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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9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검사)이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입주해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마친 뒤 압수물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2010년 7월 9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검사)이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입주해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마친 뒤 압수물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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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을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직접 증거인멸을 시행한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범죄 도구로 이용당했다"는 진술을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에서 "지원관실 직원들은 치밀하고 교활한 계략에 의해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한 것"이라며 당시 지원관실 책임자였던 진경락 전 과장, 혹은 그와 공모한 또 다른 공범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은 '민간인 불법내사' 수사를 위해 총리실을 압수수색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증거인멸'을 확인(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이라며 "증거인멸이라는 범죄를 만들어 내고 본인을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5일 후에나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점에서 "지원관실에서 증거를 인멸하도록 검찰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불법사찰 수사 아니라 증거인멸 확인하려 압수수색"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서 제기한 의혹과 부합한다.

<이털남>은 이날 방송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을 총리실 압수수색 이틀 전인 2010년 7월 7일 만나 "'검찰에서 요구한 사안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다, 7월 8일경 압수수색이 있을 것'이라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총리실 압수수색 사실을 청와대에 사전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까지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 2010년 7월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강한 자력으로 파일 복구가 불가능하게 파기하는 방법)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장 전 주무관은 증거인멸 범죄가 조작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 하드디스크에 실제로 증거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 직원들이 모두 USB를 사용하고 일부는 개인 노트북을 써 사무실 컴퓨터에는 별다른 자료가 없는 점 ▲ 종이문서를 압수수색 당시 거의 가져가지 않은 점 ▲ 종이문서 4만5000매 상당을 파쇄한 사실을 알고도 검찰이 증거인멸 처분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검찰은 하드디스크에서 '증거'를 발견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거인멸'을 발견하려고 노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며 "검찰은 훼손된 컴퓨터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증거가 있었는지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증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제시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지원관실에서 4만5000매 상당의 종이자료가 파쇄되었다 하면서도 행위자를 증거인멸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종이자료가 파쇄되어도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비교해 하드디스크 자료의 삭제는 어떤 이유로 증거인멸이 되는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거인멸 지시 당시 청와대 행정관도 같은 자리에"

지난 2010년 7월 9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검사)이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입주해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9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검사)이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입주해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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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 전 주문관의 진술 가운데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 등이 등장해 주목된다. 이들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진경락 과장과 공모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가운데 최 전 행정관은 증거인멸에 사용된 '대포폰'을 지원관실에 전달한 인물이고 김 점검1팀장은 직접 사찰업무를 진행했다.

장 전 주무관은 "진경락 과장이 2010. 7. 4(일) 밤늦게 내게 (하드디스크에 담긴 불법사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전화할 그 당시, 최종석 행정관도 진 과장과 그때 차에 함께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 진술에 따르면 이날 진 전 과장은 최 전 행정관과 함께 서울 방이동에서 일원동 쪽으로 이동하는 차에 타고 있었다.

방이동은 최 전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집이 있는 동네고, 일원동엔 불법사찰에 가담한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의 집이 있다. 장 전 주무관은 "내가 지원관실에 근무하는 동안 이들은 무슨 은밀한 대책 같은 것을 논의할 때 이영호 비서관의 자택이나 그 근처에서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지원관실 운전기사 역할을 많이 했던 내가 이 비서관 자택까지 차를 운전해 이동해준 적이 몇 번 있어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날도 이들이 송파구 방이동에서 모여 어떤 대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논의가 끝난 후 김충곤 관장의 자택이 있는 일월동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김 점검1팀장은 모두 포항 출신이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이영호 비서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장악하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휘, 운영한 사실은 웬만한 공무원이면 거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검찰은 이 비서관이나 또 다른 고위직에 누군가를 보호하기 증거인멸을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이 증거인멸을 핑계 삼아 이 비서관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거듭해서 "나는 누가 봐도 이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처벌받게 된 피해자"라며 "치밀하게 계획하여 나를 이렇게 끌어들여 도구로 이용한 자들이 진정한 범죄자일 것이며, 이를 뻔히 알고도 그들을 보호하는 파렴치한 검찰이 범죄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또한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이털남>의 의혹제기와 부합한다. <이털남>은 2일 같은 방송에서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컴퓨터를) 강물에 갔다 버리든지 부숴 없애라고 말했다"며 "증거의 물리적 파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주무관은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증거인멸을) 실행한 꼬리 중에서 가장 낮은 꼬리"라고 지적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청와대 행정관과 민정수석실, 검찰까지 개입돼 있다는 의혹제기에 검찰로 복귀한 당시 김진모 민정2비서관은 2일 <이털남>과 통화에서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청와대 개입 논란이 있던 시점인데 그런 일(증거인멸 지시)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한 청와대 내부의 논의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나 청와대를 떠나 검찰로 왔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경락 과장 역시 자신은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며 "재판 중인 사안에 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주미한국대사관으로 파견을 간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관련된 문의를 전달했지만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태그:#민간인 불법사찰, #청와대, #검찰, #이영호, #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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