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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중·도매상이 몰려 있는 경기도 소재 한 화훼거리.
 꽃 중·도매상이 몰려 있는 경기도 소재 한 화훼거리.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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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값 싸다는데, 여긴 왜 이렇게 비싸요?"

경기도 소재 ㅇ꽃집에서 10년 가까이 꽃을 판매해온 이아무개씨는 최근 가게를 찾은 한 소비자로부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이씨는 "도매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꽃을 사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소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가게를 나섰다. 

이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꽃을 저렴하게 떼어와 소비자에게 비싸게 되파는 '도둑놈'으로 몰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꽃값 폭락으로 화훼 농가가 꽃을 갈아엎어 정부·지자체가 이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타기 시작한 이후 내내 소비자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도·소매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화훼산업 구조상 꽃집 꽃값은 도매가 만큼 낮아질 수 없고, 올해는 꽃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도매가가 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부 화훼농가 지원책은 꽃집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화훼 농가'는 살렸는데 '동네 꽃집들'은 울상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평소 화훼업계 대목이라 불리던 2월 꽃 수요가 급감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다급히 화훼 소비 촉진책을 내놓았다.

소속·산하기관, 농협 등이 인근 화원에서 꽃 270만 송이를 구매하도록 하는 '꽃 생활화(1Table 1Flower)' 캠페인을 펼쳤다. 또 화훼농가를 통해 정부가 사들인 꽃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도록 유통 경로를 다양화했다. 각 지자체 역시 화훼농가 돕기에 나섰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꽃을 '릴레이'로 선물하는 캠페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를 시작하기도 했다. 

정부·지자체 노력에 화훼산업 분위기는 어느덧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절화(식물로부터 줄기, 잎 등을 잘라낸 것) 거래량은 180만속으로 전년 동기(186만속) 대비 3% 줄어든 정도에 그쳤다. 지난 2월 절화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떨어졌던 데 비하면 꽤 많은 회복이 이뤄진 셈.

하지만 모든 화훼산업 관계자들이 수혜를 입은 건 아니다. 경기도 소재 ㅅ꽃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동네 꽃집과 같은 소매상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도·소매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는 국내 화훼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화훼농가만 지원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기나 생선과 같은 축·수산물은 대부분 4~8차례의 유통 단계를 거쳐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막대한 물량이 오가는 도매 구조상 소비자가 유통 과정에 개입하기도, 상품을 '도매가'로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꽃 중·도매상이 몰려 있는 경기도 소재 한 화훼거리.
 꽃 중·도매상이 몰려 있는 경기도 소재 한 화훼거리.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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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훼산업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농가로부터 온 꽃이 경매에 부쳐진 뒤 판매되는 도매시장에서, 일반 소비자 또한 소매상과 같은 가격으로 꽃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농수산물 시장에서도 공식적으로 도·소매가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를 찾아볼 수 있지만, 도·소매 간 건물이 물리적으로 구분돼 있거나 영업 시간을 달리 하고 있다. 

서울 양재 aT화훼공판장 생화도매시장 역시 건물 지하에 소매 점포들이 있고 도매시장과 소매점포의 영업 시간도 각각 0시~13시, 7시~19시로 구분돼 있지만 소비자들의 도매시장 출입에는 제한이 없고 7시~13시까지는 운영 시간도 겹치는 상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중도매인연합회 차원에서 도매상이 (소비자가 아닌) 소매상을 대상으로 판매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고객 구분이 어렵고 빠른 회전이 돼야 하는 화훼 상품의 특성상 잔품이 통상적으로 발생한다. 잔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돼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도 도매시장에서 꽃 살 수 있다?
 
 꽃집을 운영하는 임 아무개씨가 지난 2월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꽃 영수증 내역과 같은 달 한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생화 도매시장 후기 글.
 꽃집을 운영하는 임 아무개씨가 지난 2월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꽃 영수증 내역과 같은 달 한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생화 도매시장 후기 글.
ⓒ 취재원 제공 및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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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비자들은 도매시장에서 직접 꽃을 구입하고 있다. 지난 2월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부모님 환갑 선물 구입을 위해 서울 양재 aT화훼공판장 생화도매시장에 다녀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비싼 꽃을 양재 꽃시장에서 도매가에 구입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해당 누리꾼은 "바구니에 들어갈 블루트(분홍색 장미) 총 70송이를 개당 700원꼴로 구입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서울 소재 ㄲ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아무개씨는 동일한 시기, 블루트 10송이를 1만3000원에 구입했다며 영수증을 공개했다. 개당 가격만 놓고 보면 소매업체가 소비자보다도 꽃을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결국 가게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판매·관리비를 고려하면, 꽃집은 소비자 구입가보다 꽃을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셈.

꽃집들은 이같은 가격 구조에 더해 코로나 사태 이후 지자체가 꽃을 농가로부터 사들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화훼농가가 모여 있는 고양시는 지난 2월 고양시청 앞에서 화훼농가에서 산 빨간색 장미를 한 송이에 600원, 한 단(10송이)에 6000원에 판매했는데 도매시장에서 같은 상품이 700원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 당시 꽃집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도매시장이 아니라 고양시청에서 꽃을 사서 파는 게 낫겠다"는 성토 글도 올라왔다고 한다.

꽃집들은 또 정부·지자체가 꽃을 화훼 농가로부터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꽃값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자 꽃값 조절 차원에서 밭을 갈아엎는 화훼 농가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도매시장 내 꽃의 물량도 줄어들었는데, 정부·지자체가 그중 일부를 사가면서 꽃값이 인상되었다는 것.

꽃집 운영자 이씨는 앞서 "지난 3~4월, 빨간 장미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적이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10송이 가격은 6000~7000원대였어야 하지만, 도매시장은 장미를 1만원에 팔며 특수를 누렸다"며 "각종 악재로 꽃집 매출은 20% 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화훼산업 구조 바로잡자"

도·소매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시장 구조 속에서 정부 대책마저 왜곡된 결과로 나타나자 이번 기회에 구조를 바로잡자며 100군데가 넘는 소매 꽃집들이 모여 '꽃시장 도소매분리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도 꾸렸다. 

추진위 문희선 대표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꽃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도매상이 소매 역할을 해 동네 꽃집들이 줄어들면 최종 소비자들 역시 피해를 입는다. 정작 필요할 때 꽃을 구입할 수 없거나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도매상의 꽃 가격 담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도·소매 분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등에 문의했지만, 서로 '소관 부처'가 아니라고 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화훼산업 구조를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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