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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친인척의 이사장과 교장 나눠먹기를 고발한 1회 "한번 교장은 영원한 교장?", 전국 130여개 대학법인의 족벌운영과 세습실태를 분석한 2회 "죄송... 요직은 '친인척' 몫"에 3회는 서울 소재 초중등사학들의 친인척과 지인들 특채 현황, 이른바 '똥돼지' 논란에 대한 분석 글입니다. - 기자 말

원래 '똥돼지'는 제주도에서 사람의 똥을 먹여서 키우는 돼지로 육질이 좋고 맛있어 제주도 특산물이다. 그런데 이 말이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 S그룹에서 '낙하산'으로 입사한 임직원, 장관, 정치인 등 고위층의 자제를 일컫는 은어로 사용되더니, 언제부터인가 능력과 상관없이 부모 잘 만나 특채로 근무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하는가 싶더니, 홍순영 전 외교부장관 등 전직 고위 자제들도 외교통상부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나근형 인천교육감과 교육위원의 딸이 공립교사로 특채된 것으로 드러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에 이어 여권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조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의 조카, 김황식 국무총리 딸 등의 특채 의혹이 제기되는 등 우리 사회는 연일 '똥돼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장소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똥돼지'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기업에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니다. 정답은 '사립학교'다.

서울 120여개 법인 중 69.2%에 이사장 친인척만 168명

서울 초중등사학법인 중 83개(69.2%)에 이사장의 6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으며, 4명 이상으로 보고된 학교만 18개에 이른다.
 서울 초중등사학법인 중 83개(69.2%)에 이사장의 6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으며, 4명 이상으로 보고된 학교만 18개에 이른다.
ⓒ 김행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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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국회국정감사에 서울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 120여개 초중등사학법인 중에서 이사장(고용인)의 6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무려 69.2%에 이르는 83개나 되었으며, 인원 수는 168명으로 학교당 2명이 넘었다(이사장을 포함하면 251명으로, 학교당 3명이 넘는다). 이사장이 아닌 이사 또는 학교장의 친인척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으며, 6촌 이상을 포함하면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이 중 족벌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학법인인 송곡학원을 살펴보자. 이 사학법인은 송곡대학, 송곡여정산고, 송곡고, 송곡여고, 송곡여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인데,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이 학교의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대부분의 요직을 모두 친인척이 차지하고 있다.

이 학원의 설립자이자, 스스로 학원장이라는 법에도 없는 직책을 만들어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는 송곡여정산고 왕아무개 교장은 1922년생(89세)으로 지금까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장을 하고 있다. 정년을 30년이나 초과하였지만 설립자라는 이유로 1년에 8천만원에 이르는 임금을 혈세로 받아가고 있다. 딸인 송곡여고 교장도 정년이 지났지만 한해 5천만원에 이르는 임금을 혈세로 받고 있다.

왕 교장의 배우자 이아무개씨는 대학 총장이며, 그의 딸과 아들도 송곡고 교장이다. 또 다른 딸과 아들은 각각 송곡여정산고와 송곡여중 교감이다. 이외에도 조카가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그의 딸과 며느리, 조카 등이 교사 또는 행정실 직원, 법인사무국장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친인척 근무 현황으로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만하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송곡학원의 경우 교장, 총장, 교감, 행정실장, 사무국장 등 학교의 주요직을 거의 모두 친인척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고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곡학원의 경우 교장, 총장, 교감, 행정실장, 사무국장 등 학교의 주요직을 거의 모두 친인척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고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행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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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학원 이사장 친인척 등 50명? 서울교육청 감사 착수

'사립학교 하나면 대대손손, 사돈의 8촌까지'라는 말이 있다. 서울 사학법인 중 70%가 이사장의 6촌 이내 친인척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인척 외에 학연 또는 지연 등의 특수 관계로 맺어진 소위 '지인'이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사학재단은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교육청에 은평구 C학원에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었다. 이 학교에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하였던 A씨는 근무하면서 교사 채용 문제와 관련하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 학교에 신규 교사로 채용되는 교사들은 대부분 이 학교 기간제 출신들인데, 사실상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수습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학교 교사 중 상당수가 이사장의 친인척이거나 지인, 또는 전현직 학교 관계자들의 가족이었다. A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강하게 의혹을 품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한다.

이 학교는 이전에도 열악한 교육환경과 비리의혹 등으로 문제가 되었던 곳인데, 이런 문제를 제기한 교사를 강제로 전보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이사장 이아무개는 병역비리와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쫓겨났는데 그 후에는 아내와 딸 등이 이사장 직을 대신했으며, 2009년에는 쫓겨났던 이아무개씨가 다시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씨의 아들과 딸도 이사를 했고, 또 다른 아들은 행정실장을 맡아서 학교 회계를 담당했다. 이 이사장은 쫓겨난 동안에도 막후에서 실질적 이사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현재 며느리는 법에도 없는 유치원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원감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며, 다른 며느리와 조카가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딸은 이사이다.

A씨에 의하면 친인척 외에 이사장의 특수관계인들도 C학원이 운영하는 학교에 상당수 근무하고 있는데, 특히 교원의 자녀들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무려 50명에 이른다고 한다. A씨는
"자기 부모와 같이 근무하는 곳은 피하고 싶은 것이 정상 아닐까요? 같은 교무실에 아버지와 아들딸이 같이 앉아 있으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고 방식인지 이해가 안 된다…. 다른 애들은 다 인사 했는데 누구는 눈치 없이 인사 안 하더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사장과 그물처럼 연결된 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거쳐 채용되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이 학교의 교원 채용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으로는 친인척이나 지인을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서류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의혹만 있을 뿐이지 객관적으로 위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똥돼지 논란 사학재단, 실학자 '이익' 선생에게 배워야

공직 사회와 재벌그룹 등 전방위적으로 만연한 우리사회의 '똥돼지' 논란은 부모의 지위가 아들에게 합법적으로 대물림되던 인도의 카스트 제도나 신라시대 골품제 같은 봉건시대의 신분제도를 떠오르게 한다. 이런 봉건적 제도를 그대로 두고 사회의 민주화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그것이 민주주의의 도량이 되어야 하는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사회는 결단코 공정하지 못한 사회이다.

중국 송나라 때는 인사부정, 현대식 표현으로 '똥돼지 논란'과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현직 재상의 자제들에게는 과거시험 응시를 금지하였다. 조선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이 제도에 대해 "재상의 몇몇 유능한 자제들이 등용되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나 천하의 많은 인재를 썩히는 것보다는 잘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현 상황에서 사학법인의 친인척 고용은 금지되어 있지 않고 금지시킬 수도 없어 보인다. 사학법인들도 법으로 친인척 채용을 금지시킨 것이 아니니 문제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똥돼지'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 '사립학교'라는 비아냥에도 사학들은 딱히 할 말이 별로 없어 보인다.

1000년 전 송나라가 재상 자제의 과거 응시조차 금지시켰던 정신 그리고 이에 대해서 "천하의 인재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는 300년 전 실학자 이익 선생의 평가를 되새기며 '과연 어느 것이 백년대계라는 우리 교육을 위한 길이고, 어떤 것이 공정한 사회를 위한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대한민국 사립학교 분석 시리즈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들의 사학 관련성을 분석하는 글 "사학재단에 한나라당의원이 왜 이렇게 많아?"를 써 보려 합니다.



태그:#족벌사학, #친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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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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