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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B초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서명을 강요받은 서약서.
 서울B초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서명을 강요받은 서약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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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와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를 위탁받은 업체가 강사들에게 '방과후학교 운영 기밀을 누설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27일 서울 B초등학교와 방과후업체 C사에 따르면, C사는 이 학교 소속 방과후강사 65명을 상대로 서약서를 받고 있다. 이 서약서를 B초등학교에 제출하기 위해서다. 서약서는 C사가 만들어 B초등학교의 방과후 담당자를 통해 강사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서약서가 엉뚱한 법규를 들이대며 강사들을 겁박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방과후학교 운영 사항이 국가기밀?

A4 용지 1장 분량의 서약서 제목은 '보안서약서(강사용)'이다. 이어 "본인은 OO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업무가 기밀사항임을 인정하고 제반 보안관계규정을 성실히 준수한다"면서 "이 기밀을 누설함이 이적행위가 됨을 명심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서약서는 "기밀을 누설할 때에는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제5호(국가기밀 누설 등)와 형법 제99조(일반 이적행위) 등에 의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국가보안법상 제4조 제1항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 지령을 받고 간첩행위를 한 것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또한 형법 제99조도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알린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 서약서는 하단 서약자 란에 방과후학교 강좌명과 강사 이름, 서명 등을 적도록 했다.

현재 강사 65명 중 절반 가량이 방과후학교 담당자(방과후 코디)에게 서약서를 낸 상태다. 방과후학교 담당자는 "서약서를 모두 걷으면 학교에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업체측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사용... 실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엉뚱한 처벌조항을 담은 서약서 작성이 강요된 것일까? 이 학교 교감은 "우리는 학생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서약서를 C업체에 부탁했을 뿐"이라면서 "국가보안법 관련 내용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C업체 관계자는 "학교로부터 서약서 작성을 요청받고 인터넷에서 양식을 다운받아 보안서약서를 만들었다"면서 "실수로 잘못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과후학교 운영 내용 중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는 사항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S초등학교 소속 방과후 강사들도 "강사는 업무상 기밀을 누설·유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만약 이를 어기면) 위약금의 의미로서 금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이런 계약서를 요구한 곳 또한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다.

방과후학교 사정에 밝은 한 방과후학교 강사단체 관계자는 "학교와 방과후학교 위탁업체가 서로 협조해가며 힘 없는 강사들에게 말도 안 되는 서약서로 겁박을 하고 있다"면서 "방과후학교 업무 내용이 국가 기밀도 아닌데 이런 서명을 받는 건 방과후 교사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미리 입막음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방과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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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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