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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조(강간)
①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람과 성교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폭행, 협박 또는 위계, 위력으로 사람과 성교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③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교한 사람은 전항의 예에 의한다.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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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확장하는 '비동의 강간죄' 법안(형법 일부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 개정안은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형법 제32장을 시대의 변화,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이라며 법안을 소개했다. 류 의원은 "범죄 처벌을 통해 보호해야 하는 법익은 성적자기결정권"이라고 규정하고 "형법 제32장의 제목을 그 보호법익에 맞춰 '성적 침해의 죄'로 변경하고, 구체적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형법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만 규정하고, 대법원 역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폭력과 협박'이 있어야된다고 판시해왔다. 그러나 미투운동 이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처벌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여성들은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이 없는 상황에서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해왔다. 전국 208개 여성인권운동단체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019년 1월~3월동안 전국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 상담사례 1030명 중,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사례가 71.4%로 달한다고 밝혔다.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가해자들이 사실상 저항이 어려운 상황이나 피해자의 취약한 처지를 노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경우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적 기준 역시 동의 여부로 강간을 판단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분위기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로 개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는 동의 여부에 따라 강간을 판단하고 있다. 또한 연대회의에 따르면 독일, 캐나다,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이미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 구성요건을 규정한다. 나아가 이들 국가는 형식적으로 동의가 있었더라도, 실질적으로 위계나 위력이나 피해자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한 경우로서 실질적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 체계를 마련해두고 있다.

[류호정 법안 살펴보니] 
32장 제목부터 '강간과 추행의 죄' → '성적 침해의 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조항을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에 명시
'폭행, 협박'에 더해 '위계, 위력'도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성교'의 정의 규정 통해 유사강간도 명확하게 강간 범주 안으로

 
 류호정 의원의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류호정 의원의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 류호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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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이 낸 형법 개정안은 형법 제32장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비동의 강간죄 신설,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에 위계와 위력 포함, 성범죄 처벌 강화 등이다. 

먼저 형법 제32장의 제목부터 '강간과 추행의 죄'에서 '성적 침해의 죄'로 바꿨다. '성적 침해'라는 용어로 형법 규정을 더욱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강간죄를 규정한 297조의 항을 세 개로 나눴다. 제1항은 동의 없이 성교한 행위, 제2항은 폭행, 협박, 위계 또는 위력으로 성교한 행위, 제3항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성교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강제추행죄을 규정한 형법 제298조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추행한 사람"이라는 명시 규정을 새로 신설했고(1항), 기존 조항에는 폭행, 협박 뿐 아니라 위계와 위력을 집어넣었다(2항). 처벌도 더 강화했다.

강간상해·치사를 규정한 301조에 대해선 대해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에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로 형량을 높여 개정했다. 303조에서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 부분은 '위계'가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에 속하면서 빠졌고,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이가 성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성교'와 '추행'를 분리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한편 성교의 정의 규정을 306조에 신설했다. '1. 성기, 구강 또는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 또는 항문에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성교로 규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형법 제297조의 2에 따라 유사강간으로 규정돼 약하게 처벌받던 행위를 명확하게 강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기존 개정안과 어떻게 다른가] 훨씬 광범위... 통과되면 '강간죄 최협의설' 사망

지난 5일 장덕천 부천시장은 류 의원의 법안 발의 예고글에 대해 "백혜련 의원님이 이미 발의한 법안과 핵심이 같다"라며 "입법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마케팅보다"라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다. 그러나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안 형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조항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문구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수정하고,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과 추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그에 비해서 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훨씬 광범위한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위력과 위계를 강간죄 기본 구성요건에 넣고 있으며, 306조(성교의 정의 규정)를 신설하면서 강간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항거하기 어려운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한다는 '강간죄 최협의설'은 하루아침에 폐기된다.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처벌?] 법 바뀌어도 불가능

하지만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상당하다. 특히 피해자의 동의라는 요건이 모호하고 불명확해서,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도 폭행·협박에 해당하는 행위가 상대방 저항을 억압했는지를 따지는데, 사실 '저항' 여부도 그렇게 분명하게 판단되지는 않는다"라며 "(비동의 강간죄는) 저항을 동의로 대체하는 것인데, 동의 여부 역시 검사가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를 판단해서 재판 과정에서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임 연구위원은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된 해외의 판례를 봐도 실제 강간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저항을 억압했는지'를 좁게 해석할 경우에 무죄로 판결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판례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동의 없이'가 강간죄 구성요건이 될 경우, '준강간'(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강간)의 경우, 즉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의 없이 성행위를 한 경우가 강간으로 포섭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 개정이 된다면 피해자들이 불리한 요소도 일부 있다, 피해자가 어떻게 행동했느냐가 쟁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현행 사법체계 내에서 피해자의 말만으로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순 없다"라고 강조했다.

[통과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백혜련안과 병합심사 한다면 변화 가능성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같은 당 장혜영·이은주 의원과 배복주 여성본부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한국여성민우회/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천주교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같은 당 장혜영·이은주 의원과 배복주 여성본부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한국여성민우회/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천주교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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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투 운동 이후 20대 국회에서 총 10개의 '비동의 간음죄' 법안이 올라왔으나, 전부 계류된 상태에서 있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난 2019년 11월 '20대 국회 강간죄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의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위한 추후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서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정의당 5대 우선 입법 과제' 중 하나다. 또 연대회의 등 여성계가 적극적으로 결합한 상황이다. 법안 통과를 위한 후속 활동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번 발의에 참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의당은 물론 발의한 의원 중에 법사위원이 없고, 형법 제32장이라는 기본 골격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법안을 수용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요즘은 형사소송의 실무상에서도 동의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고, 반 성폭력 단체들이 강력하게 입법을 요구하고 있어서 민주당에서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며 "백혜련안과 류호정안이 병합심사 된다면 32장 전면 개정은 아니더라도 비동의와 위계·위력 규정은 수용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류 의원 본인을 제외하고 이 법안 발의에 서명한 의원은 정의당의 강은미,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 장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권인숙, 김상희, 양이원영, 윤재갑, 이수진, 정춘숙 의원, 국민의당의 최연숙 의원 등 총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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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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