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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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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신인들을 만난 세월호참사 미수습자 가족들. ⓒ 권우성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인들과의 간담회가 열리는 팽목항 컨테이너 회의실에 미수습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 권우성
29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다른 희생자들과는 달리 미수습자들의 액자에는 사진이 들어있지 않다. ⓒ 권우성
"775일 동안 가슴이 새카맣게 탔는데, 이젠 그 탄 가슴이 내 눈에 보이더라고요."

세월호 인양 작업이 중단됐다. 선수를 들기 위해 선체 외벽에 설치한 푼톤(부력제)에 문제가 생겼다. 27일 선수들기 작업이 진행되기 직전, 해양수산부는 기술적 보완사항이 생겨 작업을 다음 소조기인 2주 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7월 말로 예상됐던 인양 시점은 조금 더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도 팽목항에서 오매불망 인양 소식을 기다리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또다시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붙잡아야 했다. "775일도 기다렸는데 2주 더 못 기다리겠냐"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초조함과 불안감이 더 큰 파도가 돼 가슴을 때리고 있다.

29일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후 775일이 지났지만(29일 기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건 2014년 4월 16일과 똑같다. 미수습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많은 사람들은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내겐 하루도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라며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엄마, 잘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다윤이는 수학여행을 떠났어요. 내가 학교까지 차로 태워다줬고요. 그런데 이 상황이 믿어지겠어요? 하나도 안 믿겨요, 나는. 사실 집에 머물기가 힘들어요. 다윤이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지금이라도 '엄마, 나 왔어' 하고 들어올 거 같아서... 이 상황이 안 믿어지니까,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는 지도 몰라요."

"그저 하늘에 빌 수밖에..."

작업이 중단됐지만, 어쨌든 인양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온종일 두 가지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배를 잘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배에서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을 수 있을까. 박씨는 "미수습자가 실종자가 돼 버릴까 봐, 그게 정말 두렵다"라고 말했다.

"인양 작업 과정에서 조그마한 일만 발생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하루하루 걱정에 사로잡혀 있죠. 한편으로는 (인양 후) 미수습자 9명이 모두 수습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들어요. 한 명이라도 안 나오면 그 한 명은 정말 실종자가 돼 버리는 거잖아요. 그게 정말 두려워요. 776일 동안 함께 남아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알잖아요. 실종자 가족으로 남는다는 걸 상상해봤을 때의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미수습자 가족들의 신경은 온통 인양에 쏠려 있다. 기술적 결함으로 인양작업이 미뤄졌지만,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정말 싫지만",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해양수산부가 잘못한 걸 나무라기 전에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어느 때부터 미수습자 가족들은 하늘만 바라보는 게 일이 됐다.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아버지 조남성씨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결함을 손볼 수 없는 까닭도 결국 날씨 때문"이다. 하늘에 비는 일...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하늘은 우연이겠지만, 바다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그들에게 하늘은 피부를 콕콕 쑤셔대는 현실이다.

"수색작업이 진행될 때도 날씨가 작업의 80, 90%를 차지했어요. 어부가 바다에 나갈 때 하늘에 모든 걸 빌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도가 잔잔하길, 바람이 불지 않길 간절히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9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을 태운 어선이 침몰현장인 동거차도앞바다에서 인양작업중인 중국 상하이셀비지 바지선을 향해 가고 있다. ⓒ 권우성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인과 유가족을 태운 어선이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중인 중국 상하이셀비지 바지선을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허다윤양 어머니를 안아주고 있다. ⓒ 권우성
"너무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미안한..."

20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이날 팽목항을 찾았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당선자들은 다윤 어머니의 호소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모두 한 가정의 엄마고, 아빠이시잖아요. 사랑하는 아들딸이 775일 동안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정말 죽고 싶은데, 딸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견디며 살고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정쟁, 이념 이런 거 말고, 제발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우리 미수습자 9명 다 찾게 도와주세요."

미수습자 권재근씨의 형이자, 권혁규군의 큰아버지인 권오복씨는 평소와 달리 당선자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저 사실 뼛속까지 민주당인 사람입니다. 환갑 지난 지금까지 민주당을 지켜봐왔어요. 체질을 바꾸겠다고 해도 다 흙탕물에 들어갑디다. 이제 제발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도로 민주당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등원 전날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세월호가 하루속히 올라오는 데 많은 힘을 써주셨으면 더 고맙겠습니다."

당선자들이 현장을 떠난 뒤, 팽목항에 마련된 미수습자 숙소 앞에서 다시 다윤 어머니를 만났다. 그늘이 진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머니는 딸 다윤양의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미안해요. 775일 동안 바다 밑에 머물게 만든 저는 죄인인 엄마로 살고 있어요."

그리고 다윤양의 언니인 서윤양의 이야기도 꺼냈다.

"저는 다윤이의 엄마이면서도, 서윤이의 엄마이기도 해요. 남아 있는 서윤이를 돌보지 못해 너무 미안한데, 그래도 저는 여기 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제가 여기서 포기하면 나중에 제가 돌봐야 할 서윤이가 '엄마가 다윤이를 포기했듯, 힘들면 나도 포기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까 봐..."
태그:#세월호, #미수습자,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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