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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찾아 산티아고>(푸른향기 펴냄) 책을 낸 정효정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남자 찾아 산티아고>(푸른향기 펴냄) 책을 낸 정효정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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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 괜찮은 사람 많아요." 지인의 한 마디에 짐을 꾸렸다. 5개월 동안 1만 2000km 실크로드를 혼자 여행하고 오더니, 이제는 '사랑'을 찾겠다며 산티아고로 떠났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걸어야 할 길이 무려 800km이다. '한국에서는 1km만 넘어도 택시를 탄다'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 힘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

"괜찮은 남자 나타나면 바로 손 잡고 바로셀로나로 가려고 했는데, 안 나타나더라고요."

초반엔 오기로, 일찍 포기하면 '쪽팔릴까봐' 걷기 시작해 마지막엔 걸은 게 아까워 36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는 이 여자. 그 길을 걷고 나니 '반드시 ~해야 한다'는 한국식 기준에서 자유로워졌단다. 내가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면 되지 '굳이'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매달려 살 필요가 있냐는 거다.

"'넌 반드시 결혼해야 해' 등 '반드시'라고 주어지는 것들을 한국을 떠나 길에서 생각해보니 '굳이'가 되더라고요. 자기가 판단해서 결혼이, 연애가 도움이 되면 하고, 안 되면 버리면 되는데 말이죠.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해'에 너무 시달리는 것 같아요."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결혼 여부가 아니라 네가 너인 채로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자기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

"한국에선 이런 사람이고 이래야 한다가 있는데, 거기에서 벗어나 오래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면 '이렇게 안 해도 되는구나' 하는 기준점이 다시 맞춰지는 것 같아요."

"뭐 거기까지 가서 남자 찾냐"는 이들도 있다지만, <김종욱 찾기>에 나온 대사처럼 "인연을 붙잡아야 운명이 되는 거지" 가만히 있는데 이뤄지는 건 없다. 사랑을 찾아 떠난 그녀의 여행기는 책으로 나오기 전 같은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기도 했다. (☞ 연재 페이지 바로 가기)

지난 10일 <남자 찾아 산티아고>(푸른향기)를 펴낸 정효정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만나 800km 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산티아고 물 좋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지도 물었다. 그와의 유쾌한 만남을 전한다.

"남자 찾는 게 왜 불온? 고민없이 지냈던 소중한 시간"

차라리 유니콘을 찾는 게 나을 뻔 했다
▲ 맘에 드는 남자를 찾아 떠난 800km의 길 차라리 유니콘을 찾는 게 나을 뻔 했다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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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
▲ 순례자들 에스텔라로 향하는 순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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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책 제목에 대한 반응이 뜨거울 것 같다. 어떤가?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에도 다뤄졌듯이, 한국에서 남자가 여자를 찾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여자 입에서 '나 남자 찾아'라고 욕망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이 많은데 남자들은 다르다. '그렇게 궁하냐'고 무시하거나 '서양 남자 만나러 가는 허파에 바람난 김치X'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나보다 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한번은 아빠가 댓글을 다셨다고 하더라. '책을 읽어보면 그런 내용 아니란 걸 아실 겁니다'라고.

한편에선 '신성한 순례길에 왜 남자를 찾냐, 나를 찾아 걷는 길인데' 이런 반응도 있었다. 남자를 찾는 것 자체가 불온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자아를 찾아갈 순 없지 않나. 잘 있는 자아를... (웃음)"

- 표지도 인상적이었다. 손을 잡고 고개 돌린 네 남자들. 미리 구상한 건가?
"여행 전에 콘셉트를 잡고 갔다. 사진 찍은 사람 중엔 친한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다. 친한 사람들은 장난처럼 '고개 돌려봐' 하고 몇 번 다시 찍기도 했는데, 처음 만난 사람과는 아무래도 어색했다. '나랑 사진 좀 찍을래?' 그러면 상대가 '응' 하는데, 내가 '등 돌려서 저쪽 봐'라고 해버리니까. 일본 친구같은 경우 굉장히 당황해했다. (기자 : 표지에서 앞을 보고 있는 사람도 한 명 있던데) 내가 그렇게 뒤를 보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앞을 고집한 사람이다. 그래도 다들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산티아고에 괜찮은 사람 많아요'라는 꼬임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꼬임은 사실이었나? 
"(한숨) 산티아고 길을 걷는 이들 연령대가 높다. 은퇴자 버킷리스트 1위라고 하더라. 30~40대 남자들이 많지 않다. 그보다 어리거나 나이 많은 분들이 많다. 또래가 있어도 이분들은 정말 인생에 고민이 있어 온 거다. 순수하게 순례만 하고 싶어서. 그래서 흑심은 나만 품은 걸로(웃음). 지인은 내가 산티아고 길 갔다왔다고 하니까 '거기 여자한테 흑심 품고 걷는 남자들 많다던데' 하더라. 그래서 '내가 바로 그 흑심 품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 '한국에선 1km만 넘어도 택시를 탄다'면서 무슨 힘으로 이 길을 걸었나?
"그러게 말이다. 처음에 '남자 찾아 산티아고 갈 거야' 하니까 주변에서 '넌 며칠있다 포기할 거야' 하면서 다들 비웃었다. '얼마 못 걷고 내려오면 쪽팔리겠지' 싶은 맘이 있었다. 사실 800km를 다 걸을 생각은 없었다.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손 잡고 바로 바로셀로나까지 가려고 했는데... 나도 다 걸을 줄은 몰랐다. 근데 (남자가) 안 나오더라. (웃음) 초반엔 오기로, 중간부터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다니는 게 재밌어졌고, 걷는 것도 익숙해져 걸었다. 마지막엔 이만큼 왔는데 포기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걸었고. (웃음)"

- 짐을 지고 걷는 게 너무 힘들지 않았나?
"처음엔 힘들어서 5~10유로 내면 다음 지점까지 짐을 옮겨주는 '동키 서비스'를 2번 이용해봤다. 근데 그 5유로가 매일 쌓이면 엄청나겠더라. '차라리 그 돈으로 고기 사먹자' 해서 나중엔 지고 다녔다. 내 배낭은 10키로 정도로 그래도 가벼운 편이었다. 한국 사람은 짐을 적게 해서 다니고 유럽 사람들은 배낭이 커도 다 짊어지고 다닌다."

- 여행지에서의 사랑, <김종욱 찾기>같은 운명을 기대한 건가?
"이왕이면 <비포선라이즈>로. (웃음)"

- 다시 갈 수 있겠나?
"갈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남자 찾아 가는 건 힘들 것 같다. 해봐서 아니까. 좋아하는 사람들 데리고 같이 가고 싶다. 여기 가보니까 좋더라 하고... 댓글에도 '뭐 거기까지 가서 남자 찾냐. 차라리 국토 종단해라' 별의별 댓글이 다 있더라.

사실 난 걷는 여행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길에서 사람 만나고, 풍경 변하는 거 보고, 생각하는 게 좋더라.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30일 보내는 게 좋았다. 그냥 멍 때리는 시간을 30일 가질 핑계로 다시 가고 싶다. 어렸을 때 방학에 얼마나 멍하니 있나. 나는 멍하니 있었던 그 시간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굳이 뭔가를 찾으려고 안 해도 되고 여유있는 시간,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안 가져도 되는 시간들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산티아고는 다른 여행이랑 다른 게 숙박지, 이동 거리 이런 걸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오늘 몇 키로 걷지' 하다가 자기가 못 걷겠으면 못 걸어도 되고 중간 숙소에서 쉬면 되니까. 딱히 고민할 게 없다. 일어나서 걷다가 쉬다가 걷다가 쉬다가 해도 된다. 그거 자체가 귀중한 시간이다.

2014년에 5개월 동안 실크로드 여행 다닐 땐 진짜 힘들었다. 나라가 바뀔 때마다 어느 국경으로 넘어야 하고 환율 어떻게 되지를 고민해야 하니까. 이곳 정보들은 <론리 플래닛>에도 잘 안 나왔다. '어디 가서 어느 방향으로 히치하이킹 하세요' 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때는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이번 산티아고를 걸으면서는 불면증도 나았다. 사람이 30km씩 걷는데 어떻게 안 자고 배기겠나. 또 걱정 근심이 없으니까 불면증이 나았던 것 같다."

"여행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연습할 수 있는 기회"

<남자 찾아 산티아고>(푸른향기 펴냄) 책을 낸 정효정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남자 찾아 산티아고>(푸른향기 펴냄) 책을 낸 정효정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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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작가 일이 매일매일 굉장히 바쁠 것 같은데, 여행 가는 데 현실적인 제약같은 건 없었나?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큐나 일이 들어오면 하는 식이라 괜찮다. 프로그램을 맡아서 할 때에는 정말 힘들게 일했다. 방송이 아침이면 새벽까지 대본 쓰는 식이었다. 그때는 여행을 생각만 했다. 여행을 갈까말까 했는데 계기가 생겼다. 어느 순간 원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단순히 결혼을 안 한 미혼이란 이유로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갑자기 소수자가 된 것인데, 이 정도로 소수자가 될 정도면 다른 소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결혼해서 다시 원 안에 들어서야 하나 소수자로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결혼 안 했다는 이유로 차별이나 모욕적인 말을 듣고, 그 말에 반응하면 히스테리적이라고 하고. 회사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정 작가가 이러니까 시집을 못 가지'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잘못은 니가 하고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지' 싶었다. 그 테두리 안에 들어가 살기엔 안 맞았다. 그냥 원밖으로 나와야겠다 생각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장기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2014년, 5개월 동안 실크로드 여행을 떠나게 된 거다."

- 지금까지 다닌 나라가 몇 개 정도 되나?
"20여 개국. 짧게 간 나라는 거의 없다. 짧은 게 3개월 정도. 내가 게으르고 느려서 빠듯하게 못 움직인다. (웃음) 일본에는 1년 정도 있었고, 호주엔 2년, 캐나다에 9개월 정도 있었다. 인도는 3개월씩 2번 다녀오고, 실크로드엔 5달 다녀왔다. 그래도 아직 아프리카도 그렇고 남미에도 못 가봤다."

- 36일 동안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했나?
"가면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할 것 같지만, 걷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나는 누구인가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때 그때 화두가 떠오르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거 있었던 직장 상사와의 일, 음악 등. '그때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나중엔 생각하는 게 지겨워서 오디오북을 듣고 다녔다. 그놈의 직장상사 그만 떠오르라고 해!(웃음)"

카스트라 헤리즈
▲ 평원위에 우뚝 솟은 성 카스트라 헤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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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걸어도 숫자는 0.5밖에 변하지 않았다
▲ 500 미터마다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석주 아무리 걸어도 숫자는 0.5밖에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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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 것 같다. 가기 전에 준비 좀 했나?
"그럴 리가.(웃음) 원래 해야 한다고 하더라. 딱 한 번 천호동에서 한남동까지 한강 20km를 10킬로 배낭을 메고 걸은 적이 있는데 걸어볼 만했다. 산티아고 길 초반에는 물집이 엄청 잡혔다. 그 물집을 치료해주러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초반엔 걷는 법도 모르고 스틱 사용법도 모르니 엄청 힘들었다. 괜찮은 남자가 없었을 수밖에 없었던 게 내가 너무 느려서 걷다보면 빠른 사람들은 다 가버리고 주위에 할머니밖에 없더라. 할머니들이 나 괜찮냐고 걱정하고. (웃음)"

- 걸으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1년 6개월을 걸은 20대 후반의 미첼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베네치아 근처가 자기 마을인데 거기서부터 걸어서 산티아고까지 온 거다. 말이 순례자지 그냥 홈리스같아 보이기도 한다. (웃음) 돈 없으면 외양간에서 자고 오고. 그런데 주변 사람들한테 항상 사랑을 베푼다. 다리가 아프면 마사지 해주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요리도 하고...

미첼이 이탈리아에 있을 때에는 자기 자신을 너무 평가절하하고 혹독하게 생각했단다. 근데 걸으면서 보니까 자기가 의외로 할 줄 아는 게 많은 사람이었던 거다. 요리도 할 줄 알고 사람도 치료할 수 있고. 돈이 많아야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다. 그 친구는 길을 떠나서 정말 깨달음을 얻었다. 성공을 위한 삶에 매진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 하면서 적게 벌고 살아도 되는 걸 알게 된 거다.

아이린은 평생 결혼을 안 했는데 딸이 하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그래도 자기 인생은 괜찮았다고 '니가 힘든 건 남들 눈 때문에 그런 건데 그것만 아니면 괜찮지 않아?' 그런 말을 해주더라. 그런 조언들이 도움이 됐다.

미국에서 온 도널드 아저씨. 딱 하루 만났는데 너무 많은 얘기를 해줬다. 인생에 대한 얘기였다. 다들 '너 행복하니'라고 묻는데, 그 아저씨는 행복은 좇는 것 자체가 힘이 드는 거라고 하더라. 행복을 좇다가 시간이 다 가니까. '그때 그때 니가 행복한 걸 알아차리기만 하면 돼'라고 말하는데, 그게 불교에 나오는 알아차림이었다. 기독교 믿는 사람인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 나는 그 사람이 신이었던 것 같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내게 그 얘기를 해주려고 거기 앉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고민이 연애 안 하면 루저같고, '연애 안 하고 뭐하니' 하는 남들 눈 때문에 괴로웠던 건데 도널드 아저씨는 '크게 봐서는 니가 하는 고민들이 대단한 게 아니다. 니가 너인 채로 사는 게 중요한 거'라고 하더라. 누가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겠나. '네가 변함이 없다면 결혼이라는 선택이 큰 게 아니'라고. 사람들의 그런 말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같은 질문을 한국에서 던졌으면 어떤 답이 나왔을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있었다
▲ 산티아고 길의 한국인 여성 순례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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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지 어제 알았을까. 오늘 내가 이렇게 멋진 만남을 가질지 어제 알았을까.
▲ 카스트로 헤리스의 일몰 오늘 내가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지 어제 알았을까. 오늘 내가 이렇게 멋진 만남을 가질지 어제 알았을까.
ⓒ 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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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으면서 생각이 바뀐 건 없나? 예를 들어 사랑이나 결혼이나 그런 것들. 아니면 더 확고해진 생각이라든가.  
"여행이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떨어지는 거지 않나. 여기서는 누군가의 딸이고 선배이고 후배이고 한데 아무런 관계 없는 곳에 혼자 가 있는 것. 나 자신을 다시 셋업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한국에선 이런 사람이고 이래야 하고 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 오래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면 '이렇게 안 해도 되는구나' 하는 기준점이 다시 맞춰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35살 넘으면 얼른 결혼 해야 해', '왜 결혼 못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말로 자존감을 깎아내리기만 하지 않나. 여행을 떠나 다양한 사람과 얘기를 하다보면 '타이틀이 없어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 시간을 오래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짧게 말고 길게. 일주일 짧게 벗어나 있게 되면 나는 그대로이고 관광지를 보는 건데, 조금 멀리 가서 뭔가를 봐야 한다는 목적없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볼 시간이 생기지 않나. '마음을 이렇게 잡아야지' 하는 훈련이 되는 것 같다."

- 지금까지 여러 곳을 다녔는데, 추천해줄 만한 여행지가 있다면?
"키르기스스탄. 저렴하고 안전하고 깨끗하다. 여행자를 위한 제반시설도 잘 되어 있다. CBT라고 공정여행을 위한 민간 단체가 있는데, 그곳을 통해 민박이나 여행을 공정 가격에 안내 받을 수 있다. 탁 트인 평원에서 말을 타거나 고지대 호수에서 잠을 자거나 하는 여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관광지랑은 거리가 멀고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이다."

- 800km를 걸으면서 얻은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얻을 것이 있다면 취하고 없다면 버릴 일이다'. 넌 반드시 결혼해야 해 등 '반드시'라고 주어지는 것들이 길에서 생각해보니, 한국을 떠나 생각해보니 '굳이'가 되더라. 자기가 판단해서 결혼이, 연애가 도움이 되면 하고, 안 되면 버리면 된다.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해'에 너무 시달리니까. 타인의 시선에서 한 번쯤은 벗어나보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떨어져나와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는 거다. 길 위에서."

-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다시 에스토니아로. 거기에서 배를 타고 북유럽에 가고 싶다."


태그:#남자 찾아 산티아고, #산티아고, #정효정, #푸른향기,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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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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