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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혁신 작업의 책임자로 당을 이끌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내정자를 소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 내정된 김희옥 "국민의 행복에 최선 다하겠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혁신 작업의 책임자로 당을 이끌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내정자를 소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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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참패 후 40일 넘게 내홍 상태에 빠졌던 새누리당을 수습할 '구원투수'로 김희옥(68)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이 등판했다. 새누리당은 26일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그를 내정하고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대표를 겸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당의 여러 사람들이 추천한 김 내정자를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틀 전에 처음 만나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몇 차례 만남과 통화 끝에 오늘 오후에 (김 내정자가) 수락한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가 '삼고초려' 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아직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공식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로써 새누리당의 '혁신'은 무산됐다는 평가다. 당초 비대위와 따로 출범해 당 쇄신을 주도할 혁신위원회가 중진연석회의·3자 회동 등을 통해 '혁신 비대위'로 단일화된 가운데, 이를 주도할 위원장으로 정치권은 물론, 당내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사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고작 2개월만 활동할 혁신 비대위가 전당대회 준비·관리 등 당무와 함께 당 쇄신안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김 내정자가 '혁신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한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 [전체보기] 김희옥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쇄신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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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총장 재임 당시 각종 의혹 휩싸여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에 내정된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이날 김 내정자는 "새누리당 혁신을 위한 기구 일을 맡은 이상 지금부터 국민의 행복과 안전 기본권을 창출하는 국가기관을 만드는 일에 혁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 내정된 김희옥 "국민의 행복에 최선 다하겠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에 내정된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이날 김 내정자는 "새누리당 혁신을 위한 기구 일을 맡은 이상 지금부터 국민의 행복과 안전 기본권을 창출하는 국가기관을 만드는 일에 혁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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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이날 "김 내정자는 청렴하고 원칙을 지키는 소신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새누리당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판단해 줄 경륜의 소유자이며 포용력과 인품으로 우리 당의 진지하고 활발한 혁신 논의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발탁했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 내정자가 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차관·헌법재판관 등 30여 년 간 법조인으로 일했지만 퇴임 후 대형 로펌이 아닌 학계를 택하면서 전관예우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나 감사원장 후보군에 계속 이름을 올린 '명망가'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2011년부터 동국대 총장을 지내면서 '한국의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에 선정됐고 2014년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력만으로 김 내정자를 '혁신 논의를 이끌 적임자'로 규정짓기는 힘들다. 오히려 김 내정자는 지난 2014년 ▲ 아들의 경기대 교수 특혜 임용 논란 ▲ KCC 수의계약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리며 동국대 총장 연임을 포기한 바 있다. 즉, '혁신의 적임자'로 평가 받을 수 없는 도덕적 흠결이 있는 셈이다.

우선, 김 내정자 아들의 경기대 교수 특혜 임용 논란은 지난 2014년 불거진 일이다. 당시 법학과 신임 교수에 지원한 김 내정자의 아들은 최종 심사 결과 1순위자에 비해 9.27점 뒤진 차점자였지만 당시 박승철 경기대 이사장의 영향력 행사로 1순위자를 제치고 임용됐다.

이 과정에서 김 내정자가 2013년 경기대의 교수초빙 접수 직후 서울 모 처에서 경기대 법학과의 한 교수와 저녁식사를 했다는 '청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 내정자 측은 "(저녁식사를 했다는) 법학과 교수과 박 이사장을 알지도 못한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청탁' 의혹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채용 과정의 하자를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4년 12월 관련 교수 임용 무효 소송에서 "당초 전형과정에 없던 경기대 재단 이사장의 개별 면접과정이 추가돼 2순위와 1순위가 뒤바뀌어 김모 씨가 채용된 점이 인정된다"라며 채용 무효를 판결했다.

KCC 수의계약 논란은 김 내정자의 동국대 총장 연임 도전 중 불거진 사안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라 2억 원 이상의 공사계약을 체결할 경우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없는 한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김 내정자는 이를 지키지 않고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공사를 수의계약 형태로 KCC에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특히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김 내정자가 법대 선후배인 점, 정 명예회장이 김 내정자의 총장 연임에 우호적인 인사였던 점이 주목됐다.

이 논란은 법적인 결론 없이 끝났다. 김 내정자는 2014년 11월 "모교 발전을 위해 한 번 더 봉사하고자 했으나 종립대학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함이 좋고 연임은 좋지 않다는 종단 내외 뜻을 받들어 재임 뜻을 철회하고 18대 총장 후보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며 총장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친박' 비대위원장?

김 내정자는 2006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땐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주영·박세환 의원은 "후보자가 1972년 징병검사를 기피한 것으로 돼 있고 1975년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는데 그 구체적 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징병 검사를 기피한 사실이 없다"라며 "최근 경위를 확인해 보니 행정 착오로 잘못 기재됐던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의혹을 덜어내도 마찬가지다. 김 내정자는 본격적인 활동도 하기 전에 '친박(친박근혜' 인사라는 꼬리표를 붙인 상태다.

김 내정자는 경북 청도 출신이다. 이 지역은 20대 총선 직전까지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였다. 경북 청도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경산과 분구됐다. 지역적 공통점을 두고 김 내정자를 '친박'으로 같이 묶는 것이 과도한 해석이란 반박도 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함께 친박 측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과도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의 이름이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김 내정자가 불교를 매개로 박 대통령과 연을 맺었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불교계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역할했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날 비대위원장 수락 기자회견 이후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모두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그는 "질문 의도를 모르겠는데 (아들 교수 특혜임용 의혹 등은) 나랑 관계가 없다"라면서 "총장 연임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확히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라고 말했다. 즉, 해당 의혹들이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흑색선전'이라는 설명이다.

김 내정자는 현재 당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계파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 답변을 못 내놓았다. 그는 "아까 소감을 밝힐 때 통합이 중요하다고 했다"라면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당장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과제는 매우 말하기 어렵다, 당의 일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절차를 밟아 내용을 파악해서 말하겠다"라고 답했다.


태그:#새누리당, #김희옥,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동국대, #특혜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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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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