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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천정배 공동대표와 동반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승강기에 올라타고 있다.
▲ 안철수, 리베이트 사건에 책임지고 사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천정배 공동대표와 동반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승강기에 올라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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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가 당 간판이었는데, 간판이 내려갔다."

지난 29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사퇴를 두고 국민의당 한 지역구 의원이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국민의당은 곧 '안철수'였다. 간판이 내려간 자리에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라는 임시현수막이 펼쳐졌다. 두 공동대표가 사퇴하고 남은 7명의 최고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박 원내대표의 연륜과 경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국민의당이 얼마나 부실한 정당인지 드러난다. 비록 창당 4개월 정도밖에 안된 신생정당이라지만 당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당헌은 있으나마나 한 상태다. 최고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당의 중대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대의기관이 전무한 상태에서 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에 근거가 되는 조항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해석됐다.

아무리 신생정당이라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사무실에서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사무실에서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을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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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박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겸임은 '당헌을 위반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헌의 취지에 반한다. 국민의당 당대표의 임기에 관한 당헌 30조 2항 1호에는 당 대표의 궐위 시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최고위원회에서 호선된 최고위원이 당대표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원내대표는 당대표의 직무를 대행할 수 없다"라고 나와있다. 당무 권한과 원내교섭의 권한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당대표 직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이 조항의 취지는 완전히 무색해졌다. 당헌대로라면 남은 최고위원 중에 호선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을 뽑아야 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해당 조항은 당대표 궐위 시 2개월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조항(30조 2항 1호)이 가능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아전인수'식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내놓은 근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규정한 당헌 보칙 126조다. 여기에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라고 나와있다. 앞서 당대표 직무대행에 관한 규정과 달리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지는 위원장 자격 규정은 없다. 그러니 '원내대표가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대의기관인 '중앙위원회'의 의결로 임명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중앙위가 구성돼 있지 않다. 당헌에는 중앙위가 구성되지 않을 경우 그 권한을 '당무위원회'가 행사한다. 그러나 아직 당무위도 구성하지 못했다. 그럴 경우 당무위 권한은 최고위로 넘어간다. 결국 당대표 궐위나 최고위 기능 상실의 경우에 둘 수 있는 비대위를 최고위가 의결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대위원장을 중앙위에서 의결을 거쳐 임명하게 한 당헌의 취지는 비대위원장에게 최소한의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중앙위에는 당무위원과 국회의원뿐 아니라 각 지역위원장과 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시·도당 사무처장까지 들어가게 돼 있다. 당무위는 100인, 중앙위는 800인 이내로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당대표가 사퇴하고 남은 7명의 최고위원이 호선으로 뽑은 비대위원장이 됐다.

더민주 당헌 그대로 가져다 쓴 결과

결론적으로 국민의당은 '신생정당'이라는 당 상황에 맞지 않는 당헌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국민의당 당헌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의 당헌을 그대로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조항들은 더민주 당헌과 단어 몇 개만 다르다. 특히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한 조항과, 비대위원장을 중앙위 의결로 임명하게 한 보칙은 지난해 더민주 혁신위가 '당원 민주주의 강화'라는 취지로 개정한 조항들이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안 대표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노출됐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박지원 카드'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판단이 있었다면, 또 '민주주의 강화'를 정강정책으로 내건 정당이라면, 두 공동대표의 사퇴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안 대표가 '책임정치'를 언급하며 사퇴했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박 원내대표도 당의 이러한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는 최고위의 비대위원장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질서있고 신속한 당내 수습하기 위해 무엇보다 모든 업무에서 스피드에 역점을 두고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30일 비대위원장 임명 이후 첫 의원총회에서도 당의 대의기관 구성에 기본이 되는 지방·지역 조직 구성 마무리에 속도를 낼 것과 당헌·당규 일체정비를 위해 현역 의원으로 분야별 개정위원회 설립을 지시했다.


태그:#안철수, #박지원,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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