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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정부 시위 모습
 리비아 반정부 시위 모습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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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잊어라. 개혁도 잊어라... 참담한 내전이 일어날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그에 따른 시민 희생이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에서 독재자인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방송에 나와 반정부 시위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그는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희생을 막을 수 있고 리비아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했다.

사이프 카다피는 1969년 이래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둘째 아들로 정부 개혁 문제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방송 연설을 통해 리비아는 이웃하고 있는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것은 아버지인 카다피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반정부 시위가 "반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시위가 계속돼 내전이 발생하면 "부족과 씨족 집단의 전통, 그리고 그들에 대한 충성"이라는 리비아의 특성 때문에 참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몰락하면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한편으로 사이프 카다피는 아랍 지역의 변화 움직임을 인정하면서 ▲ 지역자치 강화 ▲ 규제법 완화 ▲ 임금 인상 ▲ 대출 확대 ▲헌법 제정 등의 '개혁'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 약속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그가 독재자인 카다피와 부패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저항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인, 해외 망명자들, 약물 중독자들, 이슬람주의자들, 해외 언론들이 모두 이번 시위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머리와 목, 주로 가슴에 군의 총격을 받았다"

리비아 시민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저항 승리에 자극받아, 42년 동안 폭압정치를 펴고 있는 독재자 카다피와 부패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반정부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는 리비아 제2의 도시이자 동부 지역의 중심인 벵가지에서 시작됐다.

주변국들의 상황에서 '교훈'을 얻은 리비아 정부는 초반부터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악의 사건은 지난 토요일인 19일 발생했다. 강경 진압에 의해 사망한 11명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인 벵가지 시민들에게 군은 발포를 했다.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요일까지의 사망자 집계를 통해 추론해 본다면 토요일의 발포로 200여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은 외신들과의 통화에서 군이 시민들에게 자동소총과 포를 발사했다고 말했다. 벵가지에 있는 한 병원의 의사는 <비비씨>(BBC)와 한 통화에서 대부분의 부상자들이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총상을 입은 90%의 부상자가 머리와 목, 그리고 주로 가슴에 총격을 받았다. 지금도 계속 총소리가 들린다. 군이 시민들에게 계속 총을 쏘는 것 같다." 

그는 군이 벵가지에서 자행한 강경진압을 "대량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씨엔엔>(CNN)과의 통화에서 한 여성은 군인들이 처음엔 자신들도 한편이라며 시위자들을 안심시킨 후 갑자기 시민들에게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군인들이 한 편이라고 말해서 우리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 후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왜? 왜 거짓말을 했을까?"

벵가지에서 일어난 군의 학살은 리비아 정권에 역풍을 몰고 왔다. 다음 날인 20일 독재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로 확산됐다. 목격자들은 보안군이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실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군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트리폴리의 네 개 주요 지역에서 일어났다. 성난 시민들이 알 사바비야 국영방송국을 공격해 몇 시간 동안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21일 아침에는 보안대 본부에 방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리비아에도 '아랍의 봄'이 찾아올까?

리비아 반정부 시위.
 리비아 반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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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인 트리폴리로의 시위 확산은 강경 진압을 통해 벵가지를 포함한 동부 지역에 시위를 고립시키려면 카다피 정권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카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카다피가 텔레비전에 나와 직설적인 '대국민 위협'을 가한 것도 조기에 트리폴리의 시위를 제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 23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정부가 언론과 국제단체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관계로 사망자 집계와 현지 목격자 접촉은 주로 병원 관계자들 및 일부 시민들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 시민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 꾸준히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해외 언론과 세계인들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많은 사망자를 낳으며 유혈사태로 번진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아프리카 최장기 독재자인 카다피를 퇴진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특히 정부가 군을 장악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고 인명 피해도 마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위가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이고 대규모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군을 동원해 충분히 진압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리비아 정부는 1996년 아부 살림 교도소 폭동을 진압하면서 1200명의 죄수들을 죽인 전력이 있기도 하다. 42년을 집권한 군 출신 독재자 카다피는 그 폭력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다.

리비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게 빠르게 강경 진압과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독재가 종식될 수 있을지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접근이 제한되고 리비아 정부의 통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통로를 통해 리비아 시민들 사이에 소식이 공유되고 동시에 세계로도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향후 진로는 예측하기 힘들다.

대규모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리비아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면 리비아에도 '아랍의 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날이 현실이 되기를 리비아 소식을 접하는 모든 세계인들이 고대하고 있다.


태그:#리비아, #아랍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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