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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의 피멍 든 엉덩이와 허벅지.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의 피멍 든 엉덩이와 허벅지.
ⓒ 유홍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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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도망가면 죽을 것 같았습니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홍준(52)씨는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흔들리는 눈빛에는 그날의 공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유씨의 왼쪽 뺨은 여전히 부어올라 있었다. 고통스러웠던 당일 현장을 증언할 때마다 그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무릎 꿇어라'... 최 전 대표 다짜고짜 발길질"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 폭행 당시 휴지뭉치로 입이 막혀버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 폭행 당시 휴지뭉치로 입이 막혀버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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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8일 폭행 당시 상황을 정리해서 말해 달라.
"오후 2시경 M&M 사장(최철원)과 만나기로 했다. 더 이상 탱크로리운전을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차량을 인수하자고 했고, 나는 협상하려는 줄 알고 나갔다. 처음에는 옥상으로 데려가서 '몸수색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자고 했다. 3층으로 내려와 핸드폰과 지갑, 차량 열쇠를 뺏더니 무릎 꿇고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폭행이 시작됐다."

- 사무실에 왜 순순히 들어갔나. 사전에 험악한 분위기를 몰랐나.
"그런 느낌이 없었다. 옥상에서도 이야기를 잘 나눴다. 하지만 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급변했다."

- 무릎을 꿇으라고 했는데, 왜 반항하지 않았나.
"그때 난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모친도 편찮으시고 오랫동안 싸웠기 때문에. 사무실에 들어서니 의자를 원형으로 놓았는데, 가운데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공포스러웠다."

- 때린 사람은 최철원 전 대표 혼자인가.
"맞다.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데,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들어왔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발길질로 가슴을 뻥 차더라. 숨이 턱 막혔다. 주먹으로도 가슴을 때렸다.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웅크리고 있었다."

- 엎드리라고 명령한 사람도 최 전 대표가 맞나.
"때린 사람이 갑자기 '엎드려'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야구방망이 1대당 100만 원씩이다'고 하더니 폭행이 시작됐다. 때리면서 '숫자를 세라'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소리가 작다고 더 크게 하라고 고함도 쳤다."

- 폭행은 그것으로 끝났나.
"아니다. 5~6대 맞고 도저히 못 맞겠다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니까 야구방망이 손잡이 쪽을 보여주며 '여기 손때가 뭔지 아느냐, 야구장에서 생긴 게 아니라 여기 사무실에서 생긴 거다'라며 10대를 다 때렸다. 이후에 '1대당 300만 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 이후 일으켜 세워서 뺨을 한 대 때리고, 두루마리 휴지 뭉치를 강제로 입에 집어넣더니 주먹으로 세게 쳤다. 입안이 터지고 살점이 떨어져 피가 줄줄 나왔다."

"현장에 있던 6~7명, 말리기는커녕 말도 한마디 안 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가 최 전 대표가 폭행을 한 뒤 '매값'이라며 던지고 간 1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보여주고 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가 최 전 대표가 폭행을 한 뒤 '매값'이라며 던지고 간 1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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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전 대표가 욕설이나 모욕도 했나.
"다 맞고 나서 일어서라고 하더라. 현장에 있던 60대 경비원을 야구방망이로 가리키며 '나이 먹은 사람도 돈 벌어서 살려고 꼬박꼬박 출근하는데, 젊은 놈이 돈 뜯어먹으려고 한다'고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

- 현장에 누가 있었나. 그리고 그 사람들은 왜 말리지 않았나.
"M&M 이아무개 상무, 곽 이사, 서 팀장, 경비실 직원 등 6~7명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말도 한마디 안 했다. 그러니까 더 반항할 수 없었다. (최 전 대표가) 무기도 들고 있는데…. 방망이로 머리도 툭툭 때리더라. 만약 반항했다면 진짜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최 전 대표가 10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던져줬다는데.
"(수표를 보여주며) 갖고 있다. 폭행이 끝난 뒤 의자에 앉으라고 하더라. 그리고는 수표 두 장을 무릎에 던져줬다. 나한테 '서명(배서)하라'고 말한 뒤 '지갑에 넣으라'고 명령하더라. 그 뒤 사장은 나가버렸다."

- 원래 목적이던 차량 매매계약도 체결했나.
"무슨 매매증서인지 모르겠지만, 금액을 적으라고 해서 5000만 원을 적었고, 그 뒤에 2000만 원짜리 증서에도 서명했다.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보지 못하게 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가 폭행 후유증으로 인해 말을 할 때 입이 불편한 가운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가 폭행 후유증으로 인해 말을 할 때 입이 불편한 가운데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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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의 입안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의 입안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다.
ⓒ 유홍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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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속에 피를 흘렸다면 응급조치라도 했을 텐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나.
"없었다. 처음 맞아서 입안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니까 최 전 대표가 두루마리휴지를 또 강제로 입안에 넣어 피를 닦아냈다. 그걸로 끝이었다. 사장이 나가자 곽아무개 이사와 서아무개 팀장이 엘리베이터를 태워서 1층에 나가 택시를 잡아주며 '의정부까지 가라'고 했다(유씨는 현재 의정부에 기거하고 있다)."

- 사건이 일어난 지 꽤 지났는데, 그 뒤에 M&M 쪽에서 사과 전화 같은 것은 없었나.
"당일 오후 4시 25분쯤에 곽아무개 이사가 '안정되시면 연락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10시 41분에도 '몸이 어떠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게 전부다. 며칠 뒤 M&M 이아무개 상무에게 전화했더니 '그딴 식으로 살지마라'고 폭언을 했다."

- 사건 발생 뒤 왜 빨리 각계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
"폭행 사진을 들고 여러 언론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그러던 중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를 만나게 됐다."

- 파문이 커졌는데, 현재는 불안하지 않나.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실정을 잘 알게 됐다. 힘없는 사람은 바위에 계란 치기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 향후 대응은?
"30일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처리해 가겠다." 


태그:#재벌2세, #최철원, #야구방망이, #유홍준,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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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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