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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가보니, 서귀포 경찰서 형사들이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형사들은 공사업체에서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을 해서 자신들도 어쩔 수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출석요구서를 움켜쥔 고권일 반대주민대책위원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에 따르면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강정마을 해안가의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들을 파괴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길목에 현수막을 펼쳐 놓고 지키고 있는데, 얼마 전 삼성건설 등 공사업체 관계자들 수십 명이 몰려 와 강제로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밀쳐내고 현수막 등을 수거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마 그와 관련해서 공사업체에서 고소·고발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고권일 위원장은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다 고소·고발을 당해 벌금형 등 사법처리를 당한 주민들이 이미 40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고 했다. 고 위원장은 고소·고발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므로 경찰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너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어 그 다음날 고권일 위원장과 함께 해군기지사업단을 찾아가 공사담당 책임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책임자로부터 며칠 이내로 경찰이 덮칠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미 반대투쟁을 하던 양윤모 평론가가 구속이 되었는데 이제 또 다시 여러 사람들이 체포·연행되어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눈앞이 아득해졌다.

 

해군기지사업단을 나오면서 고권일 위원장은 해군기지 관련 지원조항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그 다음날인 29일경 급습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귀띔을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담담하게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미친짓 막고 싶다

 

 

그날 저녁에는 강정마을 중덕해안가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모두들 신명나게 놀았다. 고권일 위원장을 비롯해 출석요구서를 받은 주민들과 활동가들도 활짝 웃으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그들은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강정바다를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은 자들이다. 아름다운 강정바다 때문에 실정법이 아닌 양심의 법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흥겹게 노는 것을 보니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며칠 후면 그들은 감옥 안 쇠창살에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더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아닐까.

 

강정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콘크리트로 덮어 파괴하고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지금 그 미친짓이 버젓하게 행해지고 있다. 필자 역시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 미친짓을 막고 싶다.

 

강정바다는 세계적 희귀종과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는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또한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올레7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 강정바다가 파괴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은 도지사가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이유로 강정해안변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무단으로 해제했기 때문이다. 법률가의 양심을 걸고 단언컨대 도지사의 해제처분은 관련 법령의 규정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제주의 자연보전체계의 근본을 흔들어 버리는 처분이 어찌 적법할 수가 있겠는가. 따라서 그 처분은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은 강정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그 위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했다. 그러자 해군은 공사를 강행했고 강정바다는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를 막고자 강정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는 감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강정주민들과 강정바다를 지켜주십시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석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나는 그 말을 다음과 같이 바꿔 말하고 싶다.

 

"인권과 환경의 최후 보루는 깨어 있는 국민의 힘이다."

 

이제 강정을 지켜줄 수 있는 자는 국민뿐이다. 전국적으로 강정을 지키자는 여론이 일어나지 않는 한 끝까지 양심의 법을 따르고자 했던 자들은 감옥에 갈 것이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강정바다는 파괴될 것이다. 제주의 보물, 아니 대한민국의 보물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강정주민들은 얼마 전 '제주도민들께 간절히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도민들에게 공권력의 횡포에 불과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막아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한 적이 있다. 이제 필자는 눈물로서 국민에게 다음과 같이 간곡히 호소한다.

 

"공권력의 횡포로부터 강정주민들과 강정바다를 지켜주십시오. 깨어 있는 국민의 힘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태그:#제주도, #강정마을, #인권, #환경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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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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