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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 '보수(保守)의 새로운 길'.
 지난달 30일 <조선일보> 송희영 칼럼 '보수(保守)의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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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의 지원을 받은 호화 출장 의혹에 휩싸여 자리에서 물러난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과거 칼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다수의 칼럼에서 도덕성과 청렴을 강조해온 그의 글에 비춰봤을 때 이번 사태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송 전 주필은 그동안 <조선일보>에 '송희영 칼럼'이란 기명 칼럼을 써왔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달 30일 '보수(保守)의 새로운 길'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한국 보수층의 부패와 무능을 비판한다.

칼럼의 끝자락 송 주필은 "(한국의 보수는) 트럼프나 아베 같은 도박은커녕 부패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안경테라도 바꿔보려는 변신의 몸부림은 없다"면서 "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겠다는 의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3년 7월 기업의 '접대 문화'를 다룬 칼럼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송 전 주필은 이 칼럼에서 '접대 문화'와 이를 담당하는 대기업의 관청 담당 직원, 즉 '관돌이'와 '민간 공돌이'로 불리는 접대 담당 대기업 직원의 '비결'도 자세히 다뤘다. 

'관돌이'와 '민간 공돌이'의 전문성에 대해 "술과 골프 접대 솜씨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송 전 주필이 꼽은 전문성의 핵심은 바로 '알아서'이다. 그는 "'알아서'라는 모호함을 뛰어넘어 당사자가 환대받은 기분이 나도록 모셔야 한다"면서 "현지 책임자가 과장을 마중하러 직접 공항까지 나가야 할지, 여비를 얼마나 보태줘야 할지, 출장지의 저녁 식사와 2차 장소는 어느 선에서 해야 할지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송 전 주필은 "기껏 대접하고 뒤탈이 나면 공들인 투자가 단번에 증발해버린다"면서 "출장에서 돌아오면 흡족했는지 사후 체크도 빠뜨려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민간 공돌이'들이 언론에 부탁하는 말이 있다"라면서 그 부탁이 "경제 부처를 너무 혹독하게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칼럼 내용은 기업에 대한 비경제부처의 간섭과 규제를 철폐하란 주문이었지만, '접대 문화'를 다룬 점 때문에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한국 공무원과 정치인 "세계 꼴찌"라고 비판했던 송희영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은 2013년 2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회의 정기 대의원총회 당시 모습.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은 2013년 2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회의 정기 대의원총회 당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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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칼럼에서는 "공무원과 정치인 집단의 점수는 세계 꼴찌이자 후진국 수준"이라며 "후진 집단끼리의 야합(野合)으로 생산된 불량품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뒷감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딱 1년 전인 2011년 9월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왔다.

이보다 전인 2008년 8월 리먼 브러더스와 관련한 칼럼은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그즈음 <조선일보>는 파산 직전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해왔는데, 논설실장이었던 송 전 주필은 "잘 고르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만한 물건들"이라고 미국의 부실 금융사나 보험회사를 살 기회라고 강조했다.

얼마 후 문을 닫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규모는 무려 6000억 달러 (현재 가치로 한화 671조 원 상당)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자칫 산업은행이 덜컥 이를 샀다면 한국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송 전 주필의 이전 칼럼을 퍼 나르며 저마다의 견해를 보태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hanhuXXXXXX'는 "이제 사설, 칼럼까지 믿을 수 없게 되었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imyoXXXXX'는 <조선일보>에 대우조선해양을 옹호하는 사설이 나간 점을 들어 "송희영 칼럼을 보니 다른 주필들도 이런 식으로 로비당해 여론을 왜곡시켰을 수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태그:#송희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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