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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지는 경우는 하도 흔해 이를 맞닥뜨려도 별반 놀라지 않는다. 되려 반대의 경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예컨대 어떤 관문을 통과한 자가 '나는 더 이상 진입장벽 저편에 있지 않으니 관심 없다'거나 '내가 들어왔으니 문을 더 좁혀야 한다'며 '무관심하기',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높은 진입장벽은 비정상'이라며 장벽을 깨려 애쓸 때가 그렇다. 그런 사람이 어디 어디 있냐고?

있었다. 자신은 독일인이면서 유대인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오스카 쉰들러가 있었고, 자신은 백인이면서 흑인 가정부들의 아픔에 공감한 소설 <헬프>의 기자 스키터가 있었다. 그리고 또 여기 있다. '비정상 기득권자'인 '비정상 변호사'들이.

지난 10일,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이하 '법학협')는 오는 18일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 것을 결의하였다. 급격하게 낮아진 합격률 하에서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양성'은 불가능해졌으니 학생들이 공부를 멈추고 광장에서 정상화를 외치겠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49.3%였고 오는 4월에 발표될 제8회의 합격률은 그보다 낮은 4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미 변호사가 된 이들 중 그 집단행동에 서명운동, 후원금 지원, 법적 지원 등의 방법으로 지원과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로스쿨 정상화를 위한 학생들의 요구는 분명 변호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변호사 진입장벽 안에 들어와 놓고도 장벽 밖의 학생들을 지지하는 것일까? 상식에 가까운 '화장실 나가면 안면바꾸기의 법칙'을 깨는 이해불가의 '비정상 변호사'들을 만나보았다.

"변호사 시장, 심각한 수준의 불황 아니다"
 
 오탈제도(평생응시금지제도)가 위헌이라고 말하는 김정환 변호사
 오탈제도(평생응시금지제도)가 위헌이라고 말하는 김정환 변호사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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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변호사는 로스쿨생들 사이에서 요즘 말로 '인싸', 'SNS셀럽'이다. 그가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SNS에 로스쿨 학생들의 심금을 울리는 로스쿨 관련 글을 자주 올리면서 유명세를 치른 것. 특히 '그곳이 지옥임을 알면서도'라는 제목의 글이 많은 공감을 샀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그곳이 지옥임을 알면서도 그 지옥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살면서 그런 지옥 한 번쯤 겪어봐야 사람 된다', '사는 게 원래 지옥이다', '지옥을 통해 수련하는 거다', '지옥을 알기에 천국은 더 소중하다'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고... 정작 지옥에 있는 사람조차 그런 사람들 말에 현혹되어 지옥 안에서 지옥을 심지어 즐기려고 자기 세뇌하며... 지옥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사람들은 말이 없다.

지옥에 너무 여러가지를 넣어도 말이 되니 슬프다. 시간과 성실은 너무 소중한 가치인데... 그것을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가치라 폄하하는 이들을 만날 때면 난 그들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된다."


다음은 김정환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변호사임에도 SNS에 로스쿨의 문제, 로스쿨생들의 아픔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야 변호사가 되어 아직 정체성이 '변호사' 아닌 '로스쿨생'이어서 그렇지 않을까?(웃음) 전북대 로스쿨 6기 졸업생이지만 2018년 7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또 다섯 번까지 시험을 보신 분들에 비할 바 아니나 두 번이나 그 끔찍한 4박5일의 시험을 치르다 보니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게 남은 것 같다.

한편으로 제자들에 대한 책임 탓도 크다. 나는 로스쿨 입학 전, 연세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법관련 과목을 강의했고 로스쿨진학준비 동아리도 지도했었다. 당시 내 지도로 로스쿨에 입학한 제자들이 로스쿨 제도 속에서 아파하고 있는데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고, 나는 지옥을 벗어났다고 안도하며 고민을 멈출 수는 없었다."

- '지옥'을 언급했는데, 최근 SNS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게시글에서 '지옥에 여러 가지를 넣어도 말이 되니 슬프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말이 된다'는 것과 '그 말이 타당하다'는 것은 다르다. 내 글의 '지옥'은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로스쿨,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추락하는 합격률에 재시, 삼시를 거듭하는 변시낭인, 그렇게 8년 이상 금전적·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도 졸업시부터 4년째부터는 다시는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오탈제도 등 현 로스쿨 제도 그 자체다.

나는, 로스쿨 제도를 본래의 취지대로 정상화시키는 것은 현재 제도에 갇힌 이들의 몫이지만 그 제도의 문제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가까스로 벗어난 기득권자의 몫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옥을 벗어난 뒤 다시는 지옥을 생각하지 않으려거나 '타당해 보이지만 결코 타당하지 않은 논거'로 그 지옥이 정당하단 말을 하는 이들을 목격하곤 했다. 답답했다. 그가 다시금 생각해 볼 것을 부탁하는 마음으로 SNS에 그런 글을 썼다."

- '지옥을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요즘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변호사의 수가 대폭 늘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라는 언론보도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도 '변호사 1인당 평균 사건 수임건수가 1인당 1.2건' 이라며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고 했는데 그 분석틀부터 비판한 최근의 오마이뉴스 기사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다른 직역보다 변호사 시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불황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설사 변호사 시장이 불황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정상화되어 변호사 수가 늘면 불황이 한층 심해진다 하더라도 그게 합격률 정상화를 막을 정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의 자격은, 변호사로서의 지식과 소양을 함양하였는가로 부여되어야지 시장논리로 부여될 성질의 것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가의 자격과 소양 갖추면 누구나 변호사가 되어야"

- 변호사 수가 늘면 당장 본인의 사건 수임료가 줄어들지 않겠나?
"민감한 얘기다. 하지만 나는 '변호사가 전보다 어려워지는 것' 자체가 본래 로스쿨 설립의 취지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늘면서 전보다 수임료가 많이 낮아졌고, 합격률이 정상화되면 지금보다 내 사건이 더 줄고 내 수임료가 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법학지식을 갖추면 변호사자격을 줌으로써 변호사의 특권을 없애려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해 변호사 수임료 낮추자고 만든 게 로스쿨인데, 그걸 지키겠다고 합격률을 통제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변호사가 늘면 대우를 못 받게 되니 이를 막아야 한단 생각이 일부 변호사들을 지배하는 것 같다. 이들은, 변호사의 수가 부족해서 그들이 누렸던 특권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정한 법률가의 자격과 소양을 갖추면 누구나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가 특권을 누렸던 것은 변호사가 되는 것이 숫자로 막혀 있었기 때문에 어려웠기 때문일 뿐이고 그것은 '권리'가 아닌 '반사적 이익'이었을 뿐이다. 자격을 갖춘 이들이 충분함에도 기득권층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진입자들 중 일부에게만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이는 그 자체로 부당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생각한다.

또 로스쿨 1, 2기 때 너무 쉽게 변호사가 됐다며 그들은 실력이 없다는 실력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일부 변호사들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로스쿨로 들어와 관심 분야의 법 수업을 듣고 공부하여 졸업 후에도 다양한 진로로 나아갔던 로스쿨 1, 2기가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로스쿨 시대의 모범 기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호사 수가 늘면 변호사들, 특히 청년변호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길은 법조계의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이지 상대적 약자인 예비 법조인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송무시장 자체는 한정되어 있대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변호사가 일해야 할 곳들이 많다. 최근 마을변호사 제도가 등장하고 법률홈닥터 제도도 잘 운영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나 일선 교육청에서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한 제도도 등장했다. 이런 것들은 로스쿨 시대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긍정적 변화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법조 시장 자체를 적극 늘리며 로스쿨의 설립취지인 대국민 법조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호사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지 다수의 예비법조인들에게 자격 자체를 주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미봉책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 내 수임료가 낮아져도 괜찮다는 얘기는 다른 변호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은지?
"첫째, 비난을 받더라도 올바른 주장이라고 생각하기에 두렵지 않다. 둘째,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스쿨 덕분에 변호사가 된 선배이자 많은 제자들을 로스쿨로 진학시킨 선생으로서 이것이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에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하겠다.

셋째, 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중 많은 이들이 나를 비난하기보다 공감한다며 함께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금의 로스쿨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 예비법조인인 후배들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 아파하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어느 정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사법시험을 거친 변호사래도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느끼며 사법개혁에 공감했던 많은 변호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특권 유지 위해 고시 형태로 만드는 것은 정당하지 못해"
 
 김정환 변호사의 연세대 연구교수 시절 모습
 김정환 변호사의 연세대 연구교수 시절 모습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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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면 변호사의 질이 낮아져 그것이 오히려 공익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러한 주장은 한마디로 '시험 위주의 성적 프레임'으로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자였던 이로서도 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그 시험에서 소수를 선발할수록 보다 우수한 인재가 배출된다는 사고에 동의하지 못하고 이에 반대한다.

변호사시험 공부를 하면서 과연 이런 정도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는가 생각했다. 이는 시험을 위한 공부이지 진짜 변호사 업무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실제로 변호사가 되어 업무를 해 보니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았던 1, 2기들 수준의 공부만으로도 변호사업무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로스쿨을 설계한 법조인, 법학자들도 바로 그 생각에서 로스쿨을 만들며 강력하게 절대평가 내지 자격시험화를 주장했지만 그것이 좌절되었기에 지금과 같이 로스쿨이 비정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 김선수 대법관 등 당시 사법개혁위원회의 초기 설계자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현재 응시자 대비 40%대의 합격률 때문에 변호사시험의 합격점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 때문에 로스쿨 학생들은 실무에서 불필요한 '너무나도 어려운 시험을 위한 공부'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진짜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로스쿨 실무 교육이나 전문변호사로 나아갈 특성화 교육이 사장되고 있다.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또 한 가지 이러한 '시험 위주의 성적 프레임'의 숨은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의도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변호사의 특권 유지'다.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호사의 자격 기준을 진입장벽 높은 고시 형태로 만드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 최근에, 오는 18일에 있을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위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총궐기대회'를 지지하며 적지 않은 돈을 후원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후원한 이유는?
"현재 로스쿨 제도는 어떻게든 버텨서 어떻게든 경쟁을 뚫고 시험을 통과해야만 되는 것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제도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제도의 부정자 내지 부적응자, 루저가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해가 갈수록 절반 이상 합격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데 시험을 치를 때까지는 이를 고민하기도 말하기도 어려운 거다.

그만큼 현재의 로스쿨은 충분히 비정상이고 '로스쿨 정상화'가 너무도 필요하다.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또 그래서 경쟁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정상화를 외치는 후배들이 고마워 적게나마 힘을 보탰을 뿐이다.

나는 오는 18일의 로스쿨 학생들이 로스쿨 정상화 및 자격시험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밥그릇 싸움'이나 '합격률 떼쓰기' 등으로 비추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 그러려면 적어도 이 바닥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언뜻 그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비출 수 있는 주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스쿨 정상화는 변호사의 이익에 반하는 측면이 있대도 분명 공익이라고 믿는다. 앞서 언급했듯 법조인이 특권을 내려놓자며 사법개혁 취지로 만든 것이 로스쿨이고, 법조인의 특권이 더 줄고 법조인의 수가 늘어나야 국민이 법에 접근하기 쉽고 사회 곳곳에 법조인이 진출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지금의 로스쿨은 그저 고시생이 되는 관문에 불과"
 
 전북대로스쿨 재학시절 로스쿨정상화 시위에 참여하던 모습 (맨뒤 오른쪽에서 네번째)
 전북대로스쿨 재학시절 로스쿨정상화 시위에 참여하던 모습 (맨뒤 오른쪽에서 네번째)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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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들에게 왜 고맙다는 것인가?
"나는 시험만을 위해 공부할 때에 로스쿨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었음에도 공부한다고 침묵했던 사람이다. 또 변호사가 되어서는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하여 논의하고 토론하며 개선을 시도해 볼 개인적 소통 창구도 없었고 이제 그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서 '로스쿨 정상화'를 외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로스쿨 정상화를 위해 후배들이 용감하게 나선다고 하니 어떻게 고맙지 않겠나.

고마움뿐 아니라 미안함과 안타까움도 크다. 과거 교수시절의 제자들 중 최근에도 로스쿨에 합격했다면 인사해 오는 제자들이 있다. 내가 선생이던 시절에는 그들에게 "보람되고 즐거운 로스쿨 생활이 되길"이라며 인사해 주었다. 최근에는 로스쿨에 합격한 제자들에게 그저 "고시생이 된 것을 축하한다. 고시 생활 잘 버텨내길 바란다"고 해 준다.

시험 공부를 하는 후배, 제자들에게는 힘내라는 말도 못한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힘이 날 리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잘 버티자. 버텨보자"라고만 인사한다. 지금의 로스쿨은 그저 고시생이 되는 관문에 불과하다.

현 로스쿨 1, 2학년인 제자들을 만나 보면 무력감에 눌려 있었다. 바꿀 수 없으니 그저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엄청난 경쟁을 뚫고 로스쿨에 입학한 전국의 로스쿨생들 중 두 명 중 한 명 이상을 제쳐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제도 자체가 문제이고 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내 제자들이 이렇게 자신이 속한 제도의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고시생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 훌륭한 녀석들이 진짜 실무교육, 진짜 전문적 법조인양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저 인터넷강의에 의존해 구시대적 고시공부에만 매몰되는 것을 보고만 있기에는 그래도 한때 '선생'이었기에 괴롭다.

- 로스쿨 정상화는 학생들 당사자가 나서야 하는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도 중요하지만, 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장애인이 공감해야 하고, 여성문제를 해결하려면 남성이 공감해야 한다. 자기의 권리를 자기가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권리로서 인정받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주체들도 함께 나설 때 진정한 변화가 있었던 역사가 참으로 많다.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작아 투표권을 줄 수 없다면, 코끼리에게는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기도 한 세계최초의 여성인권운동가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아내인 헤리엇의 권리를 위해 싸운 것이고, 결국 밀과 같은 남성인 여성인권운동가들의 공감과 연대가 여성인권 쟁취의 역사를 함께 만들었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지금 법조계에 필요한 것은 선배 법조인들이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후배 예비법조인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듣고 함께 답을 찾는 것이 아니겠나. 당사자들의 주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공감이, 연대가 문제를 해결한다.

변호사가 되면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품었던 고민들을 잊기 쉽다. 하지만 지옥을 벗어났다고 그저 안도하며 지옥에 있는 이들 문제는 도외시하는 것은 올바른 선배의 모습도, 올바른 기득권자의 모습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탈제도는 로스쿨 제도의 가장 참혹하고 가장 위헌적인 문제"

- '로스쿨 정상화'를 위해 또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최근 대한변협 대의원에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서울변회에는 교육위원회에 가입 신청을 하였다.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에 관한 구체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또 변호사시험법 제10조가 사법시험법 제4조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 부분의 법적 문제를 검토 중이다.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과 다를 바 없다면 로스쿨의 교육은 파행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변호사시험법 제10조는 과거 사법시험과 다를 바 없이 시험관리위원회가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의 의견을 들어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수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양성기관, 교원양성기관 등 다른 전문교육기관의 자격증 부여 방법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에 관하여 다른 전문교육기관과 같은 내용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마련하는 내용 등의 입법청원 방안을 로스쿨 학생들과 검토 중이다.

한편 변호사시험과 관련하여 오탈제도가 위헌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 헌법소원 등을 준비중이다. 이른바 오탈제도란, 로스쿨 졸업년도부터 5년간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평생응시금지제도'를 말한다. 그 5년 내에 출산도 질병도 고려되지 않는다니 이는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질 않는다.

헌법 수업시간에 배운 대안적 사고방식, 즉 최소침해성 원리는 어디로 갔는가? 너무 큰 사익의 침해는 위헌이라는 법익균형성의 원리는 어디로 갔는가? 내가 공부한 공법원리에 비추어 보면 이는 위헌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오탈제도는 로스쿨 제도의 가장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장 참혹하고 가장 위헌적인 문제일 수 있다. 과거 로스쿨을 경험한 이로서 사명감을 갖고 이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 마지막으로 전국의 로스쿨생 등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 번 이번 시위를 결의하고 또 시위에 나서주는 제자들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로스쿨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손내밀기 전에 먼저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선배 법조인으로서 나는 여러분을 지지하며 로스쿨 정상화를 위해 나 역시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는 말도 전한다. 우리는 꼭 로스쿨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 함께 힘내자!

또 이미 노력해온 분들이 많음을 알지만 법조계의 여러분이 지금부터는 더더욱 후배 예비법조인들을 위해, 우리 법조계를 위해 로스쿨 정상화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민분들께서 모쪼록 직접 관련 분야가 아니더라도 로스쿨의 문제에, 로스쿨생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법으로 먹고 사는 이가 아니래도 로스쿨을 둘러싼 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조계 관련자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엔 그것이 나의 이익, 우리 사회의 정의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히 오는 2.18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총궐기대회에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또 많은 이들이 함께 응원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WHY 로스쿨? WHY 로스쿨정상화?' 연재기사 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은선 기자는 현재 로스쿨 재학생이며,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TF 언론대응팀 소속입니다. 기사의 원고료는 전액 '로스쿨 정상화 운동'에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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