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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성초등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붙은 '간격' 표시 테이프 길을 따라 등교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삼성초등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붙은 "간격" 표시 테이프 길을 따라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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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한국 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큰 소리로 인사하고 나가는 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남다른 감회가 밀려온다.

손자는 지난해 말까지 중국에서 살다가 방학 때 잠시 한국에 왔었다. 한동안 먹지 못한 한국 음식이 그립기도 하고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도 나누기 위해서였다. 또 중국에서 배우지 못한 여러 공부도 할 겸 방학마다 늘 귀국하곤 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찾아오면서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 달, 두 달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행여나 하고 대기하는 기간이 3개월이 넘어가면서 딸의 가족은 삶의 진로를 바꿔야 했다. 이참에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는 결정을 한 후 우리와 함께 살게 된 것이다. 딸의 가족은 아예 우리 집에 전입신고도 했다. 손자도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전학을 해 놓고 개학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교육부에서는 등교를 미루고 온라인 개학부터 했다. 손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교 갈 날을 기다리며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지만 한국 학교생활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고 학교에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손자는 어느 날 눈물을 주르룩 흘리며 말했다. 

"나 중국 우리 집 가고 싶어요. 여긴 친구도 없고 놀 거리도 없어요."

손자는 돌이 막 지난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중국에 들어가 8년이란 세월 동안 그곳에서 생활해왔다. 어린 날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익숙한 장소가 그리울 법도 하다. 

게다가 원래는 방학 때 잠시 한국에 오는 일정이어서 장난감도 모두 중국에 있는 집에 놓고 온 터였다. 당장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없으니 일상이 지루한 데다, 갑자기 변화된 삶의 방식 또한 낯설고 힘겨웠던 게 아닐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얼마나 짠했을까 싶다.

손자의 첫 등교

드디어 오래 기다려온 날이 왔다. 지난 3일, 초등학교 3학년의 등교가 시작됐다. 손자와 사위, 딸 모두 들뜬 마음으로 수업 준비를 하고 함께 학교에 갔다.

본가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축하 전화를 하셨다. 남들이 알면 웬 요란일까 싶어도 우리 집은 특별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 학교에 가는 날이니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친구는 잘 사귈까, 적응은 잘할까... 한 번도 한국에 있는 학교에 다녀본 경험이 없는 손자를 보며 가족 모두 한마음으로 신경을 썼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 모두가 평소에는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을 거라고 믿는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발이 묶인 채 몇 개월을 집에서 내복만 입고, 조그마한 화면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집밥만 먹었으니, 매우 답답하고 지루했으리라.
 
 교실 책상에 앉은 손자의 모습
 교실 책상에 앉은 손자의 모습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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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왔습니다!"

오후 1시가 지나자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목소리가 씩씩하다. 새롭게 시작한 일상이 좋은가 보다.

"할머니, 저 배고파요! 밥 더 주세요."

한창 자랄 때여서 그런지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먹었는데도 금세 배가 꺼지나 보다. 손자에게 밥을 차려준 뒤 이것저것 물었다.​

"오늘 처음 학교에 다녀온 소감은 어떠니?"
"뭐가 뭔지 아직 모르겠어요. 지켜야 할 규칙들이 너무 많아요."
"같은 반 친구들은 어때?"
"모두가 새로 온 저를 보는 느낌이에요."

     
중국 학교만 다녀봤기에 달라도 너무 다른 문화를 한 번에 극복하긴 어려울 테다. 그러나 손자는 새로운 환경에 천천히 적응하며 인생의 변환점을 잘 헤쳐나갈 것이다. 훗날 어른이 되어 기억하는 오늘이 손자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 되지 않을까.

손자의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

"친구 데려왔어요!"

등교 두 번째 날, 손자는 하굣길에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왔다. 손자는 살면서 또래 친구는 처음이라 했다. 중국에서 한국인이 많지 않은 곳에 살다 보니 한국 친구는 늘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어렸다고.

식구들 모두 반가워했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현관으로 뛰어나가 환대할 정도였다. 쏜살같이 방으로 들어간 손자와 친구는 웃음소리가 밖까지 새어 나올 정도로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정말 다행이다. 잘 적응하리라고 믿었지만 이렇게 활발히 생활해 주다니 참 감사하다. 부모가 곁에 있지만 결국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은 자기 몫인 것이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사위는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하면서 기뻐한다.

아이들이 동심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는 일상이 이어지길 기도한다. 더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손자의 기뻐하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 펼쳐질 뉴노멀은 신종 감염병과 마스크가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과 소통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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