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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유명언론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사실이지만, 한달이 넘게 가라앉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뭘까요? 바로 '박근혜 지지자' 중 일부가 '문국현 지지' 쪽으로 돌아설 태세고, '박사모'를 비롯한 박근혜 지지자 내부에서도 격론을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캠프 상임고문' 박근혜의 입장, 어떻게 전개될까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 패배 후 "결과에 승복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일정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지지자들을 모두 끌어안아야 비로소 한나라당 대선후보로서의 위치를 굳힐 수 있는 이명박 후보로서는 어떻게든 박근혜 전 대표를 선대위로 끌어들이려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4일에 드디어 박근혜 전 대표를 참여시키는데에 성공했다고 하는군요. 5일이나 6일쯤에 양자가 회동할 예정이며, '상임고문'이라는 직함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만, 그 이후의 진로는 아직 확실하게 단정짓기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상임고문이라는 직함 자체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설령 양자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역시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낙선하면 이 후보의 정치인생은 사실상 끝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공황상태가 다시 올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상황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금이야 이명박 후보가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지만, 이 '만일'이라는 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미국에서 김경준씨가 귀국해 이명박 후보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경우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진영의 치밀한 공격을 생각해보세요. 이명박 후보는 거의 '소이부답'으로 질문을 회피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어떤 확신'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승복 후 선대위원장'으로서 흙탕물을 같이 뒤집어쓰느니, 이명박 후보의 애간장도 타게 할 겸, '뜸을 들이다가 상임고문'으로서 한발짝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정말 만약에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경우에는 곧바로 '특급 마무리'로 등판해 2004년 총선과 같은 기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부 박근혜 지지자, '이명박'과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예전에, 일부 이회창 지지자들이 '개표 조작론'을 이야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이 기억나실 것입니다.

 

2007년 10월에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박근혜 지지자 중의 상당수가 '이명박'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해할 여지도 있습니다.

 

당원 경선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에서 패함으로써 박근혜의 대선가도가 좌절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적대로, "여론조사 반영률을 선거인단의 실제 투표율이 67%보다 낮을 경우 67%인 것으로 의제하자"는 강재섭 중재안은 표의 등가성을 위배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높습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지지자들은 "엉터리 경선룰 때문에 박근혜가 경선에서 탈락했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박근혜 캠프가 예상외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명박 검증'에 나서면서 밝혀진 숱한 의혹들, "박근혜는 원칙주의자"임을 믿으며 그 점을 자랑스러워하는 박근혜 지지자들은 '이명박 후보'를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사모 사이트나 호박넷, 그외의 박근혜 지지 성향의 사이트나 카페 가보시면 '이명박'에 대한 원한이 하늘을 찌른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로는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했던 시스템미래당의 지만원 대표, '이명박 비방' 때문에 감옥까지 갔습니다.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의 원한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아실 수 있는 예입니다.

 

일부 박근혜 지지자, '문국현'을 지지한다?

 

그러다가 8월 26일에, 친박근혜 성향의 인터넷언론 <시민일보>에서 고하승 편집국장이 아주 재미있는 글을 썼습니다. "박근혜 지지자들, 문국현을 주목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죠. 참고로, <시민일보>는 친박근혜 계열의 홍문종 전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언론입니다.

 

고하승 편집국장은 "경선 이후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이명박 후보의 지지로 돌아설 것이란 '조중동'의 예측은 빗나간 셈이라면서, "이명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박근혜를 지지하면서, 이명박이 '부패 후보' 딱지를 떼지 못하는 한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을 사람들"과 "뉴라이트와 교류하는 이명박을 의심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 색깔이 더 강한 박근혜를 선택한 사람들"이 문국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선택의 이유도 재미있습니다.  "문국현은 '도로 열린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신당 경선에 뛰어 들지 않고, 독자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얼치기 좌파'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효과를 누린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그 부분에서 "다만 박근혜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이명박 지지를 요청할 경우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어차피 한나라당 후보나 범여권 후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면 박근혜의 말이나 들어주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명박 지지 쪽으로 돌아 설 수도 있다"는 전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박근혜는 '상임고문'이 될 듯합니다. 그의 전제대로 "박근혜가 이명박 지지를 요청한다면" '그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은 이명박 지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박근혜가 적극적으로 '이명박 지지'를 호소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의 '문국현 논란'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사진 이미지를 보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시민일보>의 설문조사 폴 이미지입니다. <시민일보>의 독자들이 대부분 박근혜 지지자인만큼, 2번 문항 '경선룰이 잘못 된 것이기 때문에 후보를 교체'를 선택한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보다는 두번째로 많이 선택된 문항이 4번 문항 "이명박 후보 대항마인 문국현 후보를 지지"를 선택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설문조사 폴인만큼, 8월 말의 논란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지난 5일에 유시민 의원이 불을 질렀죠? 지난 2일 노사모, 시민광장, 광장, 참여정치평가포럼 회원 등 친노(親盧) 지지자 100여 명이 모인 고양시 번개(즉석 긴급모임) 자리에서 "전북 지역에서 이명박씨가 압승했는데 전북 지역의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한 수많은 당원이 민주당 혹은 열린우리당 당원이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게 어떤 맥락에서 나온 발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박근혜 지지자'에게는 사실관계를 떠나 그간의 분노에 '기름'으로 작용할 여지가 큰 것입니다. 5일 하루 동안, '박근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렇게 긴박한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오전에는 유시민 의원의 '양심고백(?)', 그리고 저녁에는 '박근혜 이명박 캠프 합류 가능성'입니다. 유시민 의원의 '양심 고백'에 놀란 이명박 캠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근혜 합류'를 애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한번 더 강조하듯이 '선대위원장'이 아닌 '상임고문'이기에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 지지자, 정말로 '문국현'을 지지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표는 확실히 '보수성'이 짙다는 이야기가 오갑니다만, 이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입니다. 지난 2002년의 방북 후 김정일 면담, 그리고 그가 내놓았던 '북한판 마셜플랜', 뿐만 아니라 2005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문병해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으신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한다"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사과'를 비춰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판단이 잘 안가는 정치인입니다.

 

다만, '박근혜'에 대한 판단과는 관계없이 '박근혜 지지자'들은 '문국현'을 주목하는 '문국현 지지자'와는 상극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강경한 보수를 자처하면서 '좌빨'과 같은 속어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극우논객으로 유명한 시스템미래당 지만원 대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일이죠.

 

그네들이 혹시 '문국현'을 주목한다면 '이명박 대항마로서의 가치'와 '문국현의 원칙과 청렴' 정도가 될텐데, 이것 역시 '박근혜의 이후 행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성향이 전혀 다른 '박근혜 지지자'들의 '문국현 주목'이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후보로서는 어떻게든 박근혜 전 대표를 캠프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자신을 둘러싼 포위망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50%를 넘나드는 지지율, 여론조사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지는 요즘 시점에서는 '모래성 지지율'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가 지지율을 유지하는 분명한 이유에는 '대항마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당과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고 '문국현'과의 단일후보 선출이 끝나면, 제각각 흩어진 '범여권'이 밀집된 공격을 시작할 수도 있는거죠. 게다가, '김경준'이 귀국한다면? 설령 이명박 캠프 측이 '박근혜 지지자'들을 애써 달랬다 하더라도,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전혀 장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뉴라이트 언론 <뉴데일리>는 지난 8월 27일에 <"박 지지자 문국현 밀자" '궤변' 파문>이라는 기사를 통해 '내부 단속'에 나섰으며, 마찬가지로 뉴라이트 언론인 <프리존뉴스>도 <문국현 출마는 保守세력 분열용?>이라는 기사로 '내부 단속'에 합류합니다.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기사들이죠.

 

 

 

이명박, 50%의 지지와 50%의 '극단적 안티'

 

중요한 것은,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의 '문국현'을 진짜로 지지할 것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명박 후보의 '50% 지지율'에는 변수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50%의 다양한 밀도의 지지도 있지만, 이 '박사모'의 '이명박 저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머지 50%의 '확고한 안티'가 극단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범여권에서 누가 후보로 확정되든, 그리고 '박근혜'와 '박근혜 지지자'가 어떻게 나서든, 이 '극단적 안티'는 남은 70여일 동안의 '이명박'을 주시할 듯합니다. 이 '극단적 안티 50%'에, '김경준'이나 '박근혜' 등의 키워드가 '이명박 캠프'의 바람과는 달리 전개된다면, '50%의 다양한 밀도의 지지'에서 흔들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관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70여 일, 그런 의미에서 '얼마 안남았지만', 결코 '얼마 남지만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국현 후보,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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