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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동참해 지역을 청소하는 자원봉사자.
 '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동참해 지역을 청소하는 자원봉사자.
ⓒ 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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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입양하는 프로그램(Adopt a street program)? 영어 그대로 해석하면 '거리 입양'인데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일까?

이 프로그램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길거리, 공원, 도로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면 그냥 다른 청소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다. 이제부터 '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거리 입양' 프로그램은 광역 밴쿠버에 속한 몇몇 도시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미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 동참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 덕분에 캐나다 거리는 매우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더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거리 입양'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광역 밴쿠버의 코퀴틀람 시에서도 6월부터 '거리 입양'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자인 댄 무니(Dan G. Mooney)는 어떻게 하면 도시를 더 깨끗하게 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거리 입양' 프로그램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댄 무니는 아직도 길거리에 담배꽁초는 물론 고장 난 가구나 전자 제품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거리 입양' 프로그램을 통해, 물건과 함께 양심까지 버린 이들이 다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거리 입양'이라고 하는 걸까? 댄 무니는 가족이나 단체가 한 지역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관리해주면, 그 기간 동안 거리 이름에 그 가족이나 단체 이름을 새겨주기 때문에 '거리 입양'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자식처럼 아끼고 가꾸게 한다는 취지다. 댄 무니는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지역도 깨끗하게 하고 명예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를 청소하니 가족 이름이 거리에 새겨졌어요"

'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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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봤다.

"아이들과 함께 자원봉사도 할 겸 집 근처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나니 우리 가족 이름이 거리 이름에 새겨졌어요. 아이들이 이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이름을 보고 흐뭇해하네요." (자원봉사자 애슐리)

"저는 자녀가 셋인데 매달 두 번씩 집 앞 공원을 함께 청소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한 달에 두 번은 너무 적다며 더 늘리자고 극성입니다." (자원봉사자 켄)

댄 무니는 가끔 광고 효과를 노리고 이 프로그램을 악용하려는 단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댄 무니는 상업적인 홍보를 노리는 단체 이름은 절대로 새기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맥도날드 거리, 세븐일레븐 거리 같은 이름은 걸지 않는다."

자원봉사 단체인 츠치(TZU CHI)재단의 캐롤라인은 이민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의 도시' 밴쿠버에서 캐나다 현지인과 이민자들의 협력과 조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캐롤라인은 한국 교민들이 '거리 입양'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퀴틀람 시는 자원봉사 팀 12개 정도의 참여를 예상했는데 이미 19개 단체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1년 이상 동참하겠다고 밝힌 단체들도 많다고 한다.

댄 무니는 앞으로 신청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여 코퀴틀람 시가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 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로도 확산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한편, 광역 밴쿠버 당국은 오는 2015년까지 아파트, 상업용 건물, 식당에서 길거리에 음식물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태그:#밴쿠버, #코퀴틀람, #거리 입양,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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