귀하를 미산면 대외홍보 SNS 대사로 위촉합니다. 2012년 3년 14일 미산면장"

 

요즈음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새로운 개인 중심의 정보소통과 인맥관리로 크게 부상을 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요즘, 미투데이 같은 매체를 통해서 새로운 인맥과 정보를 공유하는 SNS는 여론을 선도하는 새로운 커뮤니티로 가파르게 부상을 하고 있다. 이곳 최전방에 있는 미산면 직원들도 모두가 스마트 폰으로 SNS 의사 소통을 한다고 하니 놀랍다. 우리는 면장님으로부터 간단하게 위촉장 수여식을 갖고, 면장실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잠시 환담을 했다.

 

"우리면사무소 직원들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사진과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전 직원이 정보화 교육을 통하여 SNS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요."

 

"참 대단하군요. 그러면 면장님을 비롯하여 전 직원이 홍보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하하, 물론이지요. 그러나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홍보와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하는 홍보는 차원이 다르지요. 사실 연천은 매우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오래된 전쟁의 역사나 DMZ가 가까운 위험지역으로만 인식되어 인구유입이 매우 적습니다. 앞으로 여러분께서 인심도 좋고, 경치도 좋은 한반도의 중심 연천과 미산면을 적극홍보하여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위촉장을 받고 미산면사무소를 떠나 다시 두포리 작업현장으로 가면서 나는 비무장지대에 인접해 있는 연천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꼭 묻는 말이 있다.

 

"Are you South Korean or North Korean?"

(당신은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

 

여행 중에 이 말을 듣고 보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북한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도 꼭 묻는 말이다. 그만큼 한국은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분쟁지역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뉴스는 핵무기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사람들은 한국에서 핵무기로 곧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3개월여 동안 살아본 연천은 매우 조용하고 공해가 없는 평화로운 지역이다. 또한, 임진강으로 이어지는 DMZ는 천혜의 생태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휴전 이후 6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된 155마일 휴전선은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태고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

 

 

자연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세계인들은 한국의 비무장지대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이 있다. 미국의 대통령도 한국을 방문하면 빠지지 않고 방문을 하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이다. 그만큼 비무장지대는 세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이 좀 더 안전한 평화가 공존된다면 비무장지대는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관광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 정부에서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비무장지대를 "세계평화생태공원"이라는 관광지로 적극 개발하여 홍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통선은 대부분 통제를 받고 사진 한 장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군사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통제를 할 것이 아니라 안보에 문제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민간인의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하여 생태관광의 문호를 점차 개방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에게도 출입을 자유롭게 하여 생태관광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연천군은 휴전선 248km 구간 중 유일하게 열쇠전망대, 태풍전망대, 상승전망대, 제1땅굴, 1·21무장공비침투로 등  DMZ 철책선 및 군부대 체험과 DMZ 트레킹 코스, 평화누리길 걷기 등 특유의 고유자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군남홍수조절댐 지역에 서식하는 두루미서식지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전세계 3000여 마리의 두루미 중 10%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이처럼 특유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연천은 지적법 제33조(좌표의 원점 등)상에 북위 38도 선과 동경 127도 선이 교차하는 중부원점이기도 하다. 전곡읍 마포리와 미산면 동이리 지역의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는 한반도의 중심이 되는 중부원점이다. 따라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DMZ안보체험과  생태관광체험을 적절히 병행하여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면 연천은 한반도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

 

홍보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행자들이 찍은 사진 한 장이 SNS매체를 타고 지구촌에 자연스럽게 알려질 때 홍보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산면 SNS홍보대사, #연천군 미산면, #DMZ,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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