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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재판에서 고(故)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왼쪽)씨와 아내 진점순(97)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기뻐하고 있다. 재판부는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장환봉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재판에서 고(故)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왼쪽)씨와 아내 진점순(97)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기뻐하고 있다. 재판부는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장환봉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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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20대 국회에선 통과 안 될 것 같아요. 차라리 곧 뽑힐 21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제발 이번 재판을 그냥 넘기지 말고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생각하라고..."

20일, 72년 만에 여수·순천 항쟁의 민간인 희생자가 최초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간 여수·순천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써온 이우경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사무국장(57)은 비관적이었다.

이 사무국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방해하는 한 특별법이 통과할 거란 기대는 없다"라며 "재판부가 촉구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반 의원들은 물론이고 지역 의원인 이용주(전남 여수갑)·주승용(전남 여수을)·이정현(전남 순천) 의원들도 큰 의지가 없는 게 문제"라며 "20대 국회에서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제발 말로만 하겠다고 하지 말고 민족과 생명을 사랑하는 진심을 갖고 의정 활동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20대 국회에선 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이용주·윤소하(비례)·주승용·김성환(서울 노원병) 의원 법안 등 5개의 여순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기약 없이 잠들어 있는 상태다. 실제 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논의된 건 2019년 6월 26일 행정안전위원회 회의 단 한 차례가 전부였다. 특별법의 골자는 여순 항쟁에 대한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이다.

이 사무국장은 전날 판결에 대해선 "어제 판사님(김정아 부장판사)이 판결문을 읽으시면서 우시더라"면서 "무죄 받은 걸 넘어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날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1948년 여순 항쟁 당시 내란죄로 구속돼 처형된 철도기관사 고 장환봉(당시 29세)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김성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여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당의 반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2월 임시국회 때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여순 항쟁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 명이 제주 4·3 진압에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며 시작됐다.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진압군과의 공방 속에 2000여 명이 희생됐으며 순천 일대에서만 민간인 430명이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사살됐다. 미신고되거나 집계되지 않은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인원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이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특별법 통과시켜 국가가 배상해야... 여순 '사건' 아니라 여순 '항쟁'"
    

- 어제 여순 항쟁 때 내란죄로 처형된 고 장환봉(순천역 철도원, 당시 29세)씨가 7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순 항쟁 피해자로는 최초였다.
"늦었지만 국가의 위법적 행위가 입증된 거다. 판결 내용도 그렇지만, 어제 판사님이 판결문 읽으면서 우시더라. 그걸 보고 저는 이건 현실 세계가 아니고 드라마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유족들이 당한 걸 생각하면 꿈도 못 꿨던 일이다. 장환봉 선생님 명예가 회복됐고, 앞으로도 이런 판결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국가 폭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를 형사절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선 자동 폐기될 확률이 99%다. 늘 그래 왔지 않나. 그냥 (다가오는 총선의) 예비 후보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 재판을 제발 다른 수많은 재판들 중의 하나로만 생각하지 말아달라. 수만 명이 죽었다. 제발 이 재판의 의미를 곱씹어 봐주셨으면 한다. 지금 한창 예비 후보로 선거운동을 뛰면서 국회의원 배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텐데, 국회의원으로서 제발 정신 차리고 이념보다는 민족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가져달라. 특히 한국당 의원들에게 말하고 싶다."

- 아직 20대 국회 임기가 4개월 넘게 남았는데.
"기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지금 국회에선 통과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본다. 기적이 일어나 한국당이 소극적으로나마 협조하든지, 방해만 하지 않고 있으면 몰라도... 4년 가까이 안 되던 게 4개월 앞두고 되겠나."

- 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자신들과 관계된 정권에서 자행된 일 아닌가. 5.18 특별법이나 제주 4.3 특별법에 대해 결사 반대하던 것과 같은 맥락 아니겠나. 빨갱이들의 잘못을 처단한 거라는 논리가 무너지면 역사적으로 대책이 안 서니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다.

한국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관심이 없다. 우리들 목소리가 압박이 안 된다, 이거다. 여수, 순천 지역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이용주(전남 여수갑)·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이 여수 지역구 의원인데 의지가 없어 보인다. 단지 지역구가 여수란 이유만으로 마지 못해 형식적으로 법안을 내고 활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순천은 이정현 의원(무소속, 3선)이니 말할 것도 없다. 여수와 순천이 여순 항쟁으로 가장 큰 희생을 당했는데, 과연 지역 의원들이 특별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뭘 했는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뭔가.
"이번 재판에서도 드러났듯이 72년이 되도록 아직까지 진상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빨갱이라고 낙인 찍혀 숨죽여 살았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명예 회복도 해야 한다. 국가는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유족들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번 20대 국회에 올라온 특별법안 내용은 모두 국가 배상까진 가지 못하고 있고,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아주 기초적인 단계인데도 통과가 어렵다는 게 말이 되나. 특별법 이름도 '여순 사건'으로만 돼 있는데 '여순 민중항쟁'으로 고쳐야 한다. 남아 있는 시간도 별로 없다. 나는 여순 항쟁으로 삼촌을 잃은 조카로, 올해 57세다. 유족 중에선 막내 뻘이다. 직계 자식분들은 이제 대부분 70대를 넘긴 고령이다. 다 돌아간 뒤에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하겠다고 나서면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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