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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군기무사령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6년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군기무사령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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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4일,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김천 지역 예비역 장성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김천·성주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창 논란이 벌어진 시기였다.

조 전 사령관은 '김천 지역에 사드 배치지지 여론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말을 이어가다가 수행 부관을 불러 "1600만 원을 마련해오라"고 지시했다. 수행 부관은 곧장 1600만 원을 가져왔고 이 돈은 예비역 장성들에게 전달됐다.

다음 날 조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간담회 실무를 담당한 A 기무사 1처장에게 '사드 관련 예비역 장성 활용 사업' 예산으로 1600만 원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A 처장은 이 내용을 B 기무사 기획예산과장에게 전달했고, B 과장은 '대외정책첩보소재 개발사업비' 수시 예산 중 1600만 원을 1차로 편성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처럼 조 전 사령관의 마음에 따라 국군기무사령부 예산이 마구 전용된 것을 확인했다. 예비역 장성들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 애국단체총협의회 등에도 예산이 지급됐고, 조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조 전 사령관 손에 쥐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확인한 액수만 6개월(2016년 3월~9월) 동안 6000만 원에 달한다. 예산 사용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중간 관리자의 우려는 모두 묵살됐다.

<오마이뉴스>는 23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실로부터 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의 공소장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그동안 기무사 예산이 불투명하게 사용됐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일시와 사용처, 전용 방법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플래카드·팸플릿까지 챙긴 기무사

검찰이 확인한 예산의 상당 부분은 사드 배치 논란 직후에 사용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천 지역 예비역 장성들에게 전해진 1600만 원 외에도 1400만 원이 '사드 배치지지 여론 조성'을 위해 사용됐다.

이 돈은 ▲ 2016년 9월 12일 재향군인회 직무대행 C씨에게 플래카드, 팸플릿 제작, 맞불집회 등 활동비 명목으로 400만 원 ▲ 2016년 9월 19일 김천 지역 출신 예비역 대장 D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500만 원 ▲ 2016년 9월 21일 C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400만 원 ▲ 2016년 9월 30일 애국단체총협의회 사무총장 E씨에게 같은 명목으로 100만 원 등에 쓰였다.

검찰은 "군인은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특정 정당·정치인 지지 의견을 유포하는 활동에 기무사의 정보사업 예산을 사용하면 안 된다"라며 "조 전 사령관과 피고인(지 전 참모장)은 사드 배치지지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비 명목으로 기무사 요원들에게 예산을 편성·전달하게 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라고 지적했다.
   
 2016년 7월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중앙보훈단체안보협의회 주최로 열린 '사드배치 지지 범국민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년 7월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중앙보훈단체안보협의회 주최로 열린 "사드배치 지지 범국민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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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3000만 원도 조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그에게 넘겨진 것으로 확인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3월 지 전 참모장에게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현금을 마련해오라고 지시했다. 지 전 참모장은 B 과장에게 '조 전 사령관이 돈이 급하게 필요한데 보안이 필요하니 근거를 남기지 말고 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B 과장은 사업계획 등 근거도 없이 정보사업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지 전 참모장은 반복해 같은 지시를 내렸다. 결국 B 과장은 F 기무사 기획예산과 주요사업관리업무 담당자에게 이 내용을 지시했고, F 담당자는 '재향군인회 정상화 지원 TF 예산 지원 계획'을 허위로 만들어 재정관리과에 1000만 원 지급을 요청했다. 이 돈은 '대외정책첩보소재 개발사업비'에서 빠져나가 현금으로 인출됐고 F 담당자→B 과장→지 전 참모장을 거쳐 조 전 사령관에게 전달됐다.

조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방식으로 ▲ 2016년 4월 5일 500만 원 ▲ 2016년 5월 9일 1000만 원 ▲ 2016년 5월 11일 500만 원을 가져오게 시켰다. 앞서 1000만 원을 포함해 총 3000만 원이 허위 계획에 따라 조 전 사령관에게 지급된 것인데, 이 돈의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군영향력차단사업? 대부분 예비역·보수단체에 쓰여
  
이외에도 기무사는 공식적으로 '대군영향력차단사업'이란 예산을 편성해 ▲ 예비역 초청행사, 세미나, 생일·명절 선물 등 제공 ▲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자 선정'을 통한 예산지원 ▲ 재향군인회 수의계약 연장 등 예비역·보수단체별 여망사항 해결 ▲ 시·군·구 단위의 '지역별 안보협의회' 구성 ▲ 인터넷 사이버 전사 양성 및 예산 지원 등을 진행했다.

그러다 정치적 현안이 발생하면 예비역·보수단체나 예비역 장성들의 집회·시위 개최, 성명서 발표, 기고문·신문광고 게재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편성된 예산은 2016년에만 4억 4729만 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 기무사령관이 주관하는 예비역 단체 초청행사 3000만 원 ▲ 예비역 장성들에게 생일이나 명절 때 선물을 보내는 비용 4000만 원 ▲ 안보활동전담관 제도(대령급 이상이 핵심 예비역·보수단체를 관리) 운영 2000만 원 ▲ 예비역·보수단체 세미나 지원 비용 3000만 원 ▲ 각 지역 안보협의회 운영 1억 7680만 원 ▲ 재향군인회 해외지사 초청행사 비용 4224만 원 ▲ 예비역 장성, 예비역·보수단체 관리 1억 175만 원 등이다.

검찰은 "헌법 제5조는 군인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무사는 2008년경부터 예비역을 친정부 후원세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유사시 결집시켜 정권 재창출에 활용할 목적으로 관리해왔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 전 사령관에게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수사했던 군·검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미국으로 도피한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검사가 수사를 중지하는 것으로 수사 종결과는 다른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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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