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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이 기획을 통해 지역 문화와 맛집, 그리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자세히 보여드립니다. 어느덧 여섯 번째, 이번엔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지역 염원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두고 부산경남(PK) 민심은 출렁거렸다. 하지만 출렁이기만 할뿐 '디비'(뒤집어) 지지는 않았다. 10·26 재보선 결과, 한나라당이 5곳 중 4곳을 가져가며 PK를 무난히 수성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리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가 15%p의 비교적 여유 있는 표차로 민주당 이해성 후보를 눌렀다.

한때 이해성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는 등 야권으로서는 기대를 모았던 지역인지라 상실감은 더욱 컸다. 상대적으로 노년층이 많은 동구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나쁜 결과는 아니었지만 야권은 총선을 앞두고 부산 지역 민심을 쉽게 가져갈 기회를 놓쳤다.

부산경남은 역대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전두환, 김영삼은 PK 출신으로 각각 일해공원과 기록전시관 등의 기념지가 있으며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임시수도를 부산으로 정하면서 임시수도기념관도 부산에 자리하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임시수도기념관과 거제의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을 돌며 부산경남 민심을 만나봤다.

안철수 지지 이유 들어봤더니... "MB 나오면 채널 돌린다"

임시수도기념관은 관람객들을 위해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
 임시수도기념관은 관람객들을 위해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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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부산 서구에 위치한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았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렀던 장소로 지금은 이 대통령과 한국전쟁 당시의 사료가 전시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초입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있던 받침대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 3월 설치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은 두 달 뒤 페인트을 뒤집어 쓴 뒤 부랴부랴 철거됐고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건국 대통령으로서의 이승만 대통령의 치적을 선전하는 판석은 아직 남아 있다.

지난 6월 3일 오전  부산 서구 부민동 임시정부 기념관 앞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돼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6월 3일 오전 부산 서구 부민동 임시정부 기념관 앞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돼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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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 철거된 자리에는 '혜안을 가진 건국대통령'이라고 이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고 있다.
 동상이 철거된 자리에는 '혜안을 가진 건국대통령'이라고 이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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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시간임에도 기념관을 찾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해운대에서 왔다는 윤창호씨는 아늑한 이곳의 느낌이 좋아 종종 찾고있다고 말했다. 정년 퇴임을 했다는 윤씨에게 조심스럽게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씨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어왔다. 윤씨는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은 크지만 야당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동아대학교에서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러 온 학생 커플도 만날 수 있었다. 캠퍼스 커플이라는 이들은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요즘엔 주위에서 안철수며 문재인 같은 야권 후보들을 자주 언급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혹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안철수 교수"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여자친구가 "얘는 그냥 자기 학교 선배라고 그러는 거예요"라며 남자친구를 보고 혀를 삐쭉 내밀었다. 안 교수는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해 조국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부산경남 출신이다.

부산역으로 자리를 옮겨 즐비한 택시 기사들을 붙잡고 물었다. 7년차 개인택시 운전기사라는 김아무개씨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진 분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기사는 "DMB 뉴스에 대통령이 나오고 있으면 다른 거로 틀라는 손님도 있다"고 냉랭한 민심을 전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에 지역 출신들이 떠오르고 있다는 말에는 "대통령이 지역 따지가꼬 되긋나?"하며 되묻는다. 동료도 "같은 경상도라도 이번 대통령처럼 포항이랑 대구 쪽만 밀어주면 안 되지"라며 맞장구쳤다. 이들은 무산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자기 지역으로 공항을 유치하려 했던 TK(대구경북)와 정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역 출신이 대통령 되는 게 싫지는 않지"라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택시기사는 담배 연기와 함께 "우짜다가 내가 민주당을..."하는 읊조림을 뱉어냈다.

이런 지역의 분위기는 <동아일보>와 코리아 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 '다른 인물에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32.2%로 '현 국회의원에 투표하겠다'(21.4%)는 대답을 10%p 가량 차이로 눌렀다. 부산 민심은 그 이유로 '현 정권에 대한 실망'(43.6%)을 가장 크게 꼽았다. 다음 선거에서 야권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대답도 36.5%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31.6%보다 4.9%p 앞섰다. 

여기저기서 "IMF"... "김영삼은 좋아해도 현철은 좀"

경남 거제에 위치한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생가와 이어진 전시관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찾고있었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생가와 이어진 전시관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찾고있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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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거제도의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과 생가를 찾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지난해 말 개통된 거가대교를 건너자 꽤 시간이 걸리던 거제도가 지척이었다. 다리를 건너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김 대통령의 기록전시관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버스까지 대절해 이 곳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꽤나 북적북적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전시관 앞에 나란히 심어져 있었다.

전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유년 시절과 성장 과정, 정치 역정, 대통령 재임 당시의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천천히 전시장을 돌아보며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가만히 들어 보았다. 평가가 엇갈리기는 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역시 'IMF'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들렸다. 한 여성이 지인에게 비꼬듯 하는 말이 들렸다.

"와 잘한게 없노? 그래도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바꿨다 아이가."

취임 선사 당시를 재연해 놓은 김영삼 대통령 미네킹
 취임 선사 당시를 재연해 놓은 김영삼 대통령 미네킹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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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물이 지켜보고있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물이 지켜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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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왔다는 장석훈(49)씨는 김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는 "김 대통령하면 IMF부터 말하는데 금융실명제며 하나회 청산, 독재와 맞서 싸운 점은 우리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국회의원 출마에는 냉소적이었다. 김 대통령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사람이 바로 김 부소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거제 지역의 민심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지역 발전에 큰 기여를 하지 않았던 김 부소장이 아버지의 정치적 후광만을 믿고 거제에 출마하는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 인근 상인은 "김영삼 좋아하는 거제 사람은 있어도 김현철 좋아하는 거제사람이 있을런지는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6월 16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열린 '거제미래포럼' 개소식에 참석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아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함께 행사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16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열린 '거제미래포럼' 개소식에 참석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아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함께 행사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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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아무개씨는 "한나라당 밀어줘 봤자 달라지는 거 없더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라고 직장 내 분위기를 전했다. 한씨는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다음 총선에서 1번을 찍을지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다른 인물에 투표하겠다'(36.2%)는 응답이 '현 국회의원에게 투표하겠다'(20.2%)를 앞섰다. 하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대답은 36.4%로 야권을 지지한다는 응답(32.8%)보다 3.6%p 앞섰다.



태그:#부산경남 민심, #임시수도기념관,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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