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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발효음식 '가자미 식해'
ⓒ 강인춘
겨울철만 되면 집집마다 김장을 한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 가지 더 담그는 게 있다. '가자미식해'라는 특별한 발효음식이다.

@BRI@'가자미식해'는 이북 음식이다. 필자의 고향이 이북 함경도 함흥이기에 겨울철만 되면 빠짐없이 이 음식을 담가 먹는다. 그것도 혼자서만 먹는 게 아니고 아들, 딸들의 사돈 집 내지는 친척들까지 두루두루 나누어 먹는다.

노하우가 들어가는 특별한 음식이기에 누가 감히 나서서 이번엔 우리가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드는 일이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는 매년 우리 집 겨울철 행사로 되어 버렸다.

6.25전이니까 내가 대여섯 살 때다. 그 나이에 무엇을 알겠느냐만은 하여튼 양쪽 부모들이 모두 이북 출신이었기에 이 음식을 그대로 전수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몇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가자미 식해를 담가 먹는다.

아내가 손이 큰 까닭도 있지만 한번 담그면 그 양이 엄청나다. 가자미만 해도 약 200여 마리나 되니 큰 고무다라이에 하나 가득하다.

이른 새벽 5시쯤 해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싱싱한 참가자미를 고른다. 너무 크지도 않고 딱 손바닥만한 크기로 색깔이 노릇노릇한 참가자미여야만 된다. 사가지고 온 가자미는 아내와 둘이서 종일을 다듬는다.

만드는 방법은 집집마다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유명 백화점 식품부나 인터넷으로 전문적으로 파는 데도 있지만 워낙 비싼 젓갈이라 집에서 적당한 양을 담가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가자미란 원래 성질이 평안하여 맛이 달고 독이 없다. 사람들이 먹으면 허약한 것도 보강해줄 뿐더러 기력도 돋운다. 더구나 발효식품이기에 소화가 잘 되고 환자나 노약자, 특히 어린이 영양식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기와 좁쌀의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무채는 무채대로 별맛이다. 가자미가 없으면 생태와 갈치 등으로도 담기도 한다. 한편 이 음식의 원조는 태국과 라오스란다.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전수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 노릇노릇한 참가자미를 골라 물에 씻지않고 대가리와 내장. 그리고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비늘을 벗겨 소금을 약간만 뿌려준다.
ⓒ 강인춘
▲ 두세시간 정도 소금에 절였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낸다. 그리고 한나절 정도 말렸다가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다.
ⓒ 강인춘
▲ 파, 마늘, 생강, 물엿 그리고 고추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 강인춘
▲ 양념을 버무린 가자미 토막을 그릇에 담아 며칠 숙성을 시킨다음 메조로 밥을 해서 차게 식힌다. 무는 약 5cm정도의 길이로 채를 썬다.
ⓒ 강인춘
▲ 무채를 좁쌀 밥과 함께 넣고 버무린다.
ⓒ 강인춘
▲ 버무린 가자미식해를 적당한 통에 나누어 집어 넣고. 일주일 정도 서늘한 곳에다 숙성을 시키면 완성된다.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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