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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사건을 연일 단독보도하고 있습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충격적인 고백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 사람이 있습니다. 국가 기관의 가공할만한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입니다. 오늘 이털남 스튜디오에서 두 분이 아름다운 포옹을 했습니다. 다음은 이털남 방송 원고입니다. [편집자말]
3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녹음을 마친 뒤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보며 "꼭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며 포옹을 하고 있다. 김종익씨와 장진수 전 주무관은 '민간인불법사찰' 사건 이후 '이털남'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3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녹음을 마친 뒤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보며 "꼭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며 포옹을 하고 있다. 김종익씨와 장진수 전 주무관은 '민간인불법사찰' 사건 이후 '이털남'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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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각도를 약간 틀겠습니다. 저희 <이털남>이 지난 한 달 동안 사건의 진상을 연거푸 공개하는 것을 가장 가슴 졸이면서 지켜본 사람이 누구일까요. 두근거린 마음에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 했을 사람이 누구일까요. 아마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일 것입니다. 또 저희 <이털남>이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는 동안 가장 조마조마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번뇌하고 고민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진실을 털어놓은 장진수 전 주무관일 겁니다.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한 사람은 피해자로 다른 한 사람은 가해자로 반대편에 섰지만, 지금은 나란히 한 지점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완전한 규명을 바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시선은 일치합니다. 저희 <이털남>은 오늘 두 분을 모시고 가슴 깊숙이 묻어놨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김종익씨와 장진수 전 주무관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일 겁니다.

-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로 인사들 나누시죠.
김종익 : "그동안 저는 일을 당한 입장에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나마 장진수씨께서 사건 진상을 <이털남> 통해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 장진수씨가 하고 있는 일은 단지 개인의 일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 커다란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갖는 고마움도 있지만 한국사회 전체에 끼치는 정의를 향한 마음들, 이런 것에 대해 한국 사회 전체가 장진수씨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 장진수 주무관도 인사 나누시죠.
장진수 : "안녕하십니까. 제가 대신 말씀드려도 되는 거면, 항상 죄송한 맘으로 있었고 죄송하다고 이 자리에서 직접 말씀드립니다."

- 먼저 김종익 선생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처음 진실 이야기를 시작할 때 여기까지 올 거라 기대하셨습니까?
김종익 : "저는 이 일을 당했을 때 두렵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이명박 정권이 갖고 있는 5년이란 한정된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것들이 어떤 형태로든 터져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역사공부하고 책 읽으면서 봐온 것들이 당대에선 묻혔지만 시간 지나면 드러나는 현상들이었지요. 그런데 그게 지금은 미디어가 발달해 단축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훨씬 빨리 드러날 수 있겠다, 그리고 사건 진행되는 동안 이명박 정부가 대처하는 것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낡고 구시대적인 프레임을 갖고 국가를 운영하려고 하고 이런 사건을 대처하려고 하는가, 이런 낡은 프레임 때문에라도 틀림없이 이 사건이 언젠간 터져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근데 이게 장진수씨에 의해 이런 기회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 앞서 김종익 선생님께서 장진수씨가 용기 내 진실을 털어놓은 거에 대해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편으로 보면 장진수 전 주무관 같은 경우 물론 최종석 지시로 했지만, 디가우징(하드디스크 파기) 했던 분입니다. 그런 것에 대한 야속한 마음은 안 가져보셨습니까?
김종익: "검찰이 처음 수사 시작했을 때 가졌던 생각은 왜 압수수색을 그렇게 늦게 했는가였습니다. 늦게 하는 동안 자료 은폐라던가 그런 게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런 것을 보면서 역시 한국사회의 조직논리, 공무원사회가 갖고 있는 것들이 여지없이 이 사건을 통해서 드러나는구나 느꼈죠. 그러면서도 검찰 조사 받으며 제가 맘 속에 가졌던 것은 디가우징해 자료를 지웠지만 검찰이 상당한 정도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당시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건 행위자들이 굉장히 반발하고 있다, 그것을 무마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게 시간 문제지 언젠간 밝혀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인규씨나 김충곤, 원충연 이런 사람들이 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진충보국을 하기 위해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사람에게 갖고 있던 분노조차 없어졌어요. 민간인 사찰이 진충보국이라니,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그걸 했다는 게 인간적으로 그 사람들이 안 됐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내 존재가 있는 게 아니라 누구 때문에 내가 있다는, 나이 들고 고위직 가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식세계가 그런 정도라면, 우리가 흔히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저런 것 때문에 세상이 그렇게 얘기하나 싶었죠. 원망을 갖기보다 행위자들에 대해 불쌍하고 안 된, 저렇게 밖에 자기 내면이 이뤄지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 장진수 주무관은 김종익 선생님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오늘 처음이시죠? 그 이전에 김종익 선생님 떠올리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장진수: "제가 많이 떠올리진 않았어요. 사실 제 문제가 일단은… 가끔씩 생각하면… 지금도 마찬가지고 안에 계신 분들이 그런 걸 알아야 되거든요. 이게 엄청나게 큰 잘못된 일을 했구나 라고. (민간인 사찰이?) 네, 엄청나게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식해야 하는데, 제가 그동안 안에 있으면서도 사실 제대로 인식이 안 되고 있구나 느꼈지요."

- '제대로 인식이 안 되고 있구나'는 어떤 뜻이죠?
장진수: "아까 말했던 대로 진충보국의 (사명감으로 생각한다?) 네, 그렇게. 당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로 (재수 없게 걸렸다?) 네, 그런 부분이 안타까웠죠."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왼쪽)와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30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왼쪽)와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30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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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죄는 지었지만 만회하는 일은 고백하는 방법밖에..."

- 장진수 주무관과 저희 <이털남> 제작진은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매일보다시피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방송 통해 여쭤보는 건 처음일 것 같아요. 저희와 처음 만나서 진상을 털어놓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어땠습니까?
장진수 : "계속 고민했었죠."

- 어떤 점이 걸리셨어요?
장진수 : "못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면 조직 논리와 제 앞길 때문이죠."

- 조직논리라면? 내가 털어놓으면 왕따당할 수 있다?
장진수 : "예, 그런 거하고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부분도…. 제 앞길이 지금도 불투명하지만, 하… 막막했었죠."

- 털어놓으면 나에게 불이익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장진수 : "그건 차치하더라도, 이대로 가도 먹고 살 길이 해결되지 않나. 그런 걱정 때문에 못했고, 또 한 편으로는 이거 빨리 밝혀야 되는데. 왜냐면 첫 번째로 저를 위해서죠. 제가 너무 창피해서 어딜 나가질 못하니까. 사실 명절 때도 집에 못 갔거든요. 친척들 보기가 부끄러워서. (기소된 이후에?) 네. 가서 뭐 설명할 일이 없잖아요. 공부해서 시험쳐서 공무원 합격해 총리실 다니는 걸로 아는데 난리가 난 그 사건에 증거인멸, 제가 한 거라고 아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때까지 이름이 안 나왔으니까 모르는 분들도 있지만 얘기하다보면 나오게 될 거고 그러면 설명해야 될 거고. 그래서 못 갔죠. 친구들 보기도 그렇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애들이 커서 이걸 알게 되면 어떨까 하는 문제도 항상 있었고. 그리고 그 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누군가 알려주셨어요. 네가 국가공무원으로서 할 일이 뭔지 생각해봐라, 마지막으로 할 일이. 제가 생각한 게 아니고. 국가 전체에 봉사자로 헌법에 나와 있는데. 그걸 누군가 알려주셨어요, 저한테. 그 분을 저도 고맙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공무원으로 죄는 지었지만 만회하는 일은 고백하는 방법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 다 털어놨습니다. 지금 심정은?
장진수 : "지금도 뭐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사실은 조금의 불안함은 있죠. 그래도 한 가지 당당해진 건 사실입니다. 알아봐주는 분들도 계시는데 절 보고 힘내라고 해주시니까, 길 가다가도. (시민들이 알아봅니까?) 네, 말도 붙여주신 분들도 있고요. 주무관님 아니냐고 물어보시면서 꿋꿋하게 힘내서 당당히 나가자고 말씀해주시고. 힘 내라고 해주시죠."

- 김종익 선생님께 여쭤볼게요. 저희가 여러차례 걸쳐 진상을 털어왔는데 저희 방송을 들으셨어요?
김종익 : "초기에 좀 들었고요 그게 듣는 게 있고 기사가 있지 않습니까. 전 사실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건, 제가 인터뷰한 것도 나중에 보지 못할 정도로 싫습니다. 기사로 나온 것은 읽었지만 그걸 자세히 듣지는 못했죠. 어제도 아는 분이 꼭 들으라고, 어제 내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밤에 10시 가까이 돼서 전화가 왔어요.

(법무법인 바른 부분?) 네, 힘들고 그래서 안 읽는다고 하니까, 당신이 당사자인데 알고 있어야지 나중에 혹시나 묻거나 하면 대답해야 될 거 아니냐고 그렇게까지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사실 지금은 심적으로 너무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저와 관련된 기사는 안 봐요. 심지어 집에 제가 없으면 집사람이 뉴스를 듣지만 제가 집에 있으면 뉴스도 안 틉니다. 대신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때문에 기사로 아, 이게 대충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그리고 장진수씨께서 새로 밝힌 내용이 어떤 거구나 그렇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 지난 번에 김종익 선생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께서 말씀하시길, 김 선생님이 참 힘들어했던 건 사찰 당한 사실 뿐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변의 수많은 지인들이 멀리하고 연락 끊고 이랬던 것들이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김종익 : "네. 그분들이 중요한 공직 자리에 계셔서 실명은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같이 일도 하고 친하게 지내던 분들이라 처음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상의를 했습니다. 저는 그분들과 상의하면 최소한 해결책은 아니라도 뭔가 그분들이 공적으로 발언을 해서 이것을 여론화시키거나 이렇게 해주리라 기대했는데, 제가 말하는 사실조차도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하더군요. (믿지 않았다?) 네, 반신반의하는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어디 가서 제가 그런 이야길할까. 근데 상대방들한테 마치 미친 사람 취급 받았죠. 저 사람 자기가 잘못해서 그걸 해놓고 저런 식으로 자기 변명하거나 하기위해 저런 얘기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취급받는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인간이란 게 이렇게 허무한 거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많이 외로우셨다는 말씀 같은데.
김종익 : "네. 사실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 주변에서 저하고 같이 고민해준 몇 분 계신데. 그 분들은 당연히 제 주위에 있는 어떤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변호사하고 상의해도… 저는 경찰 조사 받으면서 총리실에서 작성한 문서들을 제가 봤습니다. 거기 보니까 국민은행에 압력을 넣고 한 게 다 있어요. 그 얘기 하면서 그 자료를 제가 확보해야 그걸 바탕으로 얘기할 수 있는데 그런 문제들을 변호사와 상의하니까, 이 분이 이렇게 말해요. 김 선생님, 이게 거의 힘들 거예요. 용산사태 보세요. 검찰이 안 줄거예요. 변호사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통화하고 그러는데 제가 그 사람에게 굉장히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더군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 군 불온서적 관련해 <오마이뉴스>에서 최강욱 변호사와 인터뷰한 기사를 본 일이 있었는데 그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중에 내 문제로 법적 조치할 일이 있으면 꼭 최 변호사와 상의해 봐야겠구나. (최 변호사와 일면식은?) 알긴 알았죠. 같이 러시아 여행도 하고 알고는 있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상의했던 변호사는 제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 최 변호사를 찾아갔어요. 최 변호사가 깜짝 놀라면서 한국사회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그런 변호사가 있다는 이야길 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그 일을 맡겠냐고 하시길래 제가 꼭 좀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했지요. 얘기를 다 듣더니 최 변호사의 답이 바로 나왔어요. 헌법 소원 내고 헌법재판소에서 그 기록을 복사해 와야 된다고 해서 최 변호사님과 헌법 소원하고 기록을 복사해왔어요.

복사해온 날이 저녁이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최 변호사님이 저한테 전화해 자기가 그 기록을 밤새도록 읽으면서 부들부들 떨려서 잠을 한 숨도 못잤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변호사 사무실로 갔는데 최 변호사님이 너무나 부들부들 떠시더라고요.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내 말을 처음으로 믿어줬구나?) 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 때부터 최 변호사님과 그 일이… (소송이 진행된 거고요?) 네.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 세우고. 그런데 우리가 일단 헌법소원을 했기 때문에 그거 기다리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저를 설득했어요. 이건 혼자의 일이 아니고 한국 사회 전체 일이기에 선생님이 힘드시더라도 공론의 장으로 이걸 갖고 나가자고.

그래서 가족들과 상의했더니 가족들은 다 반대였습니다. 지금까지 그걸 했는데 만약 그걸 갖고 나갔을 때 얼마나 심한 탄압이 있겠느냐 해서 가족들을 설득하느라 시간이 걸렸죠. 가족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PD수첩>과 인터뷰를 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가져나오게 됐죠.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굉장히 걱정이 많았어요. 이런 일 때문에, 저희 집안 이야기지만 동생 부부는 전교조 때문에 해직이 됐었고, 처가 쪽도 처형이나 제 동서 같은 경우 대학에 있으면서 교수협의회하고 전교조 활동하고 이렇게 하니까 그 쪽으로 다시 피해를 입힐까봐 저희가 굉장히 조심하고 힘이 들었죠."

- 처음에 선생님 말씀 믿지 않고 설마 그랬던 지인들 태도는 많이 달라졌나요?
김종익 :  "저하고 연락이 전혀 안 되고 있죠. 저도 연락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어떤 경우에 연락할 일이 있는데도 연락 안하고. 제가 정말 프리모리 레비라고 아우슈비츠 갔다가 자살하신 분 있지 않습니까. 그 <인간이란 무엇인가> 책 읽으면서 공감했던 것이, 그랬던 사람들이 연락도 전혀 없다가 자기 자녀 청첩장 보내는 거예요. 지금 최소한 밥이라도 먹고 사는지 이런 전화라도 한 통화할만한 사람들이 전혀 그런 연락도 없다가 결혼식 청첩장을 보내길래 제가 받아보며 야, 인간이란 게 이렇게 허무한 거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하나만 더 여쭤 볼게요. 저번에 최 변호사가 전해주던데, 이 문제가 2010년 불거졌을 때 아드님이 군에 계셨는데, 아드님 상처가 컸다고 전해들었어요.
김종익 : "예. 걔가 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내무반에 있는데 아버지가 뉴스에 막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군에서 굉장히 힘이 들었나봐요. 누가 정신적으로 같이 그 문제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없으니까 얘가 거칠게 변했던 것 같아요. 일이 처음 터졌을 때 쫄병이었고, 고참으로 가면서 그게 자기 내면에서 들끓고 중대장에게 반항적이고 이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자기 밑에 애들이 눈에 거슬리면 굉장히 폭력적 성향으로 나타나고 그러던데 제가 아쉬웠던 건 그걸 부모한테 연락해서 같이 대화하거나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 군대 내에선 얘 인적사항 파악됐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말년쯤 돼서 기흉 수술을 두 번 받았어요. 절대 안정해야 돼서 부대로 갔는데 부대에서는 제대 한 달 남았는데 전방으로 전출시켰더라고요. 그게 공교롭게도 검찰에서 기소하고 나서 며칠 후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얘가 군대생활을 순조롭게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수술을 받아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의견까지 있는데 굳이 전방으로 전출 보냈어야 했을까. 사실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것들을 자꾸 연관해서 생각하게되죠. 이미 제대해서 이제 자기 삶을 다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게 어떤 면에서 보면 그런 일을 겪었던 게, 걔한테 성장과정에서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근데 뭐 아드님께서 한국에서 안 살겠다는 얘기까지 했다는데요?
김종익 : "네. 지금도. 정말 한국,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저의 딸도 그렇게… 제가 일본으로 떠나는 날 딸애가 고2였어요. 한참 정말 중요한 시긴데 저를 꽉 껴안고 놓지를 않는 거예요. (따님이?) 네, 정말…."

- 선생님 눈시울이 붉어지시는데
김종익 : "정말 힘이 들었죠. 일본으로 떠났는데 매일 울었다는 거예요, 집사람하고 둘이. 그러니까 공부도 중요한 시기에 할 수가 없었고. 그런 일을 겪고 하다보니까 정말 그게 우리가 흔히 한국 떠나고 싶다 해서 떠나는 사연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가 반문도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감수성이 예민할 때 보고 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이런 얘긴 거의 처음인데, 국무총리실에서 저에게 어떤 요구가 왔을 때, 국민은행 직원 통해서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의사를 명확히 확인해달라 그랬어요. 원충연하고 제가 있는데서 통화를 했어요. 조건이 대표이사직 그만두고 제가 갖고 있는 지분을 이전하고 떠나라 그런 조건이라는 거죠.

제가 그 무렵에 그 얘길 듣고 상의했던 분이 저에게 그런 얘길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비상식적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지난 다음에 대표이사직으로 복귀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제가 회사 간부에게 이 내용 설명해주고 당분간 수행해달라고 하고 일본으로 갔습니다. 근데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새로운 대표이사가 제게 계속 메일을 보내는 거에요. 오늘도 국무총리실에 불려갔다왔다. 지분을 빨리 이전 안 하면 국세청시켜 세무조사하겠다고 하더라 또 다른 이메일에는 왜 빨리 안하느냐 가서 혼이 났다, 빨리 그거 안 하면 국민은행 통해서 거래 끊어버리겠다, 이런 걸 계속 보내요.

그 문제가 제 개인의 문제였지만 750명의 생계가 걸린 일 아닙니까. 일단, 그걸 내가 넘겨주자 해서, 제가 일본에 있는 동안 한국에 지분을 넘겨줬죠. 이 과정이 법적으로 하자가 다 있는 겁니다. 대표이사직 넘어가고 지분 이전하고 그런 것이. 그런데 그 새로운 대표이사가 어떤 사람이냐면, 3년 동안 출퇴근하면서 집 앞에 가서 데리고 갔다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한 사람인데 지분 이전하고 지금까지 전화 한 통화가 없어요. 그 이전에는 같은 아파트 사니까 우리 딸애 만나면 데리고 가서 빵도 사주고 했는데 완전히 이제 안면몰수한 거죠. 그니까 딸애도 그런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그걸 예민하게 느낀 거죠. 그러면서 그 사람들에 대한 상처 같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심했죠."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사진 왼쪽)와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30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사진 왼쪽)와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30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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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한국사회가 미래가 있는 사회일까"

- 말문이 막히네요. 알겠습니다. 장 주무관께도 여쭤볼게 많은데요. 장 주무관이 검찰 수사 받기 시작하면서 지금 올 때까지, 부모님이 경북 문경에 살고 계시는데 맘고생이 심했다고 들었어요.
장진수 : "제 부모님요? 걱정하시죠."

- 얼마 전 어머님 칠순이셨죠?
장진수 : "예."

- 저희가 알고 있기론 이거 공개하느라 칠순 잔치도 뒤로 미룬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장진수 : "잔치하려는 건 아니고요 가족들끼리 모여서 여행이라도 보내드릴까 하고 있는데 제가 소환 하루 전날이 (이번 참고인 소환?) 네. 칠순이었는데 조만간 가서 다시 하면 되죠."

- 아무튼 요즘 언론에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까. 부모님도 시골에서 티비로 보실텐데. 뭐라고 하십니까.
장진수 : "뭐… 아버지는 친구분들이 티비 보고 얘기 많이 하더라, 제 얘기를. 그런 말씀 하시고. 계속 걱정하시죠."

- 장 주무관은 저희와 얘기하면서 이걸 공개해야 되나, 만약에 공개하면서 과거 총리실 동료들이 날 어떻게 볼까 그걸 고민 많이 하셨어요. 그 때마다 저희가 설득하고 이랬는데 그러면서도 조직의 일원으로 관계가 끊길 수 있으니 고민하셨는데 그 뒤 반응이 어떤가요. 또 지금은 어떠신가요.
장진수 : "연락을 거의 못하니까요. 총리실 직원들하고 거의 연락 못하죠. 제가 하기도 미안하고. 그분들도 어떤 이유에서든 연락을 못해오시니까. 그쪽 분위기는 모르겠고요. 몇 분, 몇 명이서 연락주신 분들이 있어요."

- 뭐라고 하던가요?
장진수 : "어쨌든, 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든 그걸 떠나서, 방향 자체가 맞으니까 힘을 내라고."

- 당신이 진실을 공개하는 게 낫다?
장진수 : "일단은 해도 괜찮겠다. 응원하는 메시지고."

- 그럼 힘이 나세요?
장진수 : "훨씬 낫죠. 아무래도. 그런데 그래도 부정적인 메시지도 있고요 .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네, 그런 것도 있고… 여기 김 선생님이 여기 나와 계신데 이분 고통이 얼마큼인데 제 문제를 제가 말하기 부끄럽습니다. 제가 정말 이해하기는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통이다. 누군가가 날 바라보고, 고위 기관, 예를 들면 총리실, 청와대에 보고가 된다, 내가 어떤 조치가 된다 하면 듣기로는 아, 하지만 실제 당사자는 상당히 공포가 반드시 있죠. 전 이해를 하거든요. 이해를 좀 할 것 같아요. 그동안 2008년부터 4년 가까이 고통 겪으신 분인데 제가 겪은걸 얘기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알겠습니다. 두 분께 개인적 소회라고 할까요. 그동안 있던 일을 여쭤봤는데요. 이제는 각도 틀어서 김 선생님께 먼저 여쭤보고 싶어요. 저희가 진실은폐과정을 계속 추적하고 털었습니다. 이 과정을 요약하면 평생 먹여살려준다, 직장 알선해주겠다, 그러니까 진실 털어놓지 마라, 돈까지 주고 각종 회유를 다 하고. 김종익 선생님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것도 사찰한 거지만 불법 사찰 뒤에 보여준 행태. 그 증언 들으며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김종익 : "전 이 일을 겪으며 적어도 검찰에서 그 수사가 잘됐든 잘못됐든 만족할 순 없었지만 1심, 2심에서 다 유죄 인정돼서 혐의자들이 실형까지 살지 않았습니까? 그럼 그 정도 됐으면 정권 차원에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약속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그런데 전혀 그런 일도 없을뿐더러,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하겠다,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마디 말도 없었지요. 지금 보니까 그들은 범죄 행위를 한 사람들 아닙니까? 범죄자들한텐 격려금, 가족들한테 위로금 주고 (임태희 실장이?) 네, 그런 것도 주고 변호사 지원 한다거나.

저에 대해 음해하기 위해 조직적인 것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면서 아, 이명박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라 어떤 사적 집단, 자기들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집권한 집단에 불과하지 사회 공리라던가 이런 걸 위해 정권과 권력을 가지려 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올해 한국 사회가 두 가지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이 선거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이명박 정부를 역사적으로 청산하고 단죄하는 절차가 이뤄져야겠구나 하는 간절함 같은 게 생깁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단죄하고 이런 것들이 속속들이 밝혀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말 한국사회가 미래가 있는 사회일까, 저라도 나서서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해 심판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혼자 하고요."

"한국사회가 갖고있는 몰상식함이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 장진수 주무관은 아직 공무원 신분이니 이명박 정부 어떠냐 이런 질문 안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것만 질문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제공했던 녹취록 살펴봤어요. 읽다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장 주무관은 맘이 약한 사람이다, 그런 걸 느꼈어요. 작심하고 진실 털어놔야지 하고 가서 저 털어놓겠습니다 했다가 최종석 행정관이 막 회유하면 흔들리고. 이런 걸 느꼈는데. 맘이 여리니까 한 편으론 그런 사람들이 회유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본인에게 직접 회유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그때 심정은?
장진수 : "제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려 하다가도, 그 분들 얘기 들으면 그게 또 맞아요. (김종배·김종익 웃음) 좋게 말씀하시면 맘이 여리다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하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그동안 제가 말 안하고 지켜왔던 게 있어서, 나 말 할거니까 대비 좀 하십쇼, 그런 차원에서 가거든요. 항상. 그러면 다시 설득을 당하죠. 그래서 이번엔 다시 설득당하겠다 싶어서, 몇 번 설득당해서, 그냥 했죠. 말씀 안 드리고."

- 녹취록에 나와요. 저 이제 털어놓겠습니다. 야, 안된다. 먹여살려줄게. 취직시켜줄게. 벌금형으로 낮춰줄 수 있어. 하면 또 그러고. 이게 녹취록에 다 나오는데. 저희와 사전에 얘기하는 거 보면 맘의 상처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어떤 게 상처로 남았습니까? 덤터기였습니까?
장진수 : "아니요… 진경락 과장님과 최종석 행정관. 제가 1년 같이 근무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재판 이외 과정에서 인간적으로 대화가 됐으면 어땠을까. 진 과장님이 출소하시고 차 가지고 왔을  때도 (김종익 : 천 만원 전달 시?) 네, 그때 마지막으로 뵈었는데, 미안하단 말을 아끼시더라고요. 방금도 김 선생님이 미안하단 얘길 못 들었다고 하는데. 그걸 말하면 죄를 인정하는 게 되느냐.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미안하단 말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최종석 행정관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부분에서 서운하고 그러면서 저를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복기하면 저를 손안에 올려놓고 계속… (이른바 갖고 놀았다?) 네, 조금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생각날 때마다 화도…(배신감도 느끼고?) 네."

- 기억 더듬어보면 김 선생님이 <PD수첩>과 인터뷰 했을 때 화면 뒤쪽에 책장이 잡혔고 그 중 책 몇 권이 사회과학 서적이다 해서 김종익 이념이 붉은색이다 이런 보도도 나왔어요. 그때 어떠셨어요?
김종익 : "가장 문제 삼은 게 <조선 노동당 연구>였는데 그건 이종석 장관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낸 거거든요."

-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하신 분이죠?
김종익 : "네. 사인까지해서 준 책이었어요. 사실 <조선 노동당 연구> 같은 거는 지금 북한이 왜 저렇게 통제사회로 갈 수 밖에 없는가를 실증적으로 연구해서 증명한 책인데. 그걸 갖고 '혁명' 들어간 책들 막 이러는데, 제가 놀랬던 것은 그렇게 됐을 때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은행 앞에서 며칠 동안 플랜카드 만들어 김종익 빨갱이라거나 국민은행은 그런 회사와 거래 하지 말라는 시위를 해요. 그 동영상이 유튜브에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며 정말 섬뜩한 걸 느꼈고요.

또 하나는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인가에 제가 갔는데, 그때 여당의 국회의원인 이사철씨, 정옥임씨, 현경병씨, 그리고 여자분인데 판사 출신의 일산… (김영선 의원?) 네, 김영선 의원. 이런 분들이 그런 색깔론 얘길 막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길 했어요. 한 사람이 적법하게 출판된 책을 읽고 어떤 생각 갖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 지금 사상검증을 나한테 하자는 거냐. 저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사생활과 인권을 지켜줘야 할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정파적 이해가 있더라도 저한테 막 공격하고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거랑 민간인 사찰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무슨 책 읽고 생각하던 그게 민간인 사찰과 무슨 상관이냐는 거죠. 근데 저에게 공격적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회가 갖고있는 몰상식함이 이렇게 드러나는구나.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탄식을 했어요."

- 제가 잊지 못하는 게 그런 점인데, 그런 책 읽었다고 이념이 붉다고 하는 것도 예단이고 말이 안 되는 거고, 단순 논리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사찰 당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이 안 되는 거잖아요. 인권의 ABC 문젠데. 그걸 이념공세로 치환해서 역공을 하는. 그런 게 참 뭐해서 지금도 기억이….
김종익 : 제가 그 부분하고 제일 속상하고 가슴 아팠던 건, <조선일보> 같은데요. 그 당시, 십 년도 더 전에 노동운동하다 사망한 동생을 끄집어내서 부관참시하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요. 대학 들어가서 저희 고향이, 오대산 태백산맥 첩첩산중인데, 거기서 서울에 대학와서 접하고 했던 그 놀라움 같은 것들이 자연적으로 학생운동을 하게 된 것 같은데. 그걸 해서 노동운동 하면서 평생을 어떤 면으로 보면 자기 위해서 산 적 없고 한국사회 위해 헌신하다 죽었는데 그 동생까지 끄집어내서 색칠하는데. 정말 며칠 동안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너무 기가 막히고. 정말 한국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자기 헌신을 한 사람에게 모욕적으로, 그것도 언론이. 그럼 그렇게 해서 김종익 동생이 노동운동 했기 때문에 김종익은 사찰 당해 마땅하다는 건지 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끄집어내서 하는 한국사회의 천박함, 정말 몸서리를 쳤습니다."

- 최근에 나온 이야기인데, 장진수씨가 진실 공개하고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까지 받고 그랬는데, 청와대에서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장진수가 먼저 10억 요구했다.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장진수 : "그러니까… 검찰에 가서 밝히시겠다는 분들이 그건 또 얘기했더라고요. 근데…  지금 한 번 다시 요구해볼까 그러면? (김종배·김종익 웃음) 지금 공개적으로 요구하면 주시나요? (김종배·김종익 웃음) 그러면 저같은 6급 공무원들이 청와대 가서 시골 가겠다고 10억 달라고 하면 어떤지. 그리고 제가 10억 먼저 요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왜 그걸 들어줄라 했는지. 그리고 10억 안 줘서 제가 직장 요구했다는 건데 그건 왜 또 들어주실라 했는지. 그 이유를 먼저 설명하시면 제가 그 뒤에 자세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런 얘기가 장 주무관의 진정성이라고 할까요. 신뢰성을 깎아내리기 위한 그런 발언 아니냐. 이런 해석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두 분께 계속 질문만 드리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제가 끼어들지 않고, 두 분께서 서로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자유롭게 하세요.
장진수 : 아이고… 사전에 없던 건데 이런 건.(김종배 웃음)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30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이 사건의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 한마음 대표(왼쪽)와 함께 출연해서 김종익씨 사찰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30일 오전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이 사건의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 한마음 대표(왼쪽)와 함께 출연해서 김종익씨 사찰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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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이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 때"

- 저흰 각본이 없습니다.
장진수 : "(웃음) 각본 한 개도 안 주시고 진행하시니까. 음… 그간 맘고생 심하셨을 텐데 그 누구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 하고 어쨌든 제가 제일 먼저 만났으니까요. 저는 분명히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그 증거를 거시기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신 일어나지 않아야할 일들인데. 그런 부분도 죄송하고. 제가 국가공무원으로 첫 번째 임무라 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걸 못해서 또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김 선생님께서 그동안 어려우셨더라도 힘 많이 내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종익 : "네, 꼭 그렇겠습니다.(웃음) 장 주무관 사진 보면서 그런 생각 들었어요. 아유, 동생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저렇게까지 할 때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을까. 그래서 전 장진수씨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지금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관련해서 사실을 이렇게 드러내면서 이게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 사건에 압도당하지 말고 자기 개인의 삶, 맘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개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맘의 그것을 찾기를 꼭 부탁합니다. 이 사건에 압도당해서 누가 무슨 말하면 거기 분노하고 거기 휘둘리다 보면 삶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고 파괴되니까. 그 일은 그 일대로 진행된다고, 맘 속 한 영역 구분해 놓고,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할 삶,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해서 가족들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맘에 그런 걸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가 1심 재판 선고문도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그거 읽고 제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이 또 뒤흔들릴까봐. 그래서 저는 일상생활을 화요일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일본의 세카이라는 잡지 읽고 세미나하고 있고, 수요일은 고대민족문화연구소에서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일본 사상가 전집을 강독하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번역해서 한 권은 출판사에 원고가 넘어가 책이 곧 나오고, 다음 책을 번역하고 있고, 틈틈이 오래 플롯 불고, 그 담에 공원 걷고. 가능하면 이 사건에 압도돼서 제가 살아가는 삶, 이런 것이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정당 두 군데서 비례대표 제의가 끈질기게 왔는데, 전 그 자체가 제 맘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분들이 제게 화도 내고 해서, 결국은 제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들고 이리저리 대봤지만 결국 입을 수 없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걱정했던 부분, 제가 만약 비례대표 받아서 국회의원 됐다. 그럼 그 순간 민간인 사찰 사건은 지금같이 국민의 입장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정파적 싸움으로 변질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되면 굉장한 특권이 많더라고요. 경제적으로도 도움 받을 수 있고, 제가 지금 빚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만.

민간인 사찰이 갖고 있는 사회적 본질이라고 할까요, 이게 절대 훼손해선 안 되고. 이건 그런 차원에서 끝까지 규명되고 해야지. 제가 국회의원 돼서 정파적인 거에 휩싸여 희석될 순 없는 거겠죠. 제가 장진수씨께 당부 드리는 것은 이 사건에 압도돼 개인이 살아야 할 삶이 휘둘린다거나, 정치적인 거에 휘둘리는 게 아닌, 정말 우린 국민의 입장, 또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이 사건이 끝까지 규명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 김 선생님께서 장 주무관께 사건에 압도되지 말고 평정심 유지하라. 정말 염려해서 하신 말씀이신 것 같고요. 또 장진수 주무관이 죄송하다고 머리 조아리는 모습에도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정말 두 분께 여쭤보고 싶은 게 너무 너무 많은데 시간을 무한정 끌 수도 없고, 일단은 여기서 대담을 마치겠습니다. 일단입니다. 나중에 또 모실 수도 있습니다.(웃음) 김 선생님 최근 몇 주 동안 건강 안 좋았다고 들었는데 꼭 챙기시고요, 끝을 보셔야죠. 그죠? (그렇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날 때까지 건강하셔야죠. 장 주무관도 초심 잃지 마시고 꿋꿋하게 버티시길 부탁드리고요. 두 분 고맙습니다.

대담이 끝나고 나서 김종익씨가 장진수 전 주무관을 꼭 안았습니다. 평소에 꼭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면서 장 전 주무관을 품에 넣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국민이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 때입니다. 외로움과 배신감에 괴로워했던 김종익씨에게, 공포와 두려움에 힘들어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두 분께 위로와 격려와 성원의 말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권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안하고 후안무치로 일관할수록,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종익씨가 따님 얘기를 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져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털남 김종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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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녹음을 마친 뒤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보며 "꼭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며 포옹을 하고 있다. 김종익씨와 장진수 전 주무관은 '민간인불법사찰' 사건 이후 '이털남'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30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녹음을 마친 뒤 이 사건의 청와대 개입 및 은혜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보며 "꼭 한번 안아주고 싶었다"며 포옹을 하고 있다. 김종익씨와 장진수 전 주무관은 '민간인불법사찰' 사건 이후 '이털남'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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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종익, #장진수, #이털남, #민간인 사찰, #청와대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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