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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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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보가 관훈토론에서 뭐라고 했나. 당시(2005년) 사학법 개정문제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로 혹시 객관성을 의심받게 될까봐 의총에도 가지 않았고 교과위에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건 거짓말이다. 왜냐. 그 와중에 날 찾아왔다. 내가 의총과 교과위보다 높나. 관훈토론 보고, 아, 이건 내가 얘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나꼼수를 통해 밝힌 것이다."

정봉주(51) 전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2005년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와 자신이 연루된 사학의 감사배제 청탁을 하러 왔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학법 개정을 앞둔 시점에 당시 열린우리당 사학비리센터 소장을 맡고 있던 자신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나경원 후보가 이례적으로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와 부탁한 것은 결국 아버지가 이사장이고 자신이 이사인 학교법인 홍신학원과 아버지가 이사로 재직 중인 동일학원의 감사배제를 당부하러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방을 직접 찾아온 것은 임기 4년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었던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시 보좌진들은 누구보다 상황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이 점과 관련해 명예훼손소송을 검토 중이라면 자신은 그에 대해 무고로 걸 준비가 돼 있다고 응수했다. 나 후보가 법률적 대응을 하면 자신도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19일 오전 노원구 공릉로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정 전 의원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23회 출연 이후 처음으로 기자와 만났다고 밝혔다. 자신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시기에 매우 예민한 점을 밝히고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첫 인터뷰에 임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다음은 정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나경원, 2005년 당시 '학교 감사 선정은 잘 되가느냐'고 물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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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후보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인터넷 루머를 해명하려 한 것이지 감사 대상에서 빼다라고 청탁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경원 후보의 관훈토론 발언이 앞뒤가 안 맞아서 일이 커진 거다. 나 후보가 당시 토론회에서 뭐라고 했나. 사학법 개정안 입장과 아버지 학교의 연관성에 대해 '저의 발언으로 객관성에 의심을 받을까 의원총회에서도 발언을 자제했고 교과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소신으로는 적극 반대했고, 당론이 결정된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학법 개정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는 당시 내 방에 왔다. 일단 이게 나 후보의 첫 번째 거짓말이다."

- 나 후보가 정 전 의원을 찾아와 아버지 학교를 감사대상에서 빼달라고 한 건 맞나.
"나 후보가 만약 이 사실을 덮으려 했다면 내 방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내 방에 찾아온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기함정에 빠져버렸다. 내 방에 와서 신변잡기적인 얘기만 했다면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 학교 얘기를 했다. 당시 상황은 사학법 개정을 앞두고 실제 사립학교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강도높은 조사가 진행된 시기다. 당시 열린우리당 사학비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던 내게 이런저런 제보와 로비가 무척 많이 들어왔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아버지 학교 문제를 부탁하러 온 것이라 판단될 수밖에 없지 않나?"

-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나 후보에게 전화가 왔다. 난 '바쁜데 왜 찾아오나, 전화로 하지'라고 답했는데 나 의원이 얼마 되지 않아 직접 방을 찾아왔다. 대개 외부손님이 오면 방문을 열어놓는 편인데, 그날은 방문을 닫았다. 보좌관들은 당시 상황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의원이 우리 방을 찾아온 건 4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대개 타당 의원들과 식사는 같이 할지라도 직접 방을 찾진 않는다. 나도 당시 김효석 민주당 의원과 친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잘 방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당시 얼마나 앙숙이었나. 그래서 보좌진들이 명확히 기억하는 것이다. 나 의원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학교 감사 선정하는 게 잘 되느냐'고 묻더라."

- 나 후보가 학교명칭을 정확히 거론하며 빼달라고 직접 말했나.
"그건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전교조의 문제제기는 사실과 무관하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나 감사대상 학교를 선정하는 시기에 자신이 연관돼 있는 학교를 얘기하면 상식적으로 그 학교를 봐달라는 얘기로 받아들이지 않겠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연관된 학교라서 불이익을 받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나 의원 역시 그런 우려를 전달했던 것 같다. 보좌관의 기억에 따르면, 나 의원이 떠나고 난 뒤 내가 '저렇게 얘기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굳이 감사대상에 넣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나라당 의원이기 때문에 괘씸죄로 감사 들어가선 안 되겠냐'며 '감사대상에 포함됐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던 것 같다."

- 감사 대상 선정 권한이 당시 본인 혹은 교과위원에게 있었나.
"아니다. 교육부에 있다. 다만, 사립학교 문제와 관련해 당시 교육위원들이 워낙 서슬이 퍼래서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감사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나 의원에게도 '감사 대상에 넣으라, 빼라고 하는 얘기를 안 한다'고 설명한 기억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보좌진에게 '한나라당 의원이라고 불이익을 받으면 되겠느냐'는 우려를 전달했다."

"청탁 아니라면 왜 찾아왔나? 보좌진들 진귀한 상황이라 뚜렷하게 기억"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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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후보 아버지의 학교 문제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나.
"나 후보가 얘기하기 전까진 전혀 몰랐다. 또 나 후보의 아버지가 사학비리로 규탄받던 동일학원의 이사였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가고 난 뒤에 '알아보고 정말 문제가 없다면 빼줘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 내가 디테일한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건 깊게 개입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강조하지만, 나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게 내 주장의 핵심이다. 내가 한나라당 의원총회나 교육위원회보다 더 중요한 존재인가? 그런데 왜 내 방을 찾아왔나. 당시 나 후보는 감사 대상 학교를 선정하던 시기에 친분이 있던 나를 찾아와 자신이 연관된 학교를 설명했다. 나는 나 후보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압박을 느꼈다.

그래서 '학교를 확인해보고 문제가 없다면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빼라'고 얘기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빼라고 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이라고 불이익을 보면 되겠느냐는 나 후보의 얘기가 맞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보좌관에게도 편하게 얘기했다. 보좌관들은 진귀한 상황이 연출되서 당시 상황을 너무나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 나 후보가 부탁했던 학교가 어디인가.
"학교 이름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던 건 아니다. 아버지가 학교를 운영한다고만 했다. 워낙 그 때는 많은 학교들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을 때라 제보도 무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나 후보가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억 못할 수가 있다."

- 자신이 그 학교의 이사라는 얘기는 안 했나.
"안 했다. 나 후보가 홍신학원 이사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 다만, 그 전에 나 후보가 사학 쪽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는 얼핏 한 두번 들은 적 있다."

- 나 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 '당론에 의해 사학법을 반대했다'고 했는데.
"내 기억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 직권상정 처리 전까지 당론이 없었다. 단지 우리가 낸 개정안을 반대하고 자신들이 안을 만들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당시 상임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한나라당 당론이 뭐냐, 가져오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을 전면 반대하는 게 아니다, 비리사학 척결에 동의하지만 건전사학이 위축되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사학법 개정안이 직권상정 처리된 이후에 '날치기 원천무효'를 당론으로 세우고 길거리로 나선 거다."

- 당시 나 후보가 정 전 의원에게 부탁한 건 홍신학원인가, 동일학원인가. 전교조 교사들이 감사를 요청했던 곳은 동일학원이다.
"당시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두 가지가 섞여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곳은 동일학원이 맞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동일학원의 경우, 넣고 빼고 할 계제가 아니었다. 이미 2003년 감사 지적사항을 불이행한 문제로 의원들이 동일학원 문제를 해결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하고 있었다. 법으로 따지자면 계류된 상태였다."

- 나 후보가 홍신학원과 동일학원 모두를 감사대상에서 빼달라고 로비한 건가.
"글쎄. 그건 자기 판단이니깐…. 전교조의 문제제기를 기억하는 것으로 봐선 나 후보가 동일학원의 경우를 청탁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나라당 의원이라고 느 당하는 상황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면 명백한 부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 홍신학원의 경우는 어떤가. 감사 대상이 될 만한 일이 있던가.
"<나는 꼼수다>에서 밝힌 내용인데, 중 고등학교 예산이 워낙 적기 때문에 치사한 비리를 저지른다. 21명이라고 교직원 수를 신고했는데 15명이라던가, 연봉 6000만 원이 넘는 육성회 직원이 유령직원이라던가, 청소용구 비용으로 총 1200만 원을 청구했는데 알아보니 빗자루 하나만 준다던가. 이렇게 해먹는 곳이 사학이다. 재테크 실력이 아주 꼼꼼한 사람들이다. 500만 원, 1200만 원 이렇게 빼 먹는 걸 얼마 안 된다고 보면 안 된다. 그렇게 축적되는 것이다."

"법적대응? 잘못 걸어온다면 '무고'로 되치기할 것이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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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후보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아버지 학교 문제를 자신과 결부시키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양치기 소녀라는 것이다. (홍신학원은) 아버지 학교임과 동시에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교다. 나머지 이사들도 모두 학교 관계자다. '나경원 이사'가 얼마나 파워가 있겠나. 아버지가 이사장이고 그 딸이 이사라면 누가 가장 위력적이겠나."

- 나 후보가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 후보에게 가장 아픈 부분이다. 왜냐하면, 공인으로서 기본 자세가 안 돼 있다는 걸 드러낸 것 아닌가.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것 아닌가. 특히 행정직에 있는 공인은 부도덕하면 끝이다. 예산권한이 있는 행정단체장이 아버지 학교를 방어하기 위해 사학법 개정을 반대했다? 공인으로서 공적의식이 결여된 셈이다. 본인이 그것을 아니까 (인터뷰에서) 화를 낸 것이다. 아버지만의 일도 아니다. 자기의 일이기도 하다. 결국 나 후보는 지난 17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큰 패착을 뒀다. 아버지 학교라고 해명한 것은 잘못 판단한 것이다. 추정컨대 이 사건을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랬다고 본다. 이 문제는 나 후보에게 손톱에 낀 가시와 같다. 생명에는 지장 없지만 엄청 아플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나경원 후보가 2001년부터 홍신학원의 이사로 있었다'는 점이다. 2005년 당시 내게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교의 얘기를 하러 온 것이다. 결국 아버지만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 나 후보가 '아버지의 학교는 아버지 학교이고 이번 선거는 제 선거'라고 한 것은 큰 패착이다."

- 나 후보는 정 전 의원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법적 대응할 것이라면 어디서 무슨 발언했는지 꼼꼼히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게다가 나 후보가 내 방에 왔다고 인정했다. 변호사와도 상의해본 문제다. 언론보도도 확인해 보겠지만 나의 정확한 발언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웃음) 내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대해서 선수가 다 됐다. 나 후보가 잘못 (명예훼손을) 건다면 무고로 되치기 할 것이다."


태그:#정봉주, #나는 꼼수다, #나경원, #홍신학원, #사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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