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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식을 마친 한승수 의원과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한승수(무소속, 강원 춘천) 의원이 9일 한나라당에 공식 입당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원내 140석을 기록하게 됐다.

한승수 의원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지도자들이 국가의 자존심과 국격을 높이고 우리 민족의 역량을 총집결하여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며 "이런 시대적 사명에 일조하기 위해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한나라당에 복당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또 "한나라당이 열린정당, 앞서가는 정당으로 우리 정당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도록, 그리고 한나라당이 내세운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직접 만난 뒤 입당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날 이 후보를 만나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감정을 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하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고, 제56차 UN총회의장까지 지내는 등 주요 요직을 거친 한 의원이 이제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함에 따라 "양지만을 좇는 철새 행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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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나의 정치적 뿌리이자 고향"이라며 "내 정치 본연의 장으로 돌아온 것이어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또 현 정권의 대미정책과 대북정책이 한나라당과 충돌을 빚어왔던 것에 대해서도 "한미관계 개선이라는 기조에는 초당적으로 임해왔고, 모든 당이 같을 것"이라며 "남북간 화해·협력 역시 모든 정당간에 견해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판 연어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현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수행해온 한 의원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여기며 대북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기본적인 정치도리마저 내팽개친 소신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직후 가진 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승수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주 월요일 이회창 후보를 만나 입당을 결심하면서 무슨 얘기를 나눴나.
"이 후보 만나 긴 얘기를 나눴다. 정치 현안과 앞으로 정치가 가야할 길에 대해 긴 얘기를 나눴다."

- 현 정권의 대북정책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차이가 나는데.
"대북정책은 통일부 소관이고, 대외정책은 외교통상부 소관이다. 나는 대외정책에 있어서 초당적인 입장이었다. 모든 당이 한미관계 개선이라는 같은 기조를 가지고 있고, 한나라당도 같은 기조로 갈 것이다."

- 현 정권에서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고, 그로 인해 UN총회의장까지 지냈는데 (정권) 임기말에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외교통상부 장관에 취임했을 때, 대미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들어가 한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나는 김대중 정부 뿐만아니라 89년 노태우 대통령 밑에서 상공장관으로 구조조정과 한미통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또 김영삼 대통령 때는 주미대사로 대북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등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들어가 국가이익을 위해 노력했다.

한나라당은 나의 정치의 뿌리다. 정치를 시작할 때 이 당에서 시작했다. 당연히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고, 내 정치의 본연의 장으로 돌아오는 것이어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 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지냈는데, 장관 때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는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는.
"남북간 화해·협력에 대해 모든 정당간에 견해차가 없을 것이다. 다만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에 무엇인가 제공하면 북의 응답이 무엇이냐는 것이 당간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남북간 화해·협력에 대해서는 차이가 없다."

한승수 "고향에 돌아왔다"...이회창 "진작 오셨어야지"

한승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회창 후보에게 입당인사를 했다. 이 후보는 한 의원의 손을 꼭 잡은 채 "한승수 의원의 입당을 환영한다"며 "진작 오셨어야지"라고 반겼다. 이 후보는 또 "우리 당이 앞으로 세계화 속에서, 특히 수권정당으로서 외교와 국제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이 생각해야 하는데 한 의원의 귀중한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낯설지가 않아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데, 아니 고향에 왔다"며 "이 후보가 대선에 압승해서 국권을 준수하고,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복당 했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또 한 의원이 김진재 최고위원과 사돈관계인 점을 염두에 두고 "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고 하는데 이럴 때는 가까울수록 좋다"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 의원은 당 선거전략회의에서 마련한 입당 환영식에 참석, 입당원서에 서명했다. 서청원 대표는 한 의원을 향해 "정말 환영한다"며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환영했다.

박희태 최고위원은 "강원도 세가 확장됐다"고 말했고, 남경필 대변인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며 한 의원의 입당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직함에 걸맞게 가장 먼저 한나라당 의석수를 따졌다. 이 총무는 "이제 140명인가... 내 어깨가 무겁구만"이라고 말해 동료 의원들로부터 폭소를 자아냈다.

[해설] 구여권 인사들, 한나라당 '귀향' 러시 일듯

"추석도 끝났는데 웬 '귀향'인가?"

9일 무소속 한승수 의원이 한나라당에 전격입당한 것을 두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내뱉은 비아냥이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이른바 '정치철새'들의 이동이 예견되고 있다. 그 주류는 구여권 인사들의 한나라당행이 두드러질 조짐이다.

흔히 정치권 인사들의 정당간 이동을 이합집산, 합종연횡 등으로 표현하지만 엄격히 말해 이는 권력자를 향한 '줄서기'에 다름 아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얘기가 대변하듯 그동안 우리 정치인들은 무원칙한 정당 옮기기로 늘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오늘 한나라당에 입당한 한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의원의 경우 지난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됐으며 현 정권에서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구여권에 몸담아온 전력으로 봐 한 의원은 다분히 여당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후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나 총재를 지낸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는 앙금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한나라당측에서 꽤나 공을 들인 '작품'으로 소문나 있는데, 이 후보가 한 의원 영입을 적극 추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오늘 한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그 흔한 정치인들의 '당 옮기기' 차원을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대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외연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본격 나서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한 의원 입당이 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한 의원 영입을 제일착으로 추진한 데는 나름의 속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강원지역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어 이번 한 의원 영입을 통해 이 지역에서 지지세 확산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승수 의원 영입에 이어 한나라당은 자민련,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도 접촉, 영입 가능성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추진중인 '반창비노' 신당쪽에 합류할 경우 한나라당 입당을 희망하는 자민련 의원들의 집단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도 한나라당은 탈당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의 재영입도 추진하고 있으나 특별히 진척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내 친노.반노세력 가운데 구 여권 출신 인사들과도 선을 대고 있으나 당장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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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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