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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언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러시아의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언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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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선언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라며 "상당히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면역을 형성한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두 딸 중 1명도 이 백신의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받았다며 "1차 접종 후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으나 이튿날 37도 정도로 떨어졌으며, 2차 접종 후에도 체온이 조금 올라갔지만 곧 내려 지금은 상태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곧 백신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을 원하는 사람이 모두 접종받을 수 있도록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곧이어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장관이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백신의 국가 등록이 결정됐다"라며 "접종받은 모든 사람이 높은 수준의 면역을 형성했고,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 백신을 지난 1957년 미국과 우주 경쟁을 벌이던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하며 미국과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가말레야 센터는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씩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임상시험을 지난달 마쳤다.

그러나 2차 임상시험의 상세한 과정이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최종 단계인 3차 임상시험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을 공식 등록하며 효과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백신 등록 이후 곧바로 3차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며 "한 달간 수만 명의 지원자가 접종받을 것이고, 러시아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입증 안 된 백신, 피해 엄청날 것" 경고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 보건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러 백신 후보 물질이 개발되는 속도에 고무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되기를 바란다"라면서도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안전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도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정성을 판단하려면 3차 임상시험에 관한 투명한 자료가 필요하다"라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백신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이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12월까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면역학 교수 대니 알트만은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출시했다가 벌어질 부수적 피해는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도 "러시아가 임상시험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백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과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백신은 가장 먼저 개발한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코로나19, #백신,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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