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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이후 6개월이 흘렀다. 야권연대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각각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했다. 실제로 각기 단위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지역별 공동정부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의 대상은 지난 선거에서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했던 자치단체들이다. 서울, 인천, 경남, 경기도 고양시 등 다양한 지역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비전을 묻는 생중계 좌담도 마련했다. 모두 5차례로 나눠 지방정부 7개월 성과와 한계를 따져본다. [편집자말]
김두관 경상남도지사의 야권연합은 '현재진행형'이다. 평가는 다양하다. 야권연합이 "원활하지 않다"거나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거대 한나라당에 맞서려면 더 뭉쳐야 한다", "야권만 바라보면 안된다", "과연 큰 정치에 맞나"는 말들로 요약될 수 있다.

'김두관 야권연합'의 핵심은 강병기 정무부지사 기용과 '민주도정협의회' 가동을 들 수 있다. 또한 ' 4대강 낙동강사업 중단'을 위해 김두관 지사를 중심으로 경남지역 야권이 똘똘 뭉친 사례가 있다.

김두관 지사의 야전사령관, 강병기 부지사

강병기 정무부지사는 김 지사보다 더 진보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경남지사 선거에 뛰어 들었다가 후보단일화를 하고, 야권연대 정신에 따라 부지사로 기용됐다.

김두관 지사의 '야전사령관'이 바로 강병기 부지사인 셈.  야전사령관에 대한 일화 가운데 폐기물 시료 채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김해 상동면 낙동강 둔치에 폐기물이 매립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남도가 갖고 있던 '낙동강사업권'을 강제회수해 버렸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폐기물에 대해 경남도와 공동조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강병기 정무부지사 등이 13일 오후 경남발전연구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경남부산 낙동강 식수 대책 공동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강병기 정무부지사 등이 13일 오후 경남발전연구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경남부산 낙동강 식수 대책 공동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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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경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강 부지사가 나섰다. 기습시위(?)를 벌인 것. 지난해 12월 2일 아침 일찍 폐기물이 묻힌 김해 상동지구 낙동강 둔치를 찾았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직원이 막아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는 낙동강에서 폐기물 시료를 채취했다. 성분 분석 결과 그것은 '오염 덩어리'로 밝혀졌다.

민주도정협의회는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경남도당과 시민사회진영으로 꾸려졌다. 그동안 경남도정에 소외되었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소외된 세력이나 집단이 도정에 참여하고 통로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김두관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다수인 경남도의회에서는 도의회 역할을 침범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도정협의회 출범 때, 김 지사는 "도민 여론을 수렴하고 자문역할도 동시에 하게 되고, 소통과 지방자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공동의장인 강재현 변호사는 "대화나 타협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갈 수 있고, 지방자치의 새로운 시험을 시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4대강사업 반대, 야권 연합이 뒷받침

김두관 지사는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4대강정비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예산 배정', '인도적 대북쌀지원 기금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의 야권연합이 뒷받침하고 있다.

경상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는 14일 김두관 지사한테 4대강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자료를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현건 진주산업대 교수, 김두관 지사, 이상길 경남대 교수, 강병기 정무부지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경상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는 14일 김두관 지사한테 4대강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자료를 전달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현건 진주산업대 교수, 김두관 지사, 이상길 경남대 교수, 강병기 정무부지사, 박창근 관동대 교수.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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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보와 지나친 준설은 문제가 많아 조정·협의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낙동강사업권을 강제회수해 버렸다. 사업권을 빼앗긴 경남도가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대행협약효력확인소송' 등)을 제기해 놓았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궁금하다.

김 지사의 야권연합은 부산·경남 야권까지 한 자리에 모이도록 했다. '낙동강 식수 대책 공동회의'가 지난해 12월 13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린 것이다. 김두관 지사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부산 야권은 "식수원을 지키기 위해 한나라당 소속 허남식 부산시장을 압박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남북 긴장 관계 속에서도 경남도는 '인도적 대북쌀지원 기금' 10억 원을 마련해 놓았다. 경상남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경남도의회의 절차까지 밟아 장만해 놓았다. 그런데 통일부가 불허했다. 또 경남도는 '학교 무상급식'과 '노인 틀니 보급사업'을 위해 새해 예산을 배정했다가 한나라당 다수인 경남도의회에서 일부 삭감되어 통과됐다.

"한 건 실적주의로 평가할 게 아니다"

김두관 지사의 야권연합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경남도청에 근무하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해직된 바 있는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한 건 실적주의로 평가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야권연합이 원활하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전국 자치단체, 특히 경남에서 야권연합을 언제 해 본 적이 있느냐. 처음 아니냐. 길게 보는 게 필요하다.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과 토론부터 해나가면 된다. 김두관 지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이병하 위원장은 특히 공무원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은 중앙정부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예산 배정을 앞두고 시민단체는 경남도에 '민생의제'를 제시해 왔다. 김두관 지사 이후 공무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그냥 듣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정책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공무원들이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왔다면 벽을 쳐놓고 만나주지 않으려는 자세부터 취했다. 그러다 보니 시위나 집회도 많았다. 김 지사가 들어선 뒤부터 '민생의제'를 도정에 녹아내려는 분위기로 바꿨다."

9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민주도정협의회 출범식에서 김두관 경남지사가 강재변 공동의장한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9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민주도정협의회 출범식에서 김두관 경남지사가 강재변 공동의장한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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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욱 경남대 교수는 김두관 지사의 야권연대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전 야권후보 단일화 추진 단체인 희망자치연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김두관지사직인수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김두관 지사는 경남도청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합치한다. 밖에 있을 때는 과한 주장을 하지 않았고, 안에서는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안에 따라서는 시간적으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인수위 활동이 끝나고 난 뒤 야당이나 경남도청 관계자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자세히 모른다. 경남도의회에서 예산 심의할 때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는 경우를 더러 있어 보이는데, 야당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야권연합 차원에서 야당들이 김 지사를 많이 뒷받침해야 한다."

희망자치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는 "김두관 지사는 야권연합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개혁적으로 도정을 펼치고 있다"면서 "지역 몇몇 사안들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시장군수나 도의원들이 행패에 가까울 정도로 발목잡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야권연합을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공동대표는 이어 "다른 단체장들은 중앙정치 논리에 맹종하면서 지방자치 정신을 살리지 못한다. 그런데 경남은 이제사 지방자치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김 지사가 도민의 재산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놓이고 든든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야권연합 어떻게 볼까

한나라당은 김두관 지사의 야권연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용근 경남도의원(진주)은 '민주도정협의회'와 '낙동강특위'를 사례로 들면서 "야권만으로 구성해서 욕을 먹는다"면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지사는 전국적인 인물로 컸다. 야권연합만으로 가면 지지는 바닥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면 일을 못한다. 김두관 지사가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이 김 지사를 까더라도 '일리가 있네'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김 지사는 무소속이니까 한나라당에도 이해를 구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민주도정협의회에 대해, 윤 도의원은 "확대개편해야 한다. 지사는 공약이니까 그대로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남도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경남도정이 지난 6개월 동안 미숙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되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13일 조광래 감독과 윤빛가람 선수를 격려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13일 조광래 감독과 윤빛가람 선수를 격려했다.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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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안홍준 의원(마산을)은 "선거 때는 불법이 아닌 한 야권연대를 할 수 있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도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사업과 관련해 김 지사측에서 출구전략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김두관 지사는 큰 정치를 꿈꾸고 있는데,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이 잡히지 않아야 한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기는 했지만, 진짜 도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탁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 '낙동강특위'에는 이념적으로 무장된 사람들이 많다. 김 지사를 위한다면 강병기 부지사며 낙동강특위 위원들이 출구전략을 낼 줄 알았어야 했다."

안 의원은 "현안에 따라서는 한나라당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데, 자주 연락하고 차라도 마시면 여러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경남도정을 위해서는 정당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연합 정치 형태, 현실로 나타나"

김두관 지사의 야권연합 정치 형태는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외자기업 자본철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는데, 경남도청 담당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담당 사무관은 여러가지 제안들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 참석자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노동문제 토론회에 경남도청 공무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강인석 민주노총일반노조 정치국장은 "지난해 말 '무기계약직 노동자 임금·근로조건 개선 공청회'를 경남도의회와 경남도청에서 두 차례 열었다"면서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는데, 장소 대여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도 관심을 보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야권연대의 구체적인 성과들이 노동자들에게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두관 지사의 야권연합 정치가 다양하게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


태그:#야권연합, #야권연대, #민주도정협의회, #김두관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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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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