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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침출수 누출 등 구제역 후폭풍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지난 3일 위원장인 김성순 민주당 의원의 제안으로 '구제역 매몰지 주변환경 관리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9일에는 경기도 이천시와 파주시에 위치한 구제역 매몰지를 방문했다. 

 

그런데 출발하기 직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현장방문을 거부하는 파행을 겪었다. 이들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현장방문 출발 직전에 사전 논의도 없이 야당이 추천한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장소로 방문지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추천한 환경단체'란 여주환경운동연합을 가리킨다. 결국, 현장방문에는 김 위원장과 정동영·홍영표(민주당)·홍희덕(민주노동당) 의원만 참여했다.

 

"그동안 살처분에만 치중... 이제 관측정 설치 중"

 

국회 환노위는 이날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죽당리와 백사면 모전리에 위치한 매몰지 3곳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두 곳은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2월 22일과 3월 3일 둘러봤던 장소기도 하다.

 

특히 의원들은 이날 현장방문에 동행한 경기도·이천시 관계자들과 침출수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홍영표 의원은 "매몰지 관리카드에 현장 사진이 첨부되지 않는 곳은 전부 부실하다고 봐야 한다"며 "내가 잡아낸 세 군데는 사체를 발굴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제대로 매몰을 못 했다는 증거"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자꾸 '문제가 없다'고 넘어가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동행한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도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들어가면 지하수가 오염되고 위로 흘러나오면 하천이 오염된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정부를 성토했다.

 

이날 방문한 매몰지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침출수를 관찰하는 관측정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침출수를 저장하는 저류조에서는 침출수가 저장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관측정을 하나 설치하는 데는 30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관측정을 이제 박기 시작했다"며 "경기도 여주와 이천, 남양주 등에 설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측정을 설치해야 한다는 구제역 매몰지 조성 지침을 지키지 않고 부실하게 매몰지를 조성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간부는 "그동안 살처분과 매몰지 보수작업에만 매달려왔다"며 "앞으로 관측정을 계속 설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홍영표 의원은 "관측정이 있어야 침출수가 어디로 가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침출수로 지하수가 오염된 곳은 몇 군데냐?"는 정동영 의원의 질문에 이 간부는 "경기도에서 침출수로 오염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정 의원은 "문제가 없다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문제가 생겼으면 시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간부가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홍영표 의원이 "설명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매몰지 4600여 곳 중에 약 50%(2260곳) 정도가 경기도 지역에 있다. 특히 경기도에는 남한강 등 수도권의 상수원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매몰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특히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가구는 1만7000여 가구에 17만6100여 명에 이른다. 경기도는 이러한 곳에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3283억여 원의 예산을 책정해놓고 있다.

 

이천시장 "냄새가 계속 날 경우 매몰지를 이전하겠다"

 

경기도 이천시 죽당리에 위치한 또다른 매몰지 위에는 여섯 동의 축사가 있었고, 아래에는 물이 흐르는 도랑이 있었다. 도랑에 흐르는 물과 바닥흙에서는 악취가 났다. 현장을 방문한 의원들은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라고 주장했고, 경기도 관계자들은 "축사가 위에 있기 때문에 가축 분뇨냄새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희덕 의원은 "도랑에 허옇게 된 부분이 있는데 (침출수에 의한 오염이) 아니라고 하면 되냐?"고, 홍영표 의원도 "냄새가 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래도 한 관계자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핏물이 나왔으면 뻘게야지. 이게 무슨 침출수야? 축사에서 나온 돼지똥 냄새지."

 

<오마이뉴스>에서 '냄새나는 상추'로 보도했던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매몰지에서는 조병돈 이천시장이 의원들을 맞았다. 조 시장은 "소형관정을 6개 박아 지하수를 저류지로 퍼내고 있다"며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지난 3일 방문해 확인한 결과, 그렇게 퍼낸 지하수에서 악취가 났다.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의심할 만했다. 매몰지 주변에 소형관정을 박은 것도 지하로 흘러들어간 침출수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우스 안에서 뽑아올린 지하수에서도 악취가 났음은 물론이다.

 

홍영표 의원은 "이렇게 잘 조성했다는 곳에서도 지하 10m 지하수가 오염돼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침출수로 오염된 곳은 전혀 없다'고 했던 경기도 간부의 답변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였다. 

 

조 시장도 "소형관정 6개를 설치해 실험한 결과 3개에서 냄새가 났다"고 인정하면서 "15일 동안 채수했는데도 냄새가 계속 날 경우에는 근처 분뇨처리장으로 매몰지를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희덕 의원은 "제가 입수한 이천시 (구제역 매몰지) 작업지시서를 보면 땅을 팠을 때 물이 나오는데도 매몰한 곳이 있다"며 "지하수 오염 가능성 때문에 물이 나오는 곳은 피해야 하는데 그런 곳에 매몰지를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시장은 "가축을 끌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물이 나오면 그 옆을 파서 그 흙으로 지하수 위를 덮었다"며 "지하수 아래에는 가축 사체를 묻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동행한 한 전문가는 "침출수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며 "부실한 매몰지는 관측정 설치 등 정비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그:#구제역, #국회 환노위, #이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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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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