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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청약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 4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강동구)의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냉기가 강북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사진은 2016년 11월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청약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 4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강동구)의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냉기가 강북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사진은 2016년 11월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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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트렌드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떤 책이 잘 팔리는가를 보는 것이다. 요즘 서점가에 재테크 분야 베스트셀러는 단연코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들이다. 상위권에 포진한 책들은 부동산 투자, 경매 투자, 임대소득 올리기 관련 책들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단순히 내 집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라는 조언이 아니라,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투자수단으로써 부동산을 언급하고 그 방법을 말하는 책들이다. 그런데 과거에 부동산은 일반인에게는 투자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보통 사람들이 마련하기에는 큰돈이 필요한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 바뀐 것은 적은 비용으로 투자금 조달이 가능한 저금리라는 환경 때문이다.

금리가 낮으면 내 돈이 없더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은 담보대출이 가능하므로 상대적으로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투자대상이다. 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고, 이자는 임대수익으로 부담하다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보고 파는 것이 기본적인 부동산 투자의 구조다. 낮은 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몰려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비용도 적고, 위험도 적은 썩 괜찮은 투자방법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투자 붐은 이런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 붐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들의 주요 구매자가 주부들이나 부인에게 사다 주는 남편들이라는 점이다. 요즘 같은 장기불황에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 보니 집에서 살림과 육아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대다수 주부들과 남편들이 느끼면서 발생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책뿐만 아니라 각종 경매강좌나 부동산투자 온라인카페 또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남녀나 계층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아마도 저금리 시대를 사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당장 돈을 더 벌기 위해 뭐라도 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어려운 시대에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는 과연 누구나, 그리고 손쉽게, 무엇보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까?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는 법이다. 부동산 투자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경매는 마법의 요술봉인가?

경매는 한번 유찰될 때마다 20%씩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잘 고르면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적이다. 경매로 돈을 벌려면 시세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혹은 부동산을 여러 개 낙찰받아 임대사업으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후자는 자본이 필요하니 대부분 전자를 생각할 것이다.

경매는 해당 물건에 받을 돈이 있다고 주장하는 항목들에 대한 권리분석이 핵심이다. 낙찰 받은 사람이 인수해야 할 권리와 그렇지 않은 권리를 잘 분석해야 그 물건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싸다는 이야기는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말과 동의어다. 이 경우 위험이 높으므로 사람들이 낙찰을 받으려 하지 않아 계속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물건을 낙찰 받으려면 법률이나 세무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권리분석으로 낙찰 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반대로 권리분석이 간단한 물건은 위험이 적고 따라서 낙찰가도 높아 별다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변수가 많다. 낙찰을 받아 잔금을 치르고 (자기자본이 부족하면 경락자금대출을 이용한다) 그것을 되파는 과정이 생각처럼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 부동산이 한두 푼 하는 상품이 아니지 않은가? 생각처럼 잘 팔리지 않는다면 대출받은 이자만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세입자 명도(세입자를 내보내는 것) 과정도 걸림돌이 된다. 법률적으로 아무리 낙찰받은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 해도 보증금을 날린 세입자가 완강하게 버티면 심리적인 고통과 금전적인 손해를 겪어야 한다.

적은 자본으로 여성들이 부업처럼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부동산 투자가 가진 위험이나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도하는 대로 순조롭게 상황이 흘러가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결국 부동산 투자도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은 투자에 있어 불변의 법칙이다. 부동산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나는 투자형 인간인가?

사람들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앞서 돈을 벌 수 있는지만을 고려하지 자신이 과연 투자형 인간인지에 대한 판단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나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에 따른 정신적 힘 소위 멘탈의 강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해야 하는 성실성 같이 여러 가지 태도나 자질이 필요한 행위이다.

한 부동산 투자 서적의 주인공은 젖먹이를 업은 채 절박한 마음으로 부동산 공부에 매진하고, 아이들을 양손에 잡고서 현장 조사에 나서며 쉬지 않고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녀의 경험담은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그러나 같은 행동을 과연 나도 할 수 있는 것일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당신이 게으르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것은 절박함이나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투자라는 행위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은 직업처럼 재미와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분석이다.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며 경매를 공부하고 스터디 그룹을 짜고 실제로 오피스텔을 낙찰받았던 한 지인은 오피스텔을 팔아 버리고 부동산 투자를 그만하겠다고 고백해 왔다.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동안 기르던 화초는 다 말라 죽었고 아이들을 위해 투자를 공부하는 것임에도 정작 시간이 없으니 아이들은 뒷전이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함께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통해 "돈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은연 중에 공유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 두 명 중 누가 더 올바르다고 논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가치판단의 문제이자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태도나 생각은 모든 사람이 획일적이지 않다. 누구는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나 행동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누구는 그렇지 않다. 많은 빚을 지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내가 투자형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삶에 대한 의지나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을 뿐이다. 

만약 투자형 인간이 아님에도 억지로 투자를 한다면 아마도 실패할 가능성이 성공보다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그러기에 투자를 하기 전 자신의 가치관이나 멘탈, 돈에 대한 생각을 냉정하게 점검해 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억척스럽게 보일 정도로 투자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과연 나는 실천할 수 있을까? 수억대의 빚을 지고 발 뻗고 잘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면 굳이 부동산투자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부업으로 투자에 성공한다는 환상

부동산 투자 관련한 책들의 셀링 포인트를 보면 한결같이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시간이 넉넉지 않더라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들이다. 쉽게 부동산 투자에 접근하게 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투자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자 실패의 위험성이 늘 함께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 대부분 부채라는 리스크를 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성공의 사례만을 부각하다 보니 나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를 직업으로 삼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업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맹수가 득시글한 정글에 순진하게 맨몸으로 뛰어들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만약 당신이 투자형 인간이라고 판단되며 투자를 제대로 해 보겠다면 직업적 투자자가 되어 온 에너지와 시간을 100% 투자에 다 쏟아야 한다. 강한 멘탈과 성실성, 열정 또한 투자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부업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지금 먹고살 수 있는 소득이 나오는 본업조차 망치는 지름길이다.

인간이 가진 에너지와 생각의 대역폭은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가 정해져 있기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것은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직업적으로 해도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세계가 바로 투자의 세계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투자의 세계 역시 프로가 되어야지 아마추어는 생존할 수 없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후회없는 돈 쓰기를 안내하는 신개념 돈관리 사이트 머니네비(www.moneynavi.co.kr)의 생활경제컬럼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투자, #부동산, #저금리,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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