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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 한일 월드컵때 '대∼한민국'을 외치던 붉은 악마가, 미군장갑차 두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불평등한 한미SOFA 전면 개정·조지 부시 공개사과·살인미군 한국법정에서 처벌 등을 외치는 수많은 '시민 반딧불이'가 수놓았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이번에는 약 10만명의 기독교인들(주최측 집계)이 차지했다.

▲ (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주최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가 지난 5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 신용철
1월 11일 오후 3시 시청 앞 광장에서는 (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주최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가 열렸으며, 기도회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은 파란풍선과 태극기를 손에 들고 '주한미군 철수 반대·북핵 포기·반미운동 반대' 등을 외쳤다.

북한의 NPT 탈퇴로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는 한반도 긴장 고조뿐 아니라 '남남대결'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그 파장이 우려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 대회장 김기수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인사말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기도회이며 그 외 목적은 없다"고 해 자칫 초래될 순수성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주한미군철수 반대와 북한핵 폐기 주장"

이날 기도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비약적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의 적화통일로부터 한국을 지켜준 주한미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며 여중생 사망사건 촛불시위가 '반미운동' '주한미군철수운동'으로 전화되는 것을 반대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은 즉각 포기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

▲ 기독교의 평화기도회라기 보다 반공집회같은 인상이 깊다.
ⓒ 신용철


시청 앞을 지나다가 '평화기도회'를 지켜보게 되었다는 박애숙(목동. 34)씨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교회의 평화기도회가 아니라 반공집회를 보는 것 같다"며 "같은 기독교인으로써 '낮은 곳으로 임하라'던 예수님의 가르침은 없고 냉전적 안보논리만이 가득찬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가 보인 위기의식의 본질

(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가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여 치른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준비하는 이들의 본질적인 위기의식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호소문에서 "북한의 핵개발 강행과 미국은 여기에 대응하면서 SOFA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남북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려는 시점에 불거진 핵문제는 우리를 심히 당혹스럽고 분노케 하고 있으며 평화통일의 기대마저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시국상황이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로 흐르고 있음을 염려하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기도하고자 '회개· 화해· 희망을 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이자"고 호소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북한의 핵개발 강행'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여중생 압사사건으로 대두된 '불평등한 한미SOFA 전면개정 요구'를 동일선상에서 인식하고 있다.

ⓒ 신용철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핵'과 '한미SOFA'의 중심에 미국이 위치하고 있지만 '북핵은 북핵이고 한미SOFA는 한미SOFA'이다. 북핵이 한반도 뿐 아니라 미국·일본·중국·러시아·유럽연합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나 북핵 문제가 미국의 '북폭'으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 전체의 생존위협과 세계체제가 '신냉전구도' 전환될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는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을 제소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북핵의 핵심골자는 1994년 북한과 미국간에 체결된 제네바 협의에 있으며, 평화적 해결방법 또한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합의 복귀와 준수 및 부족한 부분의 수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반면, 한국주둔군지위협정(한미SOFA)는 한국전쟁 당시였던 1951년 '대전협정'을 통해 이양된 한국군의 통수권이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이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맺어지게 되었다.

한국측에 의한 미군 범죄처벌이 미미하다는 것이 단적으로 반증하듯 한미SOFA협정이 불평등하다는 것은 지난 반세기동안 누누이 지적되어온 주지의 사실이다.

한미SOFA협정를 근거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일으키는 사적·공적 사고에 대한 정당한 사법권 행사도 하지 못하고 있어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사법권은 '한미SOFA'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반세기는 기간동안 '불평등한 한미SOFA'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아오고 있던 차에 미군장갑차 여중생압사사건 무죄평결을 계기로 전국민적으로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요구와 조지 부시 미대통령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북핵문제는 한반도가 풀어야할 생존적 차원의 문제이며, 한미SOFA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체제하에서 맺어진 냉전형 산물이며, 냉전체제 해체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세계체제에서 세계는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따라서, '한미SOFA협정 개정요구'는 냉전시대가 사라지고 자국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불평등했던 한미관계를 '호혜평등한' 관계로 재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 기독교의 위기의식은 여기에 있다.

구한말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기독교는 북한지역에서 융성했으나 해방정국에서 '사회주의 개혁'을 추구하는 조선인민민주주의세력의 생존위협으로 남하하게 되어 지금은 남한에 세계 2위의 기독교국가가 된다.

이들의 주류세력은 북한에 토지를 갖고 있던 지주계층으로 미국에 가서 신학을 공부해 온 유학파였으며, 이러한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기독교를 포교했다. 그러나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개혁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물적 토대인 토지의 몰수 및 친미적인 기독교에 대한 박해를 예상해서 남하하게 된다.

이렇게 남하한 기독교가 해방정국에서 '찬탁반대운동'에 주력했던 사실을 반추해 볼 때 그들이 반세기 넘도록 북한에 가졌던 증오와 반감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북핵'으로 한반도에 조성된 전쟁위기와 여중생 무죄평결을 계기로 전국민적으로 불거진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요구'를 해방정국에서 북한이 기독교에게 가한 재산몰수와 박해로 재현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한미군철수 반대를 외치는 것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여 6·25와 같이 남침을 하게 된다면 해방정국에서 당한 기독교 박해가 재현될 것이고, 전쟁을 막아서 세계 제2위의 기독교 국가위상을 지켜줄 힘은 주한미군(=미국)뿐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남한 기독교의 생존권 차원에서 위기상황이다.

▲ 한국기독교가 냉전수구적 발상에서 벗어나 민족화해와 통일로 가는 밀알이 되길 기도해본다.
ⓒ 신용철
또한,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사건은 '깊은 애도를 표하지만' 북핵과 한미SOFA 전면개정 요구 움직임은 미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것이며, 이런 움직임이 '반미운동'이나 '주한미군철수 주장'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물론, '주한미군철수 주장'은 여중생 촛불시위와 관련한 시위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미국내 보수언론이 '여중생사망사건 촛불시위'가 전세계적으로 번져가는 위기상황에서 제기되었음에도 이들 기독교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국내에서 제기된 것으로 곡해하고 있다.

이들의 '평화기도회'는 순수하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거쳤던 과거 역사에서 기인한 증오와 반감 그리고 위기의식의 발로이며, 이것은 한국전쟁으로 고착된 반북·반공 냉전이데올로기와 결합된 한국 기독교의 어두운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미국은 혈맹, 주한미군철수 반대'피켓과 현수막이 곳곳에서 설치되어 있다.
ⓒ 신용철
기독교는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종교이다.
예수는 더러운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기워 주시면서 '내가 너희를 섬김과 같이 너희도 가서 세상사람들을 섬기라.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던 예수의 겸손과 사랑이 과현 한국기독교에 체현되어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세계가 탈냉전을 넘어 '세계화'되어 가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 기독교는 아직도 '냉전진행중'에 있다.

한국기독교가 '냉전안보논리'를 벗고 예수의 참사랑으로 돌아가 겸손과 사랑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남북통일처럼 지난하고 고된 시간의 터널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독교가 냉전수구적 의식을 벗고 자신을 버려 세상을 구한 예수의 행적을 따라 민족화해와 평화적 통일의 밀알이 되어 스스로 낮추고 스스로 썩어지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계층과 지역간에 쌓여있는 골깊은 반목과 질시를 넘어 '화해와 통합'으로 가기 위한 "이제는 남북갈등 뿐 아니라 남남갈등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 특별기도 발췌
"전쟁의 위협속에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 위협, NPT 탈퇴 위협, 한미SOFA문제, 반미운동, 미군철수 주장 등이 하나님이 원하는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는 나약한 그리스도인도, 민족적 자존심을 망각한 것도 아니며 한국교회는 한국의 희망이다. 예수가 희망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최성규 목사(KNCC 회장)의 개회사 中)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으며, 국민들 가운데도 안보의식이 무너지고 반미감정을 부추키는 무리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북핵의 평화롭게 해결되게 해주소서. 미군철수를 외치는 어리석은 백성들을 깨닫게 해주소서. 6·25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섭해 주십시오" (기지협 대표회장인 최해일 목사의 대회기도 中)

"북한이 원자탄을 만들어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세대는 6·25를 잊어버리고 전쟁의 비참함을 잊어버리고 있다"
"미군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의기의식과 외국바이어가 한국을 뗘나고 있다"
"노사분규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외국에서는 'Made in Korea'를 찾아보기 힘들어지며 미국 어느 주(州)에서는 'Made in Korea' 불매운동을 벌여가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조용기 목사의 특별기도 '한국교회와 민족의 회개를 위하여' 中)

"부시대통령과 미국상·하원의원들의 마음을 붙들어 미군이 철수하지 않게 하도록 통성기도를 하자"
"미군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게 해주었으며, 북한에 적화통일되지 않도록 UN군과 미군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통일되는 날까지 미군이 철수하지 않도록 도와달라"
"그리스도인을 핍박하고 죽이는 김정일정권이 무너지고 통일이 되는 날이 오게 해달라"
"핵무기·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달라" 
"미국에 대한 반미감정, 반미운동이 즉각 사라질수 있게 해달라"
(김홍도 목사의 특별기도 '주한 미군철수 반대를 위하여' 中)

"북핵이 파기되도록 도와주소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마음을 주소서"
"핵무기 사용이 북한주민들이 다른 나라와 함께 멸망하는 길이란 것을 알게 하소서."
"김정일과 북한정권 참모들의 마음을 움직여 남북을 핵이 없는 나라로 만들어 세계 평화나라로 갈수 있도록 해주소서."
"핵과 전쟁이 없는 나라, 세계에 봉사하는 나라가 되게 해주소서" (최병곤 목사의 특별기도 '북한 핵 포기를 위하여' 中)

"50년간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되게 해달라"
"힘으로도 높은 GNP로도 안되니 오직 하나님의 힘만이 가능하게 해달라"
"휴전선 철책을 무너뜨려 달라"(신신묵 목사의 특별기도 '평화통일과 민족복음화를 위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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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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