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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신학대학민주동문회 남재영 회장
 목원대 신학대학민주동문회 남재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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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서 등록금 인하를 위한 서명운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최근 목원대학교(대전광역시 도안동, 총장 김원배)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만 배 시위'를 벌이며 내건 요구사항이다. 이 학생은 '학교 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시위 끝에 이 학생이 얻어낸 것은 '교내 서명운동 허용'이었다.

이를 접한 사람들의 첫 반응은 한결같았다. '고작 서명운동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거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이 서명을 막기 위해 3개월 동안 해당학생에게 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학교 측은 서명운동을 할 경우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수들은 '서명을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총학생회는 이 학생의 얘기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해당 학생이 인터넷 게시판에 '이렇게 하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올렸더니 학교직원으로부터 '차라리 죽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유와 지성의 공간인 대학에서 서명운동조차 못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기 시작했다.

의아한 일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4시 경. 목원대 신학대학 민주동문회 회원 5명이 학내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학총장을 면담하러 갔다. 총장은 자리에 없었다. 민주동문회 회원들은 '총장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경 총학생회 임원 등에게 욕설을 듣고 멱살을 잡히는 수모를 당한 후 학교를 나와야 했다. 총학생회 임원들은 대화도중 "왜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일에 나서느냐"고 항의했다.

총장 면담 갔다가 총학생회 임원들에게 멱살 잡힌 모교 선배들

목원대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모교에서 총학생회 임원들에게 쫓겨난 남재영 목원대 신학대학 민주동문회장(대전 빈들감리교회 목사)을 19일 오후 만났다. 남 회장은 먼저 법인 이사회의 구성을 문제 삼았다.

"학교를 견제해야 할 법인 이사회가 죄다 총장 측근인사로 꾸려졌어요. 김원배 현 총장이 '계룡미래포럼 공동대표를 역임했거든요.(계룡미래포럼에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박근혜 지지활동을 벌인 인사들이 대거참여해 있다) 그런데 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계룡미래포럼 공동대표 두 명과 이 모임의 감사 등 3명이 법인 이사로 선임됐어요. 나머지 이사들도 총장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 등 총장을 지지하는 인사로 꾸려져있어요. 이들이 현 총장이 총장으로 선출되도록 도왔으니 감시와 견제가 되겠습니까?"   

총장과 법인 이사들의 '특수관계'를 지적한 것이다. 목원대 총장 선출은 투표를 통해 다득표한 2명과 교외인사 2명 등 4명에 대해 이사회가 심의 및 의결 등을 거쳐 이루어진다. 총장 선출과 관련한 이사진의 막강한 권한을 엿보게 한다. 결과 또한 이들과 특수관계에 있었던 현 김 총장이 선임됐다.

남 회장은 "반면 현 총장과 현 법인 이사장에게 비판적인 법인 사무국 직원은 보복 징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장과 이사장이 취임직후 법인 사무국장(대리)을 관리과장으로 좌천했어요. 그러다 지난 1월엔 아예 해고했고요. 비판 세력에 대한 '보복징계'라고 봅니다.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가 '부당해고'라고 결론 내렸는데도 아직도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어요"

목원대학교
 목원대학교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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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당한 법인 전 사무국장,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안 해

확인 결과 학교법인 측은 사무국장 직무대리로 일하던 이아무개씨를 지난해 9월 14일자로 목원스포츠센터 관리과장으로 보직 변경했다. 현 총장과 이사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법인 측은 이씨의 급여를 수개월간 주지 않다가 지난 1월 31일 돌연 이씨를 해고 조치했다. 주된 해고사유중 하나가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구성된 총장선출준비위원회(이하 총준위) 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인사무국에서는 총준위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는데 당시 총준위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소송 등은 개별적으로 한 행위가 아닌 당시 이사장의 지시로 한 것"이라며 "해고처분은 인사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결국 총장 취임 이후 학교 보직교수와 법인 이사회를 측근들로 구성하고 반대세력은 배척하는 방법으로 학교를 장악한 것이죠"

남 회장은 목원대가 지난달 교과부로 부터 '부실대학'에 선정된 것도 총장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교과부가 1차 평가를 통해 목원대는 4가지 절대지표 중 학생취업률과 전임교원확보율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았거든요. 교과부가 절대평가 항목에서 2개 이상이 포함되면 부실대학에 포함된다는 설명도 해줬거든요. 올해 봄에도 교과부에서 재차 평가미달 항목을 알려주고 준비를 당부했습니다. 그런데도 부실대학 평가를 받기까지 학교 내에 한 번도 이 문제를 공론화한 적이 없어요. 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했어요. 학생의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못하게 막은 현실은 어떻고요. 이게 다 총장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요."

"총장실 앞에서 기도회 열겠다"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이틀째 1만 배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만 배 후 분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이틀째 1만 배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만 배 후 분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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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총장에게 네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취임이후 과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임자를 인사 조치해야 합니다. 학교 경영전략실장이 부실대학 선정의 책임을 지고 제출한 사표를 총장이 나서 만류하더니 오히려 법인정상화추진위원으로 추천했어요. 셋째, 부당해고한 법인 사무국장을 복직시켜야 합니다. 반대와 비판세력도 창조와 생산을 위해 일하게 해야 합니다. 끝으로 여러 학교구성원이 참여하는 '목원장단기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하자는 겁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이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도 답변이 없습니다"

목원대 신학대학 민주동문회에서는 오는 24일 오후 총장실 앞에서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총장이 취임 이후 학교 외형을 가꾸고 측근을 늘리는 데만 몰두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손님 접대용 식당 신축, 초장사택이전, 부총장을 두 명으로 늘리는 등 보직남발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그런데도 대학 내 어디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이는 대학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모교를 위해, 총장의 결단을 권면하기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태그:#목원대, #부실대학, #사명운동, #기도회,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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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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