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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강매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법정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안 전 국장은 24일 오후 2시부터 5시 40분까진 진행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면서 특히 국세청의 부당한 사찰과 사퇴압박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최후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

"몇 사람의 사익을 위해 조직이 이용되어서는 안돼"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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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국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평생을 몸바쳐온 국세청에서 저를 지난 정부 사람으로 몰고, 국정 최고 책임자의 뒷조사를 한 사람으로 누명을 씌워 사퇴하라고 온갖 압박을 할 때도 직업공무원에게 지난 정부, 현 정부가 있을 수 없기에 법과 절차에 따라 거취를 정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세청 '윗선'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나간 경력과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 강남 도곡동 땅 실소유주 전표를 발견한 일 등을 이유로 사퇴를 종용했음에도 거부했다는 것.

안 전 국장은 "처음에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밝히고자 노력했다"며 "그러나 국가기관에서 지방청 국장의 신분이던 저 한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온갖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국장은 "국세청은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을 위해 국가의 주요정책을 집행하는 대한민국의 중추기관"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조직 내 몇 사람의 사익을 위해 조직이 사유물처럼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국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본분에 충실한 2만 명이 넘는 유능한 국세공무원들이 몇 사람의 사욕에 본의 아니게 동원되는 결과를 낳는 작금의 현실을 알고 제 일신의 안위만을 챙기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국세청의 부당한 사찰과 사퇴 압박을 비판했다.

"지위체계가 분명한 공직기관에서 하급 직원들이 국장을 강제로 불법 감금하고, 세무조사 권한이 없는 감찰에서 민간기업을 불시 방문해 특별세무조사를 협박하고, 26년의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중차대한 일을 인사권자의 직접적인 의사표명이 없이 감찰직원이 종용하고, 수십년을 유지해온 해외기관 파견자리를 저 하나를 사퇴시키기 위해 임의로 없애버렸다."

안 전 국장이 진술한 대로 국세청은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과 거래한 민간기업들을 상대로 그의 비위사실을 캐내려 했다. 게다가 인사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국세청 본청 감찰팀이 그에게 사퇴를 종용했으며, 예정돼 있던 미국 파견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불법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안 전 국장은 "국세청 감찰이 저를 반년이 넘게 이 잡듯이 뒤진 후 결국 국세청 산하기관인 삼화왕관 CEO 자리를 제안했을 때 만약 제가 공직자로서의 처신에 자신이 없었다면 3년 임기에 연봉이 수억이 넘는 그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게 경제적 실리보다 제가 옳다고 믿고 살아온 제 인생에 대한 당당함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증인들 국세청과 수사기관 눈치 보면 허위증언"

또한 안 전 국장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증인들은 국세청과 수사기관이 의도하는 대로 마치 각본에 맞춘 듯한 진술을 했다"며 "심지어 일부 증인들은 법정에서조차 국세청과 수사기관의 눈치를 보며 허위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국장은 "현직 국세청 직원들과 국세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납세자들의 입장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 원망스럽고 안타까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러나 그런 사람들조차 제가 살아온 날들의 조각들이므로 다 수용하고 오히려 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 전 국장은 "구름이 햇빛을 영원히 은폐하지는 못한다"며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흩어지면 홀연히 밝은 빛이 나타나지만 사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구름일 뿐 태양은 늘 그 자리에 있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10월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에서 제기한 주요한 공고사실들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임아무개 세무사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했다.


태그:#안원구,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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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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