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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대학생 연합 학술동아리'자본주의 연구회'와 교수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자본주의연구회 이적규정 조작음모 분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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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6시 40분 ]지난 21일 서울, 부산, 대구에서 긴급체포됐던 '자본주의 연구회' 전 간부 3명 가운데 최아무개(경북대 96학번)씨와 하아무개(건국대 06학번)씨가 23일 오전 석방됐다. 자본주의 연구회 전 회장을 지낸 최아무개(고대 93학번)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에 23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는 자본주의 연구회를 향한 공안탄압을 규탄하고 최아무개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800P짜리 소설 쓰는 공안당국 규탄한다" "전국 1500여명의 대안경제캠프 참가 대학생도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인가"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었다.
"자본주의 연구하는 대학생들, 칭찬하고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자본주의 연구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경찰은 서울, 경기, 대구, 부산 등에 있는 자본주의 연구회 전·현직 회원 12명 대한 긴급체포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자본주의 연구회를 창립하고 이적성이 뚜렷한 강령을 채택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 가운데는 현직 군인 2명도 포함되어 있었다(관련기사:
배우 김여진이 구로경찰서에 간 까닭은).
이날 오후 대학생 51명이 홍제동 대공분실을 항의 방문해 면담을 촉구하다 집시법 위반으로 전원 연행됐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배우 김여진씨, 만화가 강풀씨 등이 면회를 진행했다. 다음 날인 22일에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청장을 항의 방문했고, 오후 10시경 1명을 제외하고는 50명 모두 석방됐다.
23일 기자회견에서는 오전 마포경찰서에서 석방됐다는 최아무개씨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2007년 대안경제캠프에 참여하면서 자본주의 연구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최씨는 지난 21일 오전 9시경, 대구 자택에서 서울시경 보안 3과 수사관 10여명에 의해 긴급 체포되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연구회라는 이적단체를 구성했다는 이유였다.
체포 이후 최씨는 서울의 홍제동 대공분실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최씨는 "경찰은 제가 처음 들어보는 조직의 명칭을 인용하며 제가 그 조직을 만들었다느니, 가입했다느니 말하는가 하면 자본주의 연구회에서 하지도 않은 세미나, 작성하지도 않은 문건을 들이댔다"며 "이는 정부가 대학사회에서 이름이 널리 퍼져 있고 많은 회원들이 가입해 있는 단체를 목표로 공안사건을 조작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 이틀간 단식을 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에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이번 사건을 이적단체 사건이라 하기에는 다른 국보법 사태에 비춰볼 때 함량미달이다, 체포된 3명 가운데 2명이 나왔고 나머지 1명도 영장실질검사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금 낭비하며 사건을 만들어냈는데 내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 상임이사는 "요즘처럼 대학생들이 취업에만 눈이 먼 상황에서 자본주의 연구회를 운영하는 대학생들을 기성세대가 칭찬해주고 격려해 줘야 하는데, 이러한 구시대적인 발상을 가지고 공안사건을 만들어낸 경찰은 각성해야 한다"며 "남은 한 사람을 마저 풀어주고 경찰청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통해 국보법이 사상의 자유를 원천봉쇄한다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국보법 철폐를 주장했다.
"레임덕 치닫고 있는 정권의 치졸한 공안탄압 이겨낼 것"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표적인 맑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도 참석했다. "자본주의 연구회에서 수차례 강연했다"는 김 교수는 "학구적이고 열정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아리가)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김 교수는 이어 "국보법 관련 판결을 보면, 사회주의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무죄인데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건 유죄가 된다"며 "실업자가 이렇게 많고, 빈민이 이렇게 많고, 등록금이 이렇게 높아서 살아갈 수가 없는데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야기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학문을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교수는 "지금 부자인 사람들만 계속해서 잘 살겠다는 건 독재 중에 독재"라며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독재에 대한 타도가 일어나고 있고 한국 사회 역시 여러 가지 불만으로 꽉 차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 학생들과 시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자본주의 연구회 공안수사와 관련해 학생단체·교수학술단체·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당 등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못한 정권이, 지금과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는 대학생들의 학술단체가 그렇게도 두려웠는가?"라며 "자본주의연구회에 대한 공안탄압을 통해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매일같이 치솟는 물가와 날로 높아지는 실업률 속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며 "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한 국면을 전환하고 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해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대학생들을 탄압하는 것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레임덕으로 치닫고 있는 정권의 치졸한 공안탄압에 무너질 수 없다"며 "양심적인 지식인들과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정권의 탄압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보아 자본주의 연구회 5대 회장 역시 "현 정권과 기득권 세력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의 약한고리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위축되지 않고 열심히 투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