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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디지털미디어고. 1년간 이 학교의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을 이용한 주민은 730여 명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자가 2명에 그친 것이다. 반면 1시간 사용료는 5만 원으로 전국에서 제일 비쌌다.

홍천 팔렬고의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 이용실적은 더 저조하다. 이곳을 이용한 주민은 하루 평균 1명(1년 365명)에 불과했다. 체육관 사용료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두 고교의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을 짓는 데 들어간 예산은 각각 40억 원과 15억 원에 이른다. 하루 평균 1~2명 이용하는 시설에 총 55억 원의 세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하루 평균 이용자 16명

정부(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9년부터 지역주민 생활체육을 활성한다는 취지로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 사업'을 시작했다. 학교 부지에 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을 짓는 사업이다. 8월 현재 60개 학교에서 체육관이 완공됐고, 57개 학교에서는 아직 짓고 있다.

60개 학교의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을 완공하는 데에는 총 1110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여기에는 285억여 원의 체육진흥기금과 236억여 원의 지방비, 526억여 원의 교육청 예산이 포함돼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93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해 11월 60개 학교의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체육관을 이용하는 주민은 하루 평균 16명에 불과했다. '지역주민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이용실적이다.

하루 평균 1~2명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았다. 양평 개군초와 안산디지털고, 홍천 팔렬고, 인제 용대초, 영월 옥동초, 영동 황간고, 금산 금산여고, 정읍 이평초, 남원 용북중, 진안 한방고, 진도 군내북초, 고령 대가야고, 영천 전자고, 의성 의성초, 밀양 홍제중, 함양 서하초, 창원 진해여중이 그랬다. 완도 노화고와 서천 장항중, 순천 도사초, 예천 감천초도 하루 평균 이용자가 3~4명에 그쳤다.

이렇게 주민들이 이용실적이 저조한 것은 학교 쪽에서 체육관을 개방하지 않거나 일부 동호회들이 체육관을 독점으로 대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조사대상 60개 학교 가운데 12개 학교는 평일 오후나 주말 오후에 체육관을 전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일부만 개방하는 경우도 포함). 이들 학교들은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학교 수업의 방해 때문에 개방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체육관을 개방하는 학교 가운데 38개 학교에서는 배드민턴동호회나 배구동호회 등 특정 동호회가 체육관 전체를 빌려 쓰고 있었다.

체육관 사용료의 편차도 컸다. 충북  청원 미원초는 1시간당 2500원인 데 반해, 안산 디지털미디어고는 1시간당 5만 원이었다. 진안 한방고와 홍천 팔렬고 사용료가 무료였지만 이용자수는 하루 평균 1명에 불과했다. 

특히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의 입지 타당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이용실적이 저조한 곳도 적지 않았다. 이용자가 하루 평균 1명에 불과한 홍천 팔렬고는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월 옥동초와 영동 황간고, 금산 금산여고, 정읍 이평초, 남원 용북중은 주민이 적어 이용실적이 저조한 곳이다. 영천 전자고와 의성 의성초, 밀양 홍제중, 함영 서하초는 농촌지역이어서 이용자수가 하루 평균 1명에 불과했다.

신의진 의원 "심각한 예산 낭비 우려"

16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건립중인 57개 학교에 지원될 예산만 약 1206억 원 이른다"라며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이 현 실태대로 운영된다면 심각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일부 학교에서 수업이 종료된 평일 오후나 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체육관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특정 동호회가 체육관 전체를 대관해 독점으로 사용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이용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시설 사용료 적립금액도 월평균 17만4000원이어서 시설 관리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라며 "(다만) 시설 사용료는 시설관리를 목적으로 받게 돼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실시해 총점이 높은 지역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고 있고 있으나 서류평가만 하고 현장을 방문해 실사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입지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은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하도록 지어진 만큼 교육당국과 협의해 지역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만 지원할 게 아니라 체육관 활용방안과 시설관리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태그:#신의진, #개방형 다목적 체육관, #국민체육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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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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