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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에게 다가가 포옹하자 박 원장이 울먹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에게 다가가 포옹하자 박 원장이 울먹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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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울었다. 6일 오후 4시. 박원순-안철수 단일화가 발표되던 세종문화회관 현장.

안철수 교수는 불출마를 공식선언 한 후 "심정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이해해 준 박경철 원장께도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들 틈새에서 불출마선언을 지켜보고 있던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안동신세계클리닉)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남자와 남자의 뜨거운 포옹은 10여 초 이상 계속됐다. 그 순간을 생중계하던 TV카메라엔 박경철 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잡혔다.

박경철 원장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박 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우선 지난 며칠간의 힘들었던 과정에서 '해방'되면서 흘린 눈물이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오마이뉴스>(지난 1일)에 안철수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후 '한나라당 2중대'라는 등 수많은 조롱과 채찍을 받아야 했다. 안철수 원장도 나도 그 과정이 너무 너무 힘들었다. 그런 채찍이 단일화 하라는 압력이라는 것은 아는데 트위터 등에서 근거없는 사실까지 떠돌았다. 그것을 큰 대의를 위해 참아내야 했던 과정이 힘들었다. '단일화' 협상을 마치니 그런 힘들었던 순간순간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남자 대 남자로서 아름다웠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교수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지켜보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교수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지켜보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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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유는? 안철수 원장이 단일화를 깨끗이 합의하는 순간, 그리고 그것을 발표하는 순간 "남자 대 남자로서 아름다웠다"고 했다.

"안철수 원장은 아무런 조건 없이 깨끗하게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다. 같은 남자로서 저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남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남자 대 남자로서 그 순간 아름다워 보였다. 안철수 원장은 내 선배이고, 형님이고, 친구이고, 동료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하는 그가 남을 위해, 대의를 위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을 보고 아름다워서 나도 몰래 눈물이 나왔다."

박경철 원장은 이 날의 20분간의 단일화 협상에도 참여했다. 안철수 원장은 지난 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3백여 명 되지만 유일하게 깊은 이야기를 나눠 온 사람은 박경철 원장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가는 안철수 원장과 못다한 질문이 있어 이런 문답이 이메일로 오갔다.

- 정부부처 자문위원을 몇 개 맡고 계신 데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분이 많더군요.
"안 그래도 웃었습니다. 정부부처는 원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죠. 큰 의미는 없지만, 실제 많은 진보인사들이나, 심지어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다들 같은 역할을 맡고 계시죠. 박 원장도 마찬가지고요. 그건 정권이나, 장관의 자문이 아니라, 오히려 가감없는 쓴소리 역할을 전하는 일종의 의무 같은 것입니다. 특히 민심수렴부서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래야하고요."

3일간이 3년 같아 3킬로그램 빠진 남자의 선택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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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눈물을 흘린 사람은 박경철 원장이었지만 안철수 원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3일간이 3년 같았다, 하루에 1킬로씩 살이 빠졌다"고 했다.

안철수와 박경철. 두 사람은 스스로 "중도"라고 한다. 그 중도에 선 두 사람은 지난 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반한나라당 선언을 했고, 이날은 친시민사회 선언을 했다. 50%대의 지지율을 가지고도 5%대의 지지율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다.

그것은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핍박하고 무시하던 시민사회의 상징과 가치에 대한 공개적인 인정이었다.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커밍아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안철수의 선택과 박경철의 눈물에 감동 받았다는 사연들이 트윗 타임라인에 쉼 없이 흐르고 있다. 기자(@ohyeonho)도 한 줄 트윗에 흘려보낸다.

"여러분이 감동받았다며 ㅠㅠㅠ 하니 저도 ㅠㅠㅠ하네요ㅠㅠㅠ."


태그:#안철수,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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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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