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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모든 분들이 순천에 오더라도 박지원 당신만은 안 올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나도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한다.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단일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잔뜩 쉰 목소리로 최윤석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 고문, 정병휘 순천시의회 의장 등을 만난 얘기를 전했다. 23일 오후 중앙동 의료원 앞 교차로, 순천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유세장이었다.

 

'무공천' 이후 사실상 순천 보궐선거를 방치하고 있단 비판을 받던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 후보의 유세장에서 "37년간 순천에서 당을 지켜온 이들에게 (이번에) 소탐대실하면 내년도에 또 한나라당이 집권한다, 그러면 역사와 국민, 김대중 대통령 앞에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에 야권단일후보를 당선시켜서 반드시 내년도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교차로에서 박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던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민주당"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교차로를 지나던 운전자 중 일부는 창문을 내리고 유세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 후보와 함께 유세차량에 오른 박 원내대표, 이정희 민노당 대표,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이학영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대표가 손을 맞잡고 "야권연대 만세"를 외쳤다. 

 

"지금은 섭섭하더라도 야권단일후보 당선되는 것이 김대중 정신"

 

박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강기갑 전 민노당 대표에게 '큰집 민주당이 3석, 4석을 갖더라도 야권단일후보를 통해 7석을 이기면 한나라당·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며 "4월 27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야권단일후보에게 꼭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존경하는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이 지금은 섭섭하더라도 야권단일후보가 당선되면 내년도 정권교체를 이룩해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야권단일후보 김선동, 기호 5번을 찍는 게 김대중·노무현 정신이고 민주당이 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노당은 박 원내대표의 지지 유세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이 자리에 와 주신 박 원내대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야당이 뭉치면 한나라당을 물리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느냐고 속상해하던 분들이 지금 우리를 보실 때 보기 좋지 않으시겠나"라고 화답했다.

 

또 "지금 야권은 내년도 총·대선에서 이기는 연습 중"이라며 "순천만 중요한 게 아니다, 김해와 강원도, 분당 등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의 지인들에게 전화 1통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도 그는 박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원내대표께서 오셨으니 (순천 상황이) 정리가 좀 될 것 같다, (야권이) 마무리만 잘 하면 시민들이 도와주실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후보도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 원내대표보다는 못하겠지만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자신이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단 한번도 서민들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며 "서민이 주인되고 서민이 대접받는 서민들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정말 존경스럽고 정말 큰 일을 해내셨다"며 "이제 분당의 손학규, 강원도의 최문순, 김해의 이봉수, 순천의 김선동이 모두 당선돼 내년 4월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교체하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줄곧 뽑았지만 이번엔…" VS "여기 사람들은 여기 정서대로 가는거제"

 

천정배 최고위원·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원내대표까지 야권단일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중앙동 교차로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아주머니는 "김 후보가 젊고 깨끗한 이미지인데다 야권통합후보라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면서도 "선거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나민우 엄마'라고 밝힌 여성도 "부군은 (김 후보를 가리키며) 저쪽을 찍으라는데 나는 팸플릿이나 TV토론을 다 보고 찍을 생각"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유세장에 일부러 걸음했다는 박현숙(45)씨는 야권단일후보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만 온 게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도 순천에 오셨다"며 "한 전 총리를 만난 사람들이 이번엔 민노당을 찍어주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연인과 함께 중앙동을 찾은 대학생 김아무개(22)씨도 "말들이 많았지만 야권연대 후보를 뽑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민주당을 줄곧 뽑았지만 순천도 이제 지역주의가 안 통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년층에선 야권단일후보보단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았다. 김아무개(70)씨는 "여기 사람들은 여기 정서대로 가는거제, 정치·정략적인 걸 잘 따르지 않어"라며 "(김 후보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천시민의 입장에서 서갑원도 억울하게 의원직을 잃었는데 왜 순천만 희생시키느냐는 정서가 있다"며 "대의로 봐선 (야권연대가) 좋은데 사람들이 얼른 납득하지 못한다, 일단 투표율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장한 무소속 후보들, 방송으로 연설방해하고 1시간 기다려 사진 찍고

 

한편, 무소속 후보들은 박 원내대표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주당 중앙당에서 김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서 김 후보 지지세가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 구희승 후보 측 유세차량은 박 원내대표가 연설하기 전부터 선거송을 크게 높이는 등 김 후보 측의 유세를 방해해 주변의 빈축을 샀다. 구 후보 측 유세차량은 "지금 저 앞에서 연설을 방해하는 후보에게도 박수 한 번 보내주시기 바란다"는 박 원내대표의 점잖은 대응이 있고 난 뒤에야 유세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박 원내대표와 깊은 친분을 자랑했던 조순용 무소속 후보는 이날 김 후보의 유세장에서 1시간 가까이 박 원내대표를 기다렸다. 그는 유세차량에 내려온 박 원내대표를 껴안고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을 함께 모셨다, 반드시 당선해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마음은 사실상 자기에게 있음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 후보에게 "조 수석, 미안하지만 너도 이 길만이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일이란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답변을 남겼다. 


태그:#박지원, #4.27 재보선, #순천, #김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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