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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을 발표하고 국가기술표준원이 갤럭시노트7 사용·교환·신규 판매를 모두 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휴대폰 매장에 '삼성 노트7 판매 중단' 문구가 부착돼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을 발표하고 국가기술표준원이 갤럭시노트7 사용·교환·신규 판매를 모두 중지하라는 권고를 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휴대폰 매장에 '삼성 노트7 판매 중단' 문구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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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역작', 갤럭시 노트7이 결국 두 달도 안돼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언론의 민낯도 드러났다. 지난 8월 19일 국내외 출시 직후 잇따른 배터리 폭발 사태와 전제품 리콜 결정, 그리고 교환 제품 추가 폭발에 따른 지난 10월 11일 단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한국 언론은 삼성전자의 든든한 보호막이었다.

지난 9월 2일 삼성전자의 리콜 발표 이후에도 외국 언론은 폭발 위험성을 강조하며 판매는 물론 사용 중단을 촉구했지만, 국내 언론은 오히려 이를 '과도한 삼성 때리기'로 몰았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일부 '블랙컨슈머' 사례를 부풀려 정당한 피해자들 입까지 막으면서도, 정작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7 결함 의혹은 왜곡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애국주의'로 포장했지만 삼성전자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이른바 '물 타기 보도'의 전형이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아이폰7 '워터게이트'로 물 타기

지난 9월 8일(미국 현지 시각)과 9일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를 시작으로 갤노트7 사용 중지 권고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러자 국내 언론은 이같은 소비자 보호 조치를 자국 산업(애플)을 지키려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몰았다.

<전자신문>은 지난 9월 12일자 '미, 갤노트7 금지, 과도한 삼성 때리기'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국내 업계는 미국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사용중지 권고는 지나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국 산업을 위한 과잉대응 아니냐는 지적"이라면서 "경쟁사인 애플이 아이폰7을 공개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런 분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도 "미국 정부의 조치는 오는 16일부터 아이폰7 판매에 들어가는 애플에 상당한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단 권고를 비판한 <전자신문> 보도
 지난 9월 미국 정부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단 권고를 비판한 <전자신문> 보도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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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호주, 캐나다 정부 등도 사용 중지 권고를 한 상태였고 우리 국토교통부도 뒤늦게 9월 10일부터 기내 사용 중지 권고를 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 보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과도한 삼성 지키기' 때문에 소비자 안전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언론은 한 발 더 나아가 지난달 14일 출시한 애플 아이폰7 문제점을 집중 부각했다. 아이폰7에 처음 적용된 방수 기능이 대표적이다. 국내 언론은 지난달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해 아이폰7의 방수 기능이 실용적이지 않다며 이른바 '워터게이트'로 키웠지만, 정작 실제 기사에선 방수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이데일리] 아이폰7 `워터게이트` 논란, 진실은 무엇인가?).

이 같은 국내 언론 보도 태도는 삼성이 지난 11일 갤럭시 노트7 교환 제품 결함도 사실상 인정하고 제품 교환과 판매, 생산 중단을 선언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메트로신문>은 12일 1면 '삼성 vs 애플, 위기에 대처하는 두 가지 태도'라는 머리기사에서 삼성의 갤노트7 단종 결정을 고객 안전을 위한 "뼈 깎는 결단"으로 잔뜩 추켜세운 반면, 애플은 아이폰6의 터치 기능 문제를 "연일 모르쇠"하고 있다고 깎아 내렸다. 이미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제품의 액정 화면 불량 문제를, 사용자 안전과 직결된 배터리 결함과 단순 대비시킨 것이다.

국내는 '블랙컨슈머'로 입막음, 외국에서 터져야 '백기'

지난 18일 새벽 폭발 소리와 함께 불에 탄 손재삼씨의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지난 18일 새벽 폭발 소리와 함께 불에 탄 손재삼씨의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 손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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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리콜 발표 전후로 국내외 언론 보도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배터리 폭발 사례가 계속 알려지자, 삼성전자는 허위 신고 사례를 언론에 흘리며, 보상금을 노리고 자작극을 벌이는 '블랙컨슈머' 문제를 부각시켰다.

특히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갤노트7 폭발 추정 화재로 50대 부부가 화상을 입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갔던 지난 9월 21일, 공교롭게 국내 주요 언론들은 "갤노트7 폭발 허위 신고가 최소 26건"이라는 삼성전자 발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삼성은 당시 전 세계 15개국에서 온라인으로 들어온 신고 가운데 최소한 26건이 허위 신고라고 밝혔지만, 그나마 직접 물건을 확인한 경우는 12건에 불과했고, 제보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일종의 '장난 전화'까지 모두 허위 신고로 분류했다.

이 같은 보도는 자칫 정당한 피해자들까지 '블랙컨슈머'로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실제 지난 8월 말 갤노트7 초기 폭발 피해자들도 삼성전자에서 제품 결함을 공식 인정하기 전까지 일부 언론에서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블랙컨슈머 보도는 사실이든 아니든 폭발 피해 사례 여론 노출을 최소화해 회사 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노림수'도 담겨 있다.

교환 제품에서도 폭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10월 초에도 삼성전자는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국내 주요 언론은 지난 10월 3일 전 세계 갤노트7 폭발 허위 신고가 59건이라고 역시 삼성전자발로 일제히 보도했다. 한 소비자가 지난 1일 교환한 새 갤노트7에서 연기가 나면서 녹아내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된 직후였다.

삼성전자는 바로 다음날인 2일 민간조사업체인 한국SGS를 통해 배터리 자체 결함이 아니라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지만, 이 업체 한국 법인과 삼성전자 관련설이 불거지자 국가공인기관에 다시 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그 와중에 국내 언론이 또다시 '블랙컨슈머 보도'로 물 타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일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기에서 갤노트7 폭발로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해외에서 교환 제품 폭발 사례가 잇따르고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삼성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지난 9일 미국 현지 삼성전자 직원이 갤노트7 폭발 피해자를 블랙컨슈머로 몰려는 의도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발 블랙컨슈머 비판 기사로 '균형'잡느라 여념 없던 국내 언론에게는 '결정적 한방'이었다.


태그:#갤럭시노트7, #갤노트7 폭발, #삼성전자, #언론플레이,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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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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