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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0일)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3년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책상 앞에 앉아 쌓은 성과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냉혹한 입시를 앞두고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예년과 다름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수능의 특징이라고 일컬어지는 'EBS 교재 70% 연계 출제'와 예년과 달라진 '영역별 난이도'는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 6월과 9월 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에서 학생들이 체감하였듯 실수 한두 개로 입시의 당락이 엇갈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3 담임이 만든 수능응원곡 < Grand CSAT >

▲ 수능응원 UCC 'Grand CSAT' 무한도전 조정특집 주제곡 'Grand Final'을 패러디하여 부일외고 교사들이 만들었습니다.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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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생들의 불안과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 부일외국어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들려줄 수능응원 UCC < Grand CSAT >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 노래는 수능 전날(11월 9일) 학교 강당에서 진행될 응원 행사 때 공개될 예정입니다. 사실 지난해에도 저는 동료 교사와 함께 가수 윤종신씨의 <본능적으로>를 개사한 <직감적으로>라는 응원곡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관련기사 : "윤종신씨...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이들이 응원 UCC 제작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습니다. 우선 부일외고 졸업생들이 SNS 투표를 통해 리메이크 할 응원곡의 음원을 선택해 줬습니다. 투표 결과 MBC <무한도전> 조정 특집편 주제가였던 < Grand FINAL >이 선정됐습니다. 졸업한 제자들의 추천을 받고 곡을 찾아 들어보니 리듬과 느낌이 수능응원곡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영상세대인 수험생들과 교감하는데 있어 그들의 취향에 맞는 선곡이 중요하다고 여기던 차에 졸업생 선배들이 적절한 곡을 추천해 준 것입니다. 리메이크 곡의 제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문 약자인 'CSAT'를 붙여 < Grand CSAT >로 결정했습니다.

교사와 졸업생이 고3 수험생을 위해 뭉치다

졸업생이 롯데와 SK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이 열린 사직야구장에서 찍어 보내준 응원사진
▲ 선배들이 후배 수험생을 위해 보내준 응원사진 졸업생이 롯데와 SK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이 열린 사직야구장에서 찍어 보내준 응원사진
ⓒ 김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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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응원곡의 콘셉트는 '선생님과 선배들이 너희를 응원한다'로 정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응원 장면을 위해 국내와 외국에 있는 부일외고 졸업생들이 다양한 응원 문구를 들고 찍은 사진을 제게 이메일로 보내줬습니다. UCC 분량상 동영상에 포함시키지 못한 사진들은 수능 전날 학교 강당에서 각 분야의 명사들이 보내준 격려 메시지와 함께 학생들에게 소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학년 담임들이 제자들의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해 '망가지는 것'을 무릅쓰고 익살스런 응원사진 촬영에 참여한 것은 물론입니다.

영상은 디지털카메라와 비디오캠코더로 촬영한 뒤 편집했습니다. 지난해 수능응원곡 <직감적으로>를 만드는 데 참여했던 정봉주 선생님이 - 올해는 1학년 담임이지만 - 제가 구성한 대본에 맞게 동영상 편집을 맡았습니다. 정 선생님 같은 '고급 인력'을 고작 생선구이 식사 한 끼와 맥주 몇 병으로 꾀어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수능 때문에 쫄지 말고 한바탕 웃어봐!

부일외고 국사 담당 백동호 선생님은 요리사로 분장하고 코믹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 담임 교사 8인의 응원사진 중 하나 부일외고 국사 담당 백동호 선생님은 요리사로 분장하고 코믹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 백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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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응원곡이 TV와 라디오, 신문과 인터넷 매체, SNS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부일외고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수험생들이 '사제지간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기쁘고 보람찼습니다. 또한 학창 시절의 기억이 아련한 누리꾼들이 트위터나 인터넷 댓글로 학력고사(혹은 수능 시험)에 응시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해 준 것도 참으로 고마운 반응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올해도 어설프고 아마추어티가 팍팍 나는 건 여전합니다. 시·공간적 제약으로 반나절 만에 후다닥 녹음하고 촬영하다 보니, 노래도 듣기 민망한 수준이고 연기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입니다. 

사실 지난해 수능응원곡 <직감적으로>가 화제가 된 뒤 모 방송사 관계자로부터 "방송사 스튜디오를 녹음실로 무료 제공해 주겠다"는 고마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또한 동영상 편집의 달인인 졸업생들은 "기술적 도움을 드리겠다"는 연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과 교사 간 교감의 핵심은 UCC의 노래와 연기의 완성도에 있지 않다고 믿었습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 있는, 수험생들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싶은 담임교사의 마음 자체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구성·개사·노래와 랩·연기·촬영·편집 등 모든 것을 순수 아마추어 교사들의 힘으로 했습니다.

지난해처럼 음향장비가 갖춰 지지 않은 공간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녹음했기에 가사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고 교감해 주길 바랄뿐입니다.

다른 직종에 있는 친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고3 담임을 연이어 하느라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왜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직감적으로>와 < Grand CSAT >를 만든 목적은 단 한가지입니다. 우리 부일외고 학생들, 아니 70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들이 교사들이 만든 아마추어 수능응원 UCC를 보며 한 번 크게 웃고 긴장감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합니다.

교육과정과 입시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에게 수험생은 '70만 명'이라는 숫자로 표현되는 추상적인 존재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담임교사에게 수험생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눈만 뜨면 문제집만 풀어대는 '입시의 노예'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 숨쉬는,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한 인격체입니다.

모든 고3 학생과 N수생 수험생들이여

수험생 여러분, 그대들의 부모님과 담임교사가 여러분에게 갖고 있는 진심어린 사랑이 이 수능응원 UCC를 통해 전달된다면 좋겠습니다. 마치 세상 앞에 홀로 선 듯한 불안감과 고독감이 엄습하더라도 믿음을 가지세요. '노력은 결코 그대들을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긴장감이 오히려 고사장에서 집중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수능대박, 사기충천, 화이팅!"

덧붙이는 글 | 음원 사용을 허락해 준 원곡 저작권자 힙합그룹 리쌍 그리고 응원사진 캡쳐를 허락해 준 MBC <무한도전> 제작진, 감사합니다. 또한 제작에 큰 도움을 준 강동완 부장 선생님을 비롯한 일곱 분의 동료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바쁘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후배들을 위해 재기발랄한 응원 사진을 보내준 졸업생들에게 이 글을 통해 고마움을 전합니다.

원곡에서 가수 정인씨가 부른 피쳐링 녹음과 영상 속 수험생 연기를 선보인, 우리학교 졸업생이자 후배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김의정 선생님과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도 손색없을 동안의 소유자 류운경 선생님. 비록 출연료는 드리지는 않았지만 교복을 입고 수험생 연기를 한 것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으리라 믿습니다.



태그:#수능응원곡, #부일외고, #무한도전 조정가, #GRAND C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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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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