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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원석 당선자가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방안 마련 구상을 밝히고 있다.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원석 당선자가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방안 마련 구상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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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성찰을 멈추면 죽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성찰이 멈춘 진보를 목격하고 있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일생을 걸고 싸운 사람들. 그러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가 세상으로부터 지탄받고 의심받는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진보니까 옳다? 굉장히 위험한 태도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석 통합진보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중앙위 폭력사태'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옛 민노당 당권파가 대한민국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릴 때도 말을 삼갔다. 그런데 그가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침묵하는 건 책임방기라고 생각했단다.

박 당선자는 23일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당의 비전과 가치, 철학, 정책 등을 고민하는 일종의 '콘텐츠팀'을 맡은 격이다. 재창당 수준으로 당이 변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라고 판단한 것일까.

그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치의 길'에 대해 강조했다. 더 이상 진보정치가 컬트적 상황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앙당과 서버업체 압수수색과 당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한 검찰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당선자는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각종 실정을 덮고 시야를 통합진보당 쪽으로 돌려 진보당 자체를 아주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며 "통합진보당이 부정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어 검찰이 대선구도를 미리 짜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원명부 압수수색은 검찰이 공안수사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사건"이라며 "정당 내부가 스스로 조사하고 쇄신하려는데, 이걸 자꾸 이념문제와 이데올로기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공안적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박 당선자는 "당내 개혁을 방해하는 책동"이라며 "검찰은 진보당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야당 전체를 묶어 무력화시키겠다는 큰 시나리오 속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부정경선 논란의 당사자격인 이석기 당선자에 대해서는 "신비주의처럼 취사선택해서 언론에만 나올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진보운동의 지도자라면 대중 정치에 적합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원석 통합진보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검찰, 꽃놀이패 들고 즐기려고 한 게 아닌가 의심"

- 지난 21일 밤 검찰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했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인데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밤 11시경이었다. 검찰이 1차에 이어 2차로 들어올 때였다. 완전히 내 사지가 다 들려 나왔다. 팔이 꺾였다. 통합진보당 서버가 있는 사무실 현관 앞에 앉아 있을 때 검사가 '모셔가라'고 사인을 하자 4~5명씩 경찰이 붙어 강제로 끌어냈다. 내 왼쪽에 달라붙은 경찰이 내 팔을 비틀어서 밀었는데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다 석고보드에 머리 받아 석고보드가 깨졌다. 그러더니 경찰이 달려와 '현행범 체포하라'고 했다. 현행범으로는 절대 체포 못 한다고 했고, 결국 임의동행 형식으로 금천경찰서로 갔다."

- 조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새벽 2시 20분경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3시가 넘도록 조사를 안 했다. 인정심문만 받고 나중에 조사받기로 하고 나왔는데, 김제남 당선자의 경우에는 여성인데도 남자 경찰들이 격리하고 팔 꺾어 끌고 갔다. 경찰들의 안하무인적인 태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검찰에 이 사건(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이 고발된 게 꽤 오래전이다. 그런데 검찰에서 아무런 얘기가 없어 우리는 검찰이 당에서 해결절차를 밟고 있으니까 지켜보는 입장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검찰은 당의 혁신에 일보전진을 이루기로 예상됐던 시점에 느닷없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왜 그 시점에 압수수색에 나선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사태를 방해하고 연장시켜 꽃놀이패를 들고 즐기려고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은 당의 심장을 강탈해갔다고 비판했는데.
"맞다. 당원명부는 통합진보당의 심장과 같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무려 2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공안검찰이 가져간 것이다. 어쩌면 검찰은 20년간 진보정당의 역사를 목표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일 수 있다. 비례대표 경선부정 문제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전체에 대한 먼지털이식 기획수사를 하기 위한 밑바탕을 위해 당원명부를 몽땅 들고간 게 아닌가 싶다. 대검의 발표에서 그런 의도가 충분히 느껴진다. 검찰이 통상적인 법절차를 집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든 헌정질서 파괴 행위다."

- 검찰은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문제뿐 아니라, 서울 관악을 야권연대 경선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의지를 비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법리적으로도 이번 수사는 말이 안 된다. 검찰이 문제 삼은 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업무방해의 피해자는 당인데 그럼 당의 수사요구가 있어야 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당이 수사를 거부했는데도, 거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수준의 제3자 고발에 의해 즉각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정당에 대한 수사는 언제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늘 협의하는 게 관행이다. 그런데 검찰은 비대위든 당 대표든 그밖에 그 누구에게도 수사협조를 요청하거나 임의로 자료제출을 요청한 적이 없다. 노골적인 정치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검찰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이명박 정부의 각종 실정을 덮고 시야를 통합진보당 쪽으로 돌려 진보당 자체를 아주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이다. 부정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는 등 검찰이 대선구도를 미리 짜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그 정도로 검찰의 수사는 무리한 것이다.

검찰이 공안수사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거다. 정당 내부의 부정하고 부실한 선거에 대해 내부에서 조사하고 쇄신하려는데, 이걸 자꾸 이념문제와 이데올로기 문제로 몰고 가는 게 공안적 태도다. 이건 당내 개혁을 방해하는 책동이다. 또 검찰은 진보당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야당 전체를 묶어 무력화시키겠다는 큰 시나리오 속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검찰이 가졌다는 시나리오에는 어떤 근거가 있는 건가.
"새누리당이 야권을 싸잡아 공격하는 시도를 봐도 읽히는 코드가 있다. 또 통상 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이런 수사를 한다는 것은 통합진보당을 탈탈 털어 이들은 부정한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은 10.26 서울시장선거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봉투 의혹, 하나도 못 밝혔다. 새누리당에 대한 압수수색도 당연히 못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측근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무수하지만 이상득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못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 통합진보당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틈을 이용해 손을 보겠다는 태도인데 명백한 정치탄압이다."

- 검찰이 현 단계에서 수사를 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도 있어 보이는데.
"물론 우리 당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다. 우리 스스로 국민 앞에 다시 태어날 것을 거듭 실천했다면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할 명분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읍참마속하고 살가죽을 벗겨 내는 쇄신을 보이지 않는다면 검찰이 손대서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버림받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아무리 우리가 검찰에 의해 정치탄압을 받는다고 해도 국민은 우리를 감싸주지 않을 것이다."

"'신비주의' 이석기, 자가당착과 과대망상 빠져서는 곤란"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원석 당선자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방안 마련 구상을 밝혔다.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원석 당선자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방안 마련 구상을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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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처리 문제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늦춰지고 있다.
"두 후보가 1차 사퇴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21일까지 사퇴시한을 줬는데 그날 아침 일찍 검찰의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형식적으로라도 당사자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는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일 이들이 사퇴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다음 과정은 당기위 회부 등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당의 구성원에 대한 징계는 굉장히 신중하고 무겁게 할 수밖에 없다. 혁신비대위가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방법은 당사자의 용단이다."

- 이석기 당선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단행되던 시점에도 안 보였는데 이유는 뭔가.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불참한 사람은 이석기 당선자와 심상정 전 대표다. 심 전 대표는 당일 새벽 지방 일정 때문에 먼저 떠난 데다 일정을 취소할 수 없어 못 왔고, 이석기 당선자는 왜 안 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분은 그날만이 아니라 늘 뵙기 어렵다. 워낙 언론의 표적이 돼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겠지만 문제는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특히 자신과 연관된 문제로 위기에 처했는데 분명 함께해야 할 분이 안 보이는 상황은 납득이 안 된다.

신비주의처럼 취사선택해서 언론에만 나올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진보운동의 지도자라면 대중 정치에 적합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본인이 진보운동 자체인 양하면서 자신이 무너지면 진보운동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자가당착과 과대망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 오충렬 전 총무실장이 당의 선거인명부 등이 담긴 서버를 미리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일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점과 관련해 당에서도 정확히 확인된 게 없다. 지금 검찰도 서버를 분석하고 복사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검찰 스스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흘러다니는 것 같다."

-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활동계획은?
"근본적인 혁신 방향은 혁신 비대위에서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들께 여전히 통합진보당은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라는 걸 수긍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정경선 문제 등을 빨리 처리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우리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해 이해한다면 비례대표 사퇴문제에 대해 지금 결단해야 한다. 억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정상적인 선거는 아니었다. 그 비상적인 선거에 대해 전국위와 중앙위가 정치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꾸 진상보고서의 부실을 이유로 거부한다면 그것은 사려 깊지 못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 당원 비대위 쪽에서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기갑 비대위가 출범할 때 이미 법률검토를 끝냈다. 정당성이 이미 부여된 지도부에 대해 직무를 중지해달라고 소송을 내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혼란을 자초한 가운데 검찰의 칼날이 당을 비집고 들어온 마당에 직무정지가처분이라니 그야말로 정치적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법원이 강기갑비대위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인해줄 거라 생각한다."

- 이석기 당선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0%는 돼야 부정선거라고 말했는데 동의하나.
"단 5% 아니 오로지 한 개의 투표함에서라도 부정이 있었다면 그건 부정인 것이다. 적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똑같이 내게도 들이대야 진보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대단히 안타깝다. 우리는 대중정당이다. 진보는 시대를 앞서 통찰하고 시대를 이끄는 비전과 의제를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우리 당에서 벌어지는 이 컬트적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새누리당, 자격 시비는 스스로 좀 하시라... 주제 파악 먼저"

-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에 대해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자당의 후보들에 대해 먼저 심사하기 바란다. 제수를 겁탈하려 했던 자, 논문표절에 도무지 국민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후보들이 제일 많았던 당이 어딘가. 역사적으로 한나라당, 새누리당이다. 자격 시비는 스스로 좀 하시라. 통합진보당 문제를 갖고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한다면 적반하장도 유만부동이다. 주제 파악을 먼저 하는 게 좋겠다."

- 통합진보당엔 두 개의 비대위가 존재한다. 하나는 당원 비대위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 비대위다. 결국 분당사태가 초래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일단 그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의 비대위는 혁신비대위다. 당원 비대위는 임의단체다. 당내 여러 세력관계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두 개 세 개로 나누는 것을 공식화하는 건 용납받을 수 없다. 언론에서 신당권파, 구당권파로 구분하는 것도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다. 당권파라는 말 자체에 패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칭 신당권파는 어느 한 정파도 아니다. 민주적인 당의 운영이 필요하고 쇄신을 하려는 의지를 갖고 모인 민주주의동맹이다. 그걸 자꾸 패거리 문화에 비유하는 건 옳지 못하다. 마치 권력투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

- 분당 문제는?
"2008년 분당사태 배경에도 표면적으로는 종북주의 논란이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패권과 세력간 다툼이었다. 이걸 견디지 못한 세력이 분당이라는 방식을 택해 나간 거다. 그런데 이번에 재합당했다. 아마 현 사태에 가장 놀라고 힘들어하는 건 국민참여당 쪽인 것 같다. 유시민 대표가 당무 거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그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현대화 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가기 위해 과거 운동권 정파 구도에 뿌리를 둔 정파주의는 없애야 한다. 힘센 정파가 당을 독식하는 패권은 낡은 정치의 산물이다. 정파는 의견그룹으로 남아야 하고 규칙을 지키는 정치문화와 합리적인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 합리적 게임의 규칙은 어떻게 가능한가.
"아무리 정치적 목표달성이 중요해도 당 운영과 관련해 실패했다면 책임질 때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정치다. 그런데 우리 당은 그 어떤 경우에도 물러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우리가 21세기 미래지향적 진보정당을 지향한다면 정파라는 폐쇄적 조직문화에 기초해 기관을 장악하고 그 힘으로 패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정파간 정치경쟁은 정당정치의 본질이다. 그런데 우리 당에는 그런 게 불명확하다. 책임지지 않는 문화와 관행이 오랫동안 자리해왔다. 그걸 바꿔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 확립은 이런 패권주의와 정파주의 극복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검찰이 2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소재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관리 업체 '스마일서브'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입구를 봉쇄해 출입을 막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던 박원석 당선자가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검찰이 2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소재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관리 업체 '스마일서브'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입구를 봉쇄해 출입을 막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던 박원석 당선자가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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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진보정치가 나름 진보라는 굉장한 선민의식 속에서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해왔던 게 아닌가 싶다. 진보는 서민과 기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싸우고 우리 시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선도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진보는 항상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진보가 성찰을 멈추면 죽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성찰이 멈춘 진보를 목격하고 있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일생을 걸고 싸운 사람들. 그러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가 세상으로부터 지탄받고 의심을 받고 있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진보이기 때문에 옳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된다."

-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최근 통합진보당의 사태를 볼 때 어땠나.
"처음에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우리가 생각했던 진보와 너무 동떨어진 모습을 보고 실망스럽기도 했고 고민스럽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걸 시민운동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하기도 하다. 그동안은 나도 비례대표 영입 당선자라서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는데 아예 가타부타 말하지 않는 건 책임을 방기하는 일로 느껴진다. 당이 혁신할 수 있는 방향에서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일단 먼저 내부 정리, 그다음에 야권 힘 합쳐 공안검찰에 맞서 싸워야"

- 진보 시즌2 운동이 확산되겠나.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진보정치와 통합진보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만나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혁신해 나갈 생각이다. 우리 스스로 혁신적이어야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낙후한데 남들을 비판한들, 또 이렇게 사회를 바꾸자고 주장한들, 결국 국민적 비아냥만 들을 것이다."

- 이석기·김재연 두 당선자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는다면?
"사퇴할 것으로 믿고 싶다. 그것이 두 당사자와 당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또 야권연대를 위해서도 좋다. 안 한다면 당이 할 수 있는 가장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맞다고 생각한다."

-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는 유효한가.
"우리 내부의 쇄신이 지체되고 있고 계속 국민적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할 말이 없다. 야권연대 파트너로서 민망한 게 사실이다. 우리가 공동전선에서 싸우자고 말하기 굉장히 머쓱한 상황이다. 일단 우리가 먼저 내부를 정리하고 그 다음에 야권이 힘을 합쳐 공안검찰에 맞서 싸우자고 해야 한다. 지금은 그 최소 조건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태그:#박원석,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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