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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읽고 싶은 책 같은 강의들

 

이제 8월도 중간이 되며 다문화 강의나 방과후 일어 수업도 휴강기간이 되었다. 그동안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었지만 읽고 싶었던 책을 만나게 되면서 지난 7월에 바쁘게 수강한 '문화해석자 양성과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7월 4일 문화해석자 양성과정이 서울 성공회대학 승연관에서 시작했다. 이 교육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 인천여성의전화 주관하는 '2011년 다문화 교육 네트워크 지원사업'의 다문화 강사(문화해석자) 양성과정으로, 7월 4일부터 22일까지 총 72시간 진행됐다.

 

성, 인종, 국가간의 다양한 차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의미 차이를 해석하며 소통을 확장해 갈 수 있는 문화번역자로서 정체성을 가진 다문화교육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 이번 교육에는 한국도 포함한 9국가의 출신자가 참여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원래 목소리도 작은 편이라서 다문화 강사가 되고 싶었던 것보다 나의 자녀가 학교에서 받은 '다문화자녀 지원교육'에 의문과 불안감을 느껴 2008년~2009년에 '다문화 강사 과정'을 수료한 계기로 이 교육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 교육 시간 스케줄이 조금 길어서 아직 어린 아이들 돌봐야 할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한국에 온 지 2~3년이며, 더욱 어린 자녀들을 맡기고 수강한 이주여성 후배들도 있었고, 또 한 2시간을 오가면서 수강한 선주민(한국인)도 있다고 알게 됐다. 이에 비하면 내의 입장이 편한 것 같이 느껴졌고 일본어 방과후 수업으로 인해 중간에 빠질 때도 많았던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했다.

 

다채로운 교육 내용을 통해, 다문화를 다각적으로 해석

 

총72시간의 양성과정은 '다문화 인권 감수성', '문화예술 컨텐츠'로 크게 나누어 있었으며, 강의시연도 포함한 심화과정까지 진행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인권 감수성'에 대한 내용은 주로 첫째주에 성공회대학 승연관에서 진행되었다. 다문화에 대해서 필요한 지식적인 분야에서 전개하면서 현실적인 인권 문제 등에도 각자가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문화예술 컨텐츠'에 대한 내용은 둘째주부터 주로 인천여성의전화에서 진행되었다. 여기서는 편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진행될 내용들이 많아서 연수생들의 웃음소리가 나올 때도 많았다. 특히 연극기법, 미디어 활용 기법, 노래와 놀이의 전수 등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이게 할 여러 방법, 수단들까지 체득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연극적 기법' 수업에서 각자가 모국어로 노래하는 기회였다. 평소에 그런 준비가 안 되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제대로 끝까지 가사가 나오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한국에 이주한 지 10여 년이 지나가면 모국의 문화와의 거리감조차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또 동시에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여러 타문화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예술 컨텐츠'의 다양성과 그 영향력에 큰 가능성을 느낄 시간이었다.

 

드디어 '문화해석자'적인 스토리텔러가 되며

 

7월 20일부터 22일의 수료식까지의 3일간은 우리 연수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왜냐하면, 이때까지 배웠던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강의 주제를 찾아, 거기에 스토리텔러적인 요소를 발휘하는 것까지 포함해 교안을 짜고 한사람 10분내로 시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학생 대상의 2교시 수업을 하는 것에 익숙한 기자에게도 10분 안에 성인 선주민 대상의 강의를 시연하는 것은 솔직히 낯설고 어려웠다. 게다가 자신들의 시연한 모습을 나중에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서 보게 되니까 자세 교정이나 표정관리를 해야 되겠다는 여러 반성점들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22일에 재시연을 할 3명(21일의 시연의 결과, 많은 강의 경험자들 제외한 발전이 기대된 인재들)이 뽑혔다.

 

22일 수료식 당일, 첫번째로 시연하게 된 한국 선주민인 박은정씨는 우연히 다문화 가정에서 이주민 여성이 남편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알 권리를 박탈당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단다. 조금이라도 그 이주민 여성분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주여성 남편 몰래 한글 교재도 보내주고 하고 있단다.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 여성분들께 막연한 동정이 아니라 정말 그 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이 교육을 신청하게 되었단다.

 

"왠지 다른 이주민 강사 분들에 비해 저의 주제는 약한 것 같고 과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됐거든요."

 

그녀는 실제로 시연을 해보면서 든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또 그런 고민을 선주민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부족하다라는 불평으로 넘기려 했거든요. 하지만 이 교육을 통해서 선주민과 선주민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갈등을 알려주고 이야기해 주면서 그 갈등이 이주민과 선주민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화적 갈등과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긴장되고 떨렸지만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같이,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뿌듯했습니다."

 

두번째에 시연하게된 일본 오사카 출신의 하시모토 카오루씨는 2000년 호주 유학 시절에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5년에 결혼한 후에 2009년부터 경기도 부천시에 이사하며 두 자녀를 든 다문화 가정 어머니로서 다문화가정방문서비스를 받은 계기로 어린이집 등에서 다문화 강사 활동이 시작하게 되었단다. 지금 다문화 강사를 시작하면서 더 깊은 내용의 강의를 하기 위해 꼭 배우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더 깊게 알게 되고 한국정부가 생각하는 다문화가정과 실체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는 그녀의 시연을 해보면서 든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자기 나라와 한국 문화의 원인을 더 많이 배워야 돼고 한사람 한사람 힘을 모아서 열심히 나가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마지막으로 시연한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쿠마라씨는 아직 한국에 온 지 2년째인 갓 첫돌 지난 딸을 둔 다문화 가정 어머니에도 불구하고 꽤 유창한 한국어로 시연에 도전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조효제 교수님의 '이주와 신자유주의, 다문화 이해'에서" - 이주의 문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아주 복잡적이고, 증층적이다. - 모든 문화는 섞인다, 원래라는 것이 없다. - 독일의 다문화정책은 실패했다고 현재 수상도 말했다"라는 내용들이었단다.

 

"실제로 시연을 해보면서 든 생각은, 너무 어려웠지만 이 프로그램이 담는 내용이 저의 한국 생활에 많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거 배우고, 아이디어도 생기고, 자신감은 갖게 됐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이주여성들에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3일 동안에는 상호간 교류가 일어나면서 아주 친밀해졌어요."

 

전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이며, 현 성공회대학 NGO대학원 외래교수인 박인혜씨는 이번 교육현장을 보면서 든 생각을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으로서 내국인에게 그 나라 말로 강의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 지속적인 훈련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이 제공되면 정말 훌륭한 강사로 키워질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7월 22일의 수료식 때, 박인혜 교수가 하신 강의 내용이 떠올렸다. '차이(다름)를 소통하기'라는 주제이며, 차이 소통 방법으로서 "차이를 충분히 드러내고 이해한 다음, 무엇을 수용, 보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 양보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차이를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것이 사랑이다. 알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마음에 와닿다.

 

"문화해석자는 경험한 차이를 묘사하고 차이를 만들어낸 사회적 기제, 문화적 논리를 드러내주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내고 그 의미하는 바를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을 통해서 우리가 이런 능력을 갖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현장에 나가서 실제로 강의해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연구 모임을 통해서 각자의 문화예술 콘텐츠의 개발에도 더욱 기대가 됐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문화뉴스(http://www.cyn.kr/)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문화, #문화해석, #인천여성의전화,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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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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