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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다섯 청년 김태규씨 생전 모습
 스물다섯 청년 김태규씨 생전 모습
ⓒ 김도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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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다, 안전이 확보됐는지 반드시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 동생이 죽은 현장은 아무렇지 않게 공사가 재개돼 다음 달이면 공사가 마무리 된다."

지난 4월 10일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뒤 <오마이뉴스>에 건넨 말이다. 김씨는 14일 청와대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함께 한 뒤, 청와대에 직접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요즘은 공사 지연을 위해 비 내리는 것만 기도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라고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앞서 김도현씨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생 태규가 왜 엘리베이터 틈 사이에 빠져 추락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증인들의 현장 증언이 모두 다르고, 동생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반드시 재수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엘리베이터 틈새에 빠져 사망한 동생, 의문점 너무 많다" http://omn.kr/1jjdz)

사고 당일은 김태규씨가 일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그는 이날 안전화와 안전벨트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오래된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 고용노동부는 김태규씨 사망 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고 현장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지만, 지난달 16일 업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

김도현씨는 지난 13일 용역업체와 발주사, 원청사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혐의에 건축법 및 승강기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를 더해 수원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오마이뉴스>는 19일 오후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에게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현장에선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고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지난달 29일 만난 고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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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답신은 받았나?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 어떤 내용을 썼나?
"동생 태규의 죽음뿐 아니라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무엇인가?
"요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함께 산재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연스레 김용균법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데 김용균에 관한 내용이 없더라. 건설업만 놓고 봐도 원청 책임이 적용되는 건설기계가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 항발기 4개로 한정됐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장비인 굴착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은 아예 빠졌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 말한 이유다."

-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썼다.
"그렇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한다,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장 태규만 해도 안전화와 안전벨트를 지급받지 못했다. 이러면 또 누군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스물다섯 청년 김태규.
 스물다섯 청년 김태규.
ⓒ 김태규씨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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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산재사고를 반으로 줄인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부품값보다 싼 게 사람 목숨'이라는 말, 정말이었다. 동생이 산재사고를 당하고 보니 더 절실하게 느낀다. 확인해보니 산재사고 사망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현장에서 감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말이 무엇인가?
"정부기관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정말로 피해를 당해보니 참담하다는 생각만 든다. 현장을 감시하고 개선할 노동부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니 현장에서는 유가족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조롱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거다."

- 현장에서 조롱을 당했나?
"기업이 살인을 저질러놓고도 벌금, 집행유예로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지다보니 기업들은 사람 목숨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얼마 전에 태규가 죽은 현장에 방문했다. 말그대로 사측에게 조롱만 당하고 왔다. 사측은 문지기를 배치해 놓고 사유지라면서 들어가려면 공문을 보내라고 하더라. 안 그러면 신고한다고. 사람을 죽게 만든 기업인데, 원청과 하청사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현장을 보겠다는 유가족을 기만하고 무시하고 조롱한다."

- 작업중지명령이 해지돼서 그런 것 아닌가?
"7월이면 공사가 완료된다고 한다. 분한 마음에 잠도 오지 않는다. 요즘은 공사 지연을 위해 비 내리는 것만 기도하고 있다. 아직 태규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현장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필요하다"
 
 김태규씨가 입었던 옷과 안전화 대신 신었던 검은색 운동화
 김태규씨가 입었던 옷과 안전화 대신 신었던 검은색 운동화
ⓒ 김태규씨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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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에게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렇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해야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귀하게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은 끝없이 반복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우리 가족은 태규가 죽은 4월 10일 시간이 멈춰버렸다고. 지난 70일 동안 경찰과 고용노동부 두 기관은 사실상 사측의 증거인멸을 용인했다. 작업중지명령은 가족들도 모르게 해지됐고 현장 공사는 이제 막바지까지 왔다."

-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한 이유인가?
"태규 사고도 그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원청과 하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게 현실이다. 사실상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 노동 현장의 현실인데, 그래서 피해자가 자꾸 발생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원청, 하청 구분 없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당장 태규만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안전장비조차 하나도 지급받지 못했다."

- 태규씨가 사망한 현장 엘리베이터는 운용되고 있나?
"그렇지는 않다. 현재 출입이 제한되고 문을 내려놔서 확실하진 않지만, 크레인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사람이 작업해서는 안 되는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작업을 했다. 중요한 건 이런 식으로 가면 제주도 고 이민호군 사례처럼, 벌금 얼마에 집행유예로 또 끝난다. 이대로 공사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여기도 벌금 몇백 내고 그냥 끝나는 거다."
  
- 산재피해 가족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곳에서 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도 만났고, 제주도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도 만났다. '다시는'은 우리 같은 아픔을 겪는 피해 가족들이 다시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태규의 재수사에만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근간에 있는 산업안전법의 구조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법이 필요하다고 계속 강조하는 이유다."

'다시는'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산재 사망자는 모두 40217명에 달한다. 연평균 2365명, 하루 평균 6.4명이 노동 현장에서 죽고 있다. 만 명당 산재사망 비율을 따졌을 때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이 죽음은 원청 노동자에 비해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 안전화, 안전벨트 하나 없이 추락한 스물다섯 청년 김태규씨도 이름조차 제대로 등록하지 못한 채 사망한 하청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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