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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타와시에서 만난 AFT의 메리 캐스윈 리커 상임부대표.
 캐나다 오타와시에서 만난 AFT의 메리 캐스윈 리커 상임부대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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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을 강조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 법 제정운동에 앞장 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과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이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반격했다. 교육부도 인성교육법에서 규정한 '인성'의 영어 표현이 미국 교육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character)'라고 밝혔다.

"미국의 '캐릭터' 교육은 비판적 사고 키우는 교육"

이에 대해 25일 오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세계교원노조총연맹(EI) 총회에 참석한 메리 캐스윈 리커 미국교사연맹(AFT) 상임 부대표(executive vice president)는 "엉뚱한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에서 하는 '캐릭터' 교육은 비판적 시민의식을 키우기 위한 것이지 어떤 가치를 학생에게 주입하기 위한 한국의 인성교육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교사 160만 명이 가입한 AFT는 지난 11일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 지지해 한국 언론에 집중 보도된 바 있다. AFT는 미국 전체 노조에서 세 번째로 크다.

지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2년 동안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를 한 뒤 미국에서 교직생활과 AFT 활동을 이어간 리커 대표는 한국 교육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인터뷰 도중에 한국어를 섞어서 말할 정도였다.

리커 대표는 "만약에 미국에서 한국의 인성교육법에서 규정한 것과 같이 효도와 예절 등을 국가 차원에서 지도하도록 한다면 당연히 거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교총은 세계 172개국 17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한 EI 총회에 '인성교육 지지' 긴급 결의문 상정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루 전 열린 EI 결의문위원회에서 '기준 미달' 사유를 들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리커 대표와 벌인 단독 인터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EI 총회가 열린 오타와 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40분간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인성교육법으로 학생 교화? 미국에선 교사들이 거부할 것"

- 한국에서 교사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1997, 98년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를 했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참 좋다."

- 한국 학생들이 효도와 예절 등 인성 면으로 볼 때 그 수준이 어떤가?
"한국 학생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일 정도로 인성이 좋은 편이다. 부모에 효도하고 어른을 대하는 예절 또한 무척 좋다."

-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효도와 예절' 등을 핵심 가치로 한 인성교육법을 만들었다. 국가 차원에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하하. 한국에서 얘기하는 그 법과 미국의 '캐릭터' 교육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 한국의 인성교육법을 정확하게 못 봐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캐릭터' 교육은 다르다. 만약에 미국 학교 현장에서 이런 법률이 시행된다면 미국 교사들은 당연히 거부할 것이다."

- 왜 미국 교사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보기엔 인성의 가치를 정해놓고 국가가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 이렇게 교육을 정형화시키는 것은 문제 아닌가?"

캐나다 오타와시에서 만난 AFT의 메리 캐스윈 리커 상임부대표.  오른쪽 남성은 메리 대표 옆에 배석한 AFT 관계자다.
 캐나다 오타와시에서 만난 AFT의 메리 캐스윈 리커 상임부대표. 오른쪽 남성은 메리 대표 옆에 배석한 AFT 관계자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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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한국 인성교육법의 전제는 학생들이 인성 면에서 바르지 않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기본적인 관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은 인성이 뒤떨어지지도 않았다. 또한 이처럼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단정 속에서 출발한 교육은 건강하지 못한 영향을 주게 된다. 학생들은 교화 대상이 되고 만다. 이런 식의 접근은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크다."

- 그렇다면 미국에서 '캐릭터'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미국 '캐릭터'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배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식적인 사고로 대처하도록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는 그런 분위기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 미국 43개 주가 인성교육법을 만드는 등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한국교총 등의 주장이다. 학교개선법(The Improving Americas's Schools Act) 등이 그렇다는 주장인데….
"전혀 엉뚱한 소리다. 이 법의 도입취지는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갖는 등 건강한 사고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현재 벌이는 '캐릭터' 교육은 학생들이 열린 사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몰아가게 하는 것은 미국 교육현장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 한국 인성교육법이 규정한 핵심 가치는 '효도와 예절' 등 8가지다. 이런 것이 미국 법에는 들어가 있나?
"안 들어가 있다. 이런 것을 강요하는 법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교육을 통해 특정 가치를 주입하고 배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AFT의 힐러리 지지, 그래도 되는 것인가?

- 지난 11일 AFT가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는데, 교원단체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하다."

- 교사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나?
"교사가 시민으로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교실에서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학교 안에서는 법적으로 그런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학교 밖 활동에서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 한국은 어떤 정당의 정치후원금을 낸 교사들과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교사들이 해직까지 당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 교육감 선거에 참여해서 해직된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더니,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가 통보됐다.
"절대적으로 잘못된 조치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법외노조라는 것이 어느 나라에 있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다. AFT는 한국의 교원노조가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조치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인성교육진흥법, #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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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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