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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측이 일간지 1면에 노조를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30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등 보수 성향의 일간지에는 '문화방송 시청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게재됐다. MBC는 파업 한 달을 경과한 지난 2월 6일에도 13개 일간지 1면에 노조의 총파업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은 바 있다.

"공정방송 명분 내건 파업이 '저급한 폭로전'으로 변질"

30일 MBC 사측이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한국경제> 등 보수성향 일간지 1면에 실은 광고.
 30일 MBC 사측이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한국경제> 등 보수성향 일간지 1면에 실은 광고.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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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에서 MBC 사측은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이 오늘로 122일째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사측은 "잘 아시는 대로 노동조합은 파업 초기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더니 이제 노골적으로 언론을 정치적 목표달성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면서 "언론이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비판자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사측은 노조가 김재철 사장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파업 초기에 내걸었던 '공정방송'의 명분이 정권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파업의 양상이 김재철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저급한 폭로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사측은 "사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의 허위사실 폭로는 가히 '창작 소설'에 가깝다"고 일축하면서, "사장의 숙소에까지 기자들이 찾아와 출근길을 막는가 하면, 동료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꽹과리를 치고 소금을 뿌리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위협을 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또한 권재홍 앵커와 관련해 "최근에는 <뉴스데스크> 앵커가 수십 명의 기자들에 둘러싸여 30분 가까이 차 안에 감금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면서 "이 모두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들의 불법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벌인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은 "시청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파업 초기에 인력 부족으로 차질을 빚었던 프로그램은 이제 대부분 정상화되었다"면서 "문화방송은 오는 7월, 최고의 올림픽 방송을 위해 현장 중계·취재단을 구성하고 6월 초 발대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하나 되는 대한민국! 승리의 MBC!'라는 슬로건 아래 역대 어느 올림픽 때보다 충실하고 재미있는 올림픽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현진 아나운서 사내 인트라넷 글 '보도자료'로 배포  

MBC 보도 본부장인 권재홍 앵커(좌)와 배현진 아나운서.
 MBC 보도 본부장인 권재홍 앵커(좌)와 배현진 아나운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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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고는 사측이 전날(29일) 배현진 아나운서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공개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배 아나운서의 글 전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 글에서 배 아나운서는 파업의 '명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배 아나운서는 "적어도 저희가 외압에 굴복해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 '그냥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어느 뉴스' 등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사죄드려야 한다"면서 "파업의 시점과 파업 돌입의 결정적 사유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그저 동원되는 모양새는 수긍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집회에)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 진영의 저명인사들이 차례로 초청되었고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다"면서 "여야 막론하고 한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 아나운서는 "한 달, 두 달 월급을 못 받고 상황이 악화될수록 조직 안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다"면서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배 아나운서는 "민주적 절차를 실천해야 할 노조 내에서 절대로 목격되어선 안 되는 장면이었다"면서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두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배 아나운서는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이라면서 "진정성 있는 대의명분과 정당한 수단, 이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한 두려움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배현진 아나운서, 사측 '거짓선전' 도구로 전락"

배 아나운서의 글과 사측의 광고에 대해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사측이 정상적인 절차로 파업을 깨지 못하니까 거짓선전으로 파업을 깨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배 아나운서가 언급한 '폭력사태'와 관련해 이 홍보국장은 "예전에 회사에서 특보로 한 번 쓴 적이 있는 내용인데 당시 노조가 '무슨 터무니없는 이야기냐, 실체를 공개하라'고 그러니까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면서 "MBC 노조 내에서 폭력사태가 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 홍보국장은 "회사에서 '배현진'이라는 상품을 통해 파업을 깨보려고 공작을 하고 있다"면서 "배현진 아나운서가 선전도구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또한 "이번 배 아나운서 글에 대해 구성원들과 여론의 반감이 큰 상황"이라면서 "권재홍 앵커 '할리우드 액션' 못지않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MBC, #MBC 노조, #배현진, #MBC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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