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편 재승인 심사 원칙 처리를 요구하는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종편 재승인 심사 원칙 처리를 요구하는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사진보기


안녕하세요? 방송통신위원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회(아래 민언련) 사무처장입니다. 오늘 아침도 저는 광화문 광장에 나가 피켓을 들었습니다. 언론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게 저의 일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국민에게 알리고 언론과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를 향해 하고픈 말을 해야 했습니다. 먼저, 사진 속 제가 든 피켓에 적힌 문구를 주목해주십시오.

'재승인 심사 탈락한 종편은 TV조선
TV조선 날리려니까...떨려?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 성적표를 공개하라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 원칙대로 처리하라'

지난 2월 24일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 재승인 심사를 마쳤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결과였습니다. <JTBC>와 <채널A>가 종편 재승인 기준 합격점(650)을 통과한 반면, <TV조선>은 점수 미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과 원칙대로라면 <TV조선>은 퇴출돼야 합니다. 하지만 방통위 주변에 흐르는 은밀한 기류가 감지 됐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방통위원들에게 여야 의원들의 로비가 벌어지고 있고, 방통위는 <TV조선>의 구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 심사결과 '조건부 승인'을 의결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입니다. 저는 이것은 '방송농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출근길,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틈에서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었습니다. 국정농단에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침묵의 1인 시위를 했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2주째 매일 아침 광화문 광장으로 출근해 '나 홀로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입니다. 방통위는 <TV조선>이라는 방송사 재승인을 거부해야 합니다. 

한 달 다 되도록 심사결과 공개 안 한 방통위

국민들의 바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월 민언련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모은 1만 4500여명의 목소리도 한마디로 줄이면 '법과 원칙에 따라 심사 해달라'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 93%가 TV조선을 퇴출 1순위로 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통위는 국민들의 바람과는 어긋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선, 방통위는 심사결과를 한 달이 다되도록 공개하거나 의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와 전국 5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사회단체연대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적표 공개와 재승인 거부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TV조선>의 대대적인 개편은 '조건부 승인'을 전제로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0일 <조선일보>가 지면을 할애해 TV조선 개편안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짜여진 각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방통위의 재승인 거부 법정청문회를 3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방송법 101조는 재허가 또는 재승인을 거부하는 경우, 허가 승인 또는 등록을 취소하는 경우에 한해 청문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봤습니다. 과연 환골탈태의 의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그려집니다. 내용을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보도와 교양, 예능 프로그램 1:1:1로 균형 편성 ▲예능과 교양 등 상반기에만 10개 넘는 프로그램 제작 ▲출연자 심의제재 1회 받으면 퇴출 

3년 조건부 재승인 후 오히려 늘어난 징계


방통위원님들 기억하시나요? 방통위는 지난 2014년 종편 재승인 당시에도 <TV조선>의 방송행태를 꼬집으며,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습니까. 오보와 막말, 편파보도로 징계를 받은 집계결과 2014년 95건에서 2016년 161건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출범 당시 콘텐츠 투자 계획서에 밝힌 금액의 16%밖에 이행하지 않아 3750만 원의 과징금을 냈습니다. 2016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4년 제출한 투자계획을 82%만 이행해 또다시 45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TV조선>의 이런 방송행태를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겉으로는 방통위에 납작 엎드린 척을 하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 정작 방송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립서비스만 했다는 겁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게 아니라 눈 가리고 아웅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약속을 저버린 게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시장을 어지럽히고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건 방송농단입니다. 지난 2월 3일 <TV조선>에서 연출된 장면이 이를 보여줍니다.

<뉴스를 쏘다>에 대담자로 나온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이 안희정, 문재인 두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을 합니다. 곧 '류근일 주필의 발언은 개인적 견해'란 자막이 등장합니다. 공정한 방송이라면 지켜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곧 엄성섭 앵커가 이렇게 말합니다.

"(바로)옴부즈맨 제도가 들어와 가지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계적으로 이렇게(자막을 보며) 얘기할 수밖에 없다."

<TV조선>의 '바로옴부즈맨'이 막말을 감시하고 정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이어지는 류씨의 발언은 한술 더 뜹니다.

"굉장히 겁을 먹으시는구나. 미안합니다. 내가 엄성섭씨 겁줘서 죄송합니다. 방송심의위원 여러분 죄송합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규제, 그리고 규제기구인 방송통심심의위원회를 대놓고 방송에서 비웃고 있습니다. 방통위가 이런 모욕까지 견디면서 <TV조선> 재승인을 의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법과 원칙에 따를 의지 없으면 퇴출해야

영화 <부당거래>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역할을 외면하는데도 심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6년간 폐해와 해악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온 종편의 보도행태에 대답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법처단(依法處斷)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방송을 운영할 의지가 없으면, 퇴출해야 합니다. 이게 정의고 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묻습니다.

방통위원님, <TV조선> 날리려니까 떨리십니까? 저는 불합격점 받고도 버젓이 살아남아 일년동안 또 다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TV조선>을 생각하니 치가 떨리네요.


태그:#방통위, #민언론, #TV조선
댓글14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