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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 간의 110분간의 공개토론은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검사측의 첫 번째 발언자였던 서울지검 허상구 검사(평검사 대표)는 "이번 검찰간부의 인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사수 검사들은 참여정부가 과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줄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면서 "이번 인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없는 밀실인사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토론에 임하는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샅바싸움을 시작했다.

허 검사는 "노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으로 불려지고 있지만 우리 검사들은 그 방면에서는 아마추어"라면서 "대통령이 토론을 통해서 제압하겠다면 이 토론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 검사는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하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만큼 검사들의 말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즉각 반격을 가해 초반부터 토론장은 일순 긴강감이 돌았다.

노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므로 제압할 수 있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말)재주로 진실을 덮으려는, 내가 잔재주나 가지고 여러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런 말에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그동안 토론에서 이긴 것은, 대화로서 삶으로서 증명했기 때문이지 말재주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과연 이번 인사가 밀실인사인지, 검찰 장악의도인지 국민의 심판을 받아보자"고 질문을 재촉했다.

평검사들은 '토론의 아마추어' 답게 대부분 적어온 원고를 읽었지만, 그러나 용기를 가지고 질문을 했다.

김윤상 검사(법무부)는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말했는데 이번 수뇌부 인사문제에 있어서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평검사들의 주장을 보면 검찰인사권을 법무부장관에서 검찰총장에게 이관하라고 하는데 세계 어느나라에도 이런 일은 없다"면서 "검찰은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문민통제가 필요해서 법무부장관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인사권까지 넘겨달라고 하는데 대통령으로서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표현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신경전이 오갔다.

박경춘 검사(서울지검)는 "대통령께서 문민통제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우리가 그럼 군사독재정권의 주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런 표현을 안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검사들이 "참여정부라고 하면서..."라는 표현을 자주 쓰자 "그렇게 비아냥 대지 말라, 참여정부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토론 중간에 밀실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토론회장에 배석한 문재인 민정수석과 박범계 민정비서관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검찰조직에 대해 원한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뭔가 달라져야 합니다. 외부인사라고 한다면 저 사람들이 외부사람입니다. 저 사람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입니까? 민주당으로부터 단 한 통화 안받았습니다."

토론회장의 긴장감은 토론 중반을 막 넘긴 3시15분경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김영종 검사(수원지검)가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되기 전에 부산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고 "이쯤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면서 "이렇게 되면 양보없는 토론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렇게 해명했다.

"청탁전화 아니었습니다. 잘봐줘라 못봐줘라는 청탁전화 아니었습니다. 우리 해운대 지구당의 당원이 관련됐는데 위원장이 억울하다고 호소를 하니 검찰에게 위원장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전화 가지고 영향력을 받을만한 검사는 없습니다."

이정만 검사(서울지검)가 역대 대통령들이 검찰중립화를 이야기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의 대통령들을 못믿겠다고 했는데...나도 같은 이유로 바로 지금의 검찰의 상층부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게 크게 잘못된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이 검사가 인사제도의 시스템화를 언급하면서 '노건평씨 해프닝'을 예로 들자 "대통령의 형님이 어수룩한 사람 있는데 이런 사람까지 등장시켜 대통령의 얼굴 깍으려 합니까"라면서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하렵니까"라고 말해 토론회장이 일순 적막에 휩싸였다.

박경춘 검사가 "거슬리는 표현이 있었던 것은 검사들이 토론의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약점으로 신문에 난 것을 거론할 게 아니죠. 토론의 아무추어였기 때문에 그렇다면, 검찰(요구)에 대한 것에 대해서도 아마추어적으로 해야죠"라고 뼈있는 말로 받아쳤다.

평검사 대표들은 토론 후반부가 되자 "한마디도 못하고 갈까봐...."라면서 서로 발언을 하려고 했다.

이석환 검사(인천지검)는 "현재 SK 수사팀에 있다.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상당히 난항도 있다"면서 "여당 중진인사나 정부의 고위인사의 전화도 걸려온다, 혹자는 '다칠 수 있다'는 말도 전하고 있다. 여기서 굴복하면 정치검사된다"고 외압사례를 들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다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요새 인터넷도 있고 하는데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고발해달라"고 말했다.

예정된 100분이 다 되어가자 노 대통령은 쟁점의 핵심을 솔직한 말로 정리했다.

"이번 건(수뇌부 인사) 가지고 자존심 싸움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이번에 그대로 하려는 것이고 여러분은 중단하라는 것이고. 저는 지금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넘겨라는데 못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검찰 상층부를 못믿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이어 노 대통령은 자신과 평검사들이 검찰개혁을 위해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과 제가 바르게 가면 다 바르게 잡힙니다. 저도 그저 쉽게 그저 적당하게 대통령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강금실 장관 임명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불안해하는 전화를 받은지 아십니까. 저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뇌부는) 인사든 개혁이든 뭐든 다 중단시킬 수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제가 한번 할 게요. 여러분이 (이번 수뇌부 인사를) 방해하면 결과적으로 현 상층부를 지지하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이후 토론 막바지에는 '우리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검사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토론참여 검사중 유일한 여검사였던 이옥 검사(서울지검)는 "준비를 엄청해왔는데"라면서 "우리 검찰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아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또다른 검사는 국민들에게 "저희는 여러분의 자식"이라면서 "저희를 버리실 수도 있고 저희의 기를 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정리발언을 했다.

"뜨겁게 논쟁을 한 것 같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여러분이 굉장히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 그 점을 훼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전체를 봐서는 개혁하지 않을 수 없고....이렇게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만나겠다고 한 것은 여러분을, 검찰중에서도 여러분을 더 신뢰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하도 파격적인 인사를 해서...저도 성명서의 문구를 보고 무척 모욕을 받은 것같았는데 이번에 만나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평검사들이 말을 제대로 할까 걱정했는데, 지나치다 싶게 소신있게 말해서, 그 용기는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인사는 그냥 넘어가고....다음 인사때도 언제든지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여러차례 제동걸 기회가 있으니까 또 그러면 다시 제동을 거십시오. 저도 돌아가서 여러 가지 판단을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만 저의 소신도 존중해주십시오."

토론자들은 노대통령의 "박수나 한 번 칠까요"라는 제안으로 박수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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