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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잔치는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생뚱맞은 반전도 있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깜짝쇼가 그것이다. 그 덕분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동안 잊혀졌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사이버공간에서 울려퍼진다. '우리의 소원은 대박'이라는 개사곡으로. 그래서 공허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잔치는 끝났어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복기'가 필요하다. 특히 공기업 개혁과, 증세와 복지 수준을 둘러싼 사회적 타협조정기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서는 더 꼼꼼한 복기가 필요하다. '타협없는 원칙'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고수한 대통령의 의지에 비추어 노조와의 갈등과 국민과의 불화가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대타협위원회' 설치 진정성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신년 기자회견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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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 경제지 기자가 연말 국회에서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는 증세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증세는 절대 안 하겠다던 입장의 변화가 있는지를 묻자, 박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다.

"증세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를 하면서 합의한 내용입니다. 이것은 정부가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서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 조세와 국민이 바라는 복지수준에 대해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그러면, 제가 전부터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듯이, 국민대타협위원회 같은 것을 설치해서 어떤 것이 최선의 조합이 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도 말했다시피 국민대타협위원회 건은 이날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 자신이 전부터 여러 차례 밝힌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이날도 재확인했지만, 실천 의지에 대한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박 대통령은 2012년 7월 대선 출마선언 때 "앞으로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국민행복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면서 "복지 수단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처음 밝혔다.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우리나라에 적정한 복지 수준과 그에 맞는 조세 부담 수준을 찾는 작업을 하겠다는 공약이었다.

이어 대선 한 달 전인 11월 18일 국정비전·국민행복 10대공약을 발표할 때는 "'나라살림 지킴이 국민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면서 "이 기구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추가적인 복지지출과 그에 상응하는 재원마련 방안 등을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국민대타협' 기능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선인 시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초기에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해 2월 업무를 마치면서 "'국민대타협위원회'와 '조세개혁위원회'를 연내에 개최해 합리적인 세 부담을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연내(2013년)에 국민대타협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다.

9월 '사죄 국무회의' 때도 "국민대타협위 만들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9월 26일 제41회 국무회의에서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어르신들에게 사과하고 그 대신 대선 공약에서 밝힌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박 대통령 '죄송한 마음'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9월 26일 제41회 국무회의에서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어르신들에게 사과하고 그 대신 대선 공약에서 밝힌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뉴스Y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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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타협위'를 구성하겠다"는 박 대통령 본인의 발언은 지난해 9월 26일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을 100% 이행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결코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은 "당장은 재정 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을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지만 임기내 반드시 실천하겠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기초연금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저는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께 알리고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41회 국무회의 회의록' 중 '대통령 마무리말씀')

이후 청와대의 주도로, 2014년 7월부터 노인의 70%에게 최저 10만원,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초연금법안이 11월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11월 25일 정부 입법으로 기초연금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여야의 이견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문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공약했고, 지난해 9월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그 대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 의견 수렴은 물론, 국민대타협위원회의 구성을 위한 주무 부처와 예산 반영 등의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박주선 의원이 최근 국무총리실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주무 부처도 정해진 게 없고, 새해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이 '공약 파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까지 대국민타협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그로부터 100일이 넘도록 주무부처도, 진행된 경과도, 작년에 사용한 예산도, 올해 배정된 예산도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국민대타협위를 구성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고 지키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연내(2013년)에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무시되는 공직기강의 해이 탓이거나, 박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공약이행을 점검하지도 않고 허송세월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아니라면 박 대통령은 평소에는 '불통'과 '비타협'으로 진격하다가, 국면이 불리할 때만 립서비스로 '대타협'을 외치는 게 아닐까?



태그:#국민대타협위원회, #박근혜, #대선 공약,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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