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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G20, 그리고 인권 침해에 관한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조광희 변호사, 이정원 이주노동조합 교육선전차장,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권은비 그래피티 작가, 박OO G20 포스터 그라피티 작업 당사자,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사회).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G20, 그리고 인권 침해에 관한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조광희 변호사, 이정원 이주노동조합 교육선전차장,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권은비 그래피티 작가, 박OO G20 포스터 그라피티 작업 당사자,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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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반은 하나밖에 없는 출입문을 봉쇄하고 영장도 없이 건물로 진입해 베트남 노동자를 포위하고 잡으러 뛰어 다녔어요. 당황한 그가 가까운 창문으로 뛰어내렸고 머리부터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액션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최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은 8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열린 '위클리 수유너머' 주최, 오마이뉴스 후원 'G20, 그리고 인권 침해에 대한 긴급 좌담회'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찐 꽁 꾸안(35)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찐 꽁 꾸안은 지난달 29일 G20 정상회의를 맞아 실시된 이주노동자 집중단속 중 4m 높이에서 추락해 머리를 크게 다쳐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3일 결국 사망했다.

이 차장은 "서울출입국 사무소에 항의방문을 했지만 적법한 단속이었다는 말만 계속했다"며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하거나 유감스럽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찐 꽁 꾸안씨는 2002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8년 동안 일하며 결혼까지 했고 사망 당시 생후 4개월 된 딸을 두고 있었다.

"노숙인들은 보통 짐이 들어 있는 큰 가방을 들고 다닙니다. 한 노숙인이 큰 가방 하나를 전철역에 잠시 놓고 자리를 떠났는데 경찰특공대가 주변을 둘러싸고 '폭발물이 있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가방을 열었더니 노숙인이 모아놓은 폐지만 가득 했다고 해요."

이번에는 TV시트콤 같은 우스운 해프닝이다. '국격을 높이는 행사', G20을 앞둔 정부에게 이주노동자만큼이나 노숙인들 역시 격을 낮추는 존재였다.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정부는 G20이 모든 국민들의 축제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그곳에서 소외된 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노숙인의 자활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사실은 G20기간에 노숙인을 보이지 않기 위한 대책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노숙인 임시주거 제공계획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일정한 심사를 거친 노숙인들에게 4개월 간 수련원과 쪽방 등의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긴급 좌담회에는 이주노동자와 노숙인에 대한 정부의 과민대응 이외에도 '쥐벽서' 사건 등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오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G20은 신흥귀족국가 환영회"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G20, 그리고 인권 침해에 관한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OO G20 포스터 그라피티 작업 당사자, 권은비 그라피티 작가, 조광희 변호사,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정원 이주노동조합 교육선전차장,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G20, 그리고 인권 침해에 관한 긴급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OO G20 포스터 그라피티 작업 당사자, 권은비 그라피티 작가, 조광희 변호사,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정원 이주노동조합 교육선전차장, 박사라 홈리스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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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정부가 설치한 G20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린 대학 강사에 대해 경찰이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정부의 과잉 대응은 누리꾼들의 조롱의 대상이 됐고, 그림을 그린 박아무개 강사는 일명 '쥐벽서'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권력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은 붉은 종이 '홍벽서'를 날리는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박아무개 강사는 좌담회에서 "1년에 두 번, 20개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행사를 두고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생각했다"며 "70년대 국가행사 총동원령 같은 유치한 생각이 들었고 이를 그라피티를 통해 풍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풍자에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에 대해 그는 "모기를 잡는데 칼을 든 것 같아 우스웠고 놀라웠다"며 "다행히 놀라운 것은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국민들에게는 아직 유머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G20 홍보물에 나온 청사초롱은 빈곤한 사람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길을 갈 때 하인들이 앞에 서서 들고 다니던 것이 청사초롱 아닙니까? 사공일 G20 준비위원장이 UN 194개 국가 가운데 20개 유지국가들이 모인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모이는 국가들이 귀족국가라는 뜻이죠. 7개 귀족이었다가 8개 귀족으로…. 이번 회의는 신흥귀족 국가들의 환영회 같은 모임입니다."

박씨는 경찰이 증거품으로 압류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요청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경찰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배후조직을 캐묻고 있다"며 "거기에 저는 압류된 제 작품을 보고 '저작권등록을 하면 돌려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고 말해 패널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이 그려져 있다.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이 그려져 있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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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비 그라피티 작가는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박씨를 적극 응원하고 나섰다. 권 작가는 "그라피티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힙합문화, 하위문화, 아웃사이드 문화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이 정치적, 사회적 발언권을 가지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G20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은 경제효과가 얼마고, 각국 정상들이 먹는 스테이크가 어떤 거고, 요리사가 누구냐는 것 뿐"이라며 "정부가 이렇게 '오바'하는 것은 잘 사는 나라 사이에 끼고 싶어서 자존심도 다 내팽개치고 놀고 있는 모습 같다"고 꼬집었다.

"테러 방지 중요하지만 국민 기본권 깨지는 것이 문제"

조광희 변호사는 "G20은, 세계를 작은 마을이라고 했을 때 큰 불이 나서 동네 유지들이 대책을 세우기 위해 회의를 하는데, 우리 집에서 회의를 하게 됐다고 해서 집에 애들 굶기면서 떡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하는 자본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이고 이주노동자와 노숙인들은 그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국격은 인격과 마찬가지로 내면과 외면이 일치 할 때 가능한데 이번과 같은 전시 행정은 국격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러를 방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기본권이 깨지는 것이 문제"라며 "몇 백 년 만에 한번 있는 회의도 아닌데 'G20경호특별법'을 만든다는 것은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덧붙였다.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하철에 군인이 총을 들고 서 있는 것은 80년대나 본 풍경"이라며 "G20의 화려함에 가려지고 치워지고 청소시켜 버린 대상들이 존재하는 것이 G20의 진짜 모습"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우리가 TV에서 베이징이나 평양의 거리를 보면서 딱딱하고 엄격하고, 군인까지 나와 주민들을 통제하는 것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부가 바라는 것이 그 모습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태그:#G20, #G20 정상회담, #G20 특별법, #쥐20, #쥐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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